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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설악산배움터 원문보기 글쓴이: 이주상
8월4일(목)
# 오로지 부경이에게 집중하기
"복기형이랑 하늘이는 안 와요?"
"복기형 있음 좋겠는데..."
이런저런 상황으로 나오지 못하는 복기와 하늘이 안부를 궁금해하는 부경이에게
"난 부경이 혼자만 간대도 가고싶어. 부경이가 적극적으로 잘 해보려고 하잖아." 했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이 말을 들은 부경이도 끄덕끄덕...
그래, 이번 활동은 부경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기회요,
부경이를 개별적으로 각별하게 대할 수 있는 찬스다.
자전거여행 준비, 실행, 마무리까지 부경이 한 사람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지 않는가.
# 자전거를 빌린 부경이
길위의학교 자전거여행을 가겠다는 부경이, 그런데 당장 본인 자전거가 없다.
주변 지인들을 통해 알아보거나 빌려야 할 상황.
과연 빌릴 수 있는 분들이 있을까?
내가 사전에 알아보기로,
원통삼천리 자전거 대리점 양동업 사장님이
아이들 여행가는데 쓸거라면 좋은 것은 아니어도 자전거 두 대 정도 빌려주신다고는 한다.
그래도 가급적 부경이 관계망에서 구하게끔 돕고 싶은 마음도 있다.
둘 다 시도해보자.
오전에 양동업 사장님께 아이와 인사드리러 갈 수도 있노라 연락은 드려놓았으나
요즘 낮에 바쁠 시기라 하셔서 전화드려보고 가자고 했다.
부경이와 머리 맞대고 무어라 말씀드릴지 묻고 상의했다.
"자기 소개부터 해야겠지? 응... 그리고 왜 전화드렸는지 이유를 설명하면 어떨까?"
글로 쓰는 표현이 아직 조금 익숙지 않은터라
한 두 단어씩 써서 보여주거나 문장을 예로 들어 써보여주고
이렇게 물으면 어떨까? 이건 어떤지? 물어가며 문장을 다듬었다.
아직 내가 쓴 표현 그대로를 살려 쓸 때도 많지만,
이렇게 하니 부경이는 자기 입말로 표현할 때 편안한 말을 잘 찾는다.
상대가 어른일 때 정중하고 세련되게 물어야 할 때도 있지만,
부경이다운 말투가 크게 문제있지 않다면 그대로 물어도 좋을 듯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조부경 입니다.
설악산배움터 자전거여행 때문에 가게로 찾아가고 싶은데 계시나요?"
사장님이 오늘은 바쁘니 다음에 오라 하신다.
"다음에 오라는데요?"
"응, 그래? 바쁘신가보네. 다음에 가면 되지. 전화 차분하게 잘 드리네 부경아."
가게에 찾아가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지 여쭙는 김에 인사도 드릴까 했는데
상황상 계획이 수정될 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대안.
부경이를 잘 알고 부경이 자전거여행 계획도 어느 정도 알고 계셔서
도와주실 만한 분을 찾아가 여쭤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약국 나영희 약사님(부경이 다니는 교회 장로님)은 어때?"
"좋아요. 제가 전화드려 볼게요."
편안한 관계, 잘 아는 분이라 그런지 통화가 아까보다 더 자연스럽다.
대신 일하는 시간이라 지금 찾아가도 될런지 여쭈어 봐야겠다고 일러주었다.
"지금 찾아와도 된대요!"
"부경이가 약사님께 부탁드릴 게 있어 왔어요." 인사드렸다.
"음, 말해봐 부경아." 인자한 미소, 나긋한 목소리의 나영희 약사님.
"장로님, 저 길위의학교 때 쓸 자전거 빌려야 하는데 혹시 빌릴 만한 데 있어요?"
"음... 내가 자전거가 하나 있는데 탄지 오래 됐어. 내 창고에 있는데 그거 빌려줄게."