신5:22
보고 싶은 내 딸 예주를 만나러 인 서울을 하였습니다. 비가 내리는 주말이라
교통체증이 말도 못 할 만큼 심했지만 데이트하러 가는 느낌처럼 설렘이 짜증을
덮어주었습니다. 숙대 앞 롯데리아에서 우리 공주를 픽업했고 심 쿵하는 마음을
애써 감추었습니다. 공주는 검정 챔피언 후드에 파스텔 톤의 롱 치마를 입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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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조금 야윈 듯 했지만 지적인 숙녀의 완전체 모습입니다. 이남장을 찾다가
미로에 빠져 인사동 길을 걸어야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주말의 인사동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아내와 주로 다니던 다운타운 중에 인사동도 들어있다는 것을
우리 공주가 알란가 모르겠습니다. 비닐우산이 덩치 큰 부녀를 가리기에는 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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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으니 저는 비 맞기를 각오했지만 우리 공주가 자꾸만 우산을 씌워주어서
오만가지 느낌이 다 들었습니다. “아빠, 우산은 키 큰 사람이 드는 거거든”
45년 전통 무교동 낙지? 한식 정식? 그 닥 잘나오는 메뉴는 아니지만 25,000원
이면 깔끔하긴 했습니다. 이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를 갈까? 영화를 보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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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 중에 계속 생각해보았어요. 결정적으로 우리 딸내미가 영화를 보러가자고
해서 이동하는데 도저히 대한극장으로 접근이 불가합니다. 토요일 관제대모를
하는 모양입니다. 9시까지 길거리를 돌아다녔으니 저는 8시간, 공주는 5시간을
차에서 데이트를 한 것입니다. 제가 군시절 연애 통화를 8시간 해본 이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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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토깅 어바웃은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우리 딸내미가 3주째 학원을 나가지
않고 있답니다. 몹시 힘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얼마나 힘 들었을까 생각하니 눈물
샘에서 스텐바이 하고 있던 대기조가 튀어 나오려고 합니다. 그래도 쉬지 않고 끝임
없이 재잘재잘 거리는 우리 공주 때문에 제가 힐 링이 됩니다. 언제 이렇게 지적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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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아이가 되었는지 누구 아시나요?
미 투와 관련한 페미니즘, 입시 추세, 교회, 유니온 캠프, 자봉 오빠와 비밀 연애,
학교생활, 친구 다희는 다애가 아니라 ‘다희‘라는 정정 기사까지 레퍼토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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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라이어티 합니다. 아직은 덜 익어 풋풋한 생 물감이 남아있긴 했지만 너무 훌륭
하게 자라준 우리 공주가 고맙습니다. 언니는 선약이 있어 못 나온다니 오늘은
아쉽지만 여기까지가 주께서 우리 부녀에게 허락하신 시간이라 11시쯤 해어졌습니다.
근데 왜 이렇게 아쉬울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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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가 들려주는 십계명 전달 사건은 ‘시내 산’이라는 장소와 ‘특수한 방법’이라는
것이 강조되었습니다. 시내 산 정상에 임재하신 하나님은 자신의 거룩한 영광의
발현인 광채와 강력한 화염을 빽빽한 구름으로 가리셔야 했습니다. 이렇게 그분의
영광을 이중 삼중으로 가리지 않으면, 사람이나 피조물은 이것을 견뎌낼 수 없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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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입니다. 이것은 피조물의 멸절을 의미했습니다(출19:21). 하나님은 소멸하시는 불
이시기에(히12:29), 하나님을 대면하여 본 자는 살아남을 수가 없질 않은가?
하나님의 삶의 원리인 십계명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직접 주신 계명이요, 더 이상
덧붙일 것이 없는 완전한 계명이며, 친히 돌 판에 써주신 살아 있는 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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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백성들은 불과 구름과 흑암 가운데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듣는 것을 두려워하여 모세에게 중보자 역할을 요청합니다. 임재에 동반된 위엄과
영광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분이 인간에게 다가오셨음을 보여줍니다. 그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를 수 있는 은혜로운 특권을 주셨지만, 다른 한편으로 두려워 떪으로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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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밖에 없는 분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도록 아들을 보내시고
말씀을 들려주시고 성령을 보내주셨으니 얼마나 큰 은혜인가? 주님은 우리가 항상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으로 말씀에 순종하기를 바라십니다. 이것이 이스라엘 백성이
살 길이자 자손과 함께 복을 누리는 길이고, 하나님이 인정하고 기뻐하시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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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이라는 말 속에는 ‘기대’와 함께 이스라엘의 태도가 한결같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체념은 아닙니다. 긴장하라는 채근입니다. 단순한 순종으로
말씀을 능력을 경험하는 일상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우리 예주가 이제 신앙적으로
한 발 더 성숙했으면 좋겠습니다. 예주야, 아빠도 단 한 줄도 글이 써지지 않을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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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요. 그럴 때 일상의 틀을 깰 필요가 있어. 파스칼은 여행, 오락, 도박,같은 '심심풀이'
를 제안하더구나. 예주야, 아빠가 전에 글 한 줄이 써지지 않을 때 파스칼식 심심풀이로
슬럼프를 극복한 적이 있어요. 궁극적으로 우리 과(타입)는 내가 원하는 것(실력이든 이성
이든)이 채워지지 않으면 앓이를 계속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어쩌겠냐
아프니까 청춘이래잖어. 네 생각하다가 오래 전에 쓴 글을 인용한다.
과학의 청춘시대에 활동한 파스칼은 케플러, 갈리레오, 데카르트, 베이컨등과 동시대
인물로 과거 스콜라적인 과학 지식에 반기를 든, 17세기의 수학자요 인문학자입니다.
1남2여 편부 슬하에 자랐으면서 11세에 '음향 론'을 12세 때에는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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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클릿 기하학 제1권'을 증명해내어 온 동네를 발칵 뒤집어 놨다는 것 아닙니까?
세무서장을 했던 아버지를 도우려고 계산기를 처음 착안한 장본인이기도 하구요.
될 놈은 떡잎부터 안다더니 초 딩 파스칼은 우리 딸내미(예주,11세)처럼 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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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했나 봅니다. 내성적인 울 공주는 이번에도 반장 선거에 탈락했는데 왜 떨어진
것 갔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라고 합디다. 빙고!
반장 부반장 다 떨어지고 요즘은 소설을 쓰겠다고 해서 제 블로그에 카테고리
하나를 만들어 줬는데 신이를 주인공으로 연애 소설을 쓴다는 것 아닙니까?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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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파스칼의 부친처럼 죽을 때까지 딸의 친구로, 스승으로, 옹호자로 남고 싶다고.
얼씨구~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집니다. 일지기 키에르 케고르나 니이체 같은 시성들이
팡세를 읽고 깊은 영향을 받았는데 팡세를 쓴 신학자 파스칼에게도 세속시대가
있었다는 것이 제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 결국, 생각하는 갈대는 제 1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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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제2의 회심에서 '신에의 귀의'를 약속한대로 39세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 까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처절한 내면을 924편의 단상에 남겨
놓은 것을 파스칼 사후에 우인들이 편집하여 불후의 명작'팡세'를 출간하였답니다.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존엄성이라는 것이 사고 속에 있기에 그것을 가지고 나 스스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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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여야 한다고 사고의 위대성을 피력하였습니다.
모든 상황 속에 직면할 때 사고하는 자가 이기는 자 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사고의 위대성이라 할 수 있어도 파스칼의 실감으로는
아무리 봐도 생각하는 갈대 쪽이 더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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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쓰고 또 써보니 자신이 참으로 보잘 것 없고 연약한 갈대라는 말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연약한 인문학자 파스칼을 존 애합니다.
사도 바울이 '오호라 나는 곤고한 자로다'라고 고백한대로
아, 이것이 내 육신(soul)의 한계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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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생명과 자유의 원리, 하나님-두려움과 떨림의 대상, 순종-항상 지속해야 할 일,
나는 하나님이 두렵기는 한가? 내 안의 악인의 꽤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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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야로 펼쳐보고 묵상할 수 있도록 십계명을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우리 예주가 술람미 여인처럼 지혜롭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신 것은 주의 은혜입니다.
예주의 방황이 길지 않게 하시고 앓이만큼 성숙해져서 농익은 사과가 되게 하옵소서.
미 투로 교회와 우리 어른들의 만행이 백일하에 들어나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명하신 모든 도를 행할 때 삶을 얻고 복을 얻어 장수한다고 하셨으니 말씀을 살아내게
하시고, 오늘도 악인의 꾀를 듣지도 말고 죄인의 길을 가지 않게 도와주옵소서.
2018.5.13.sun.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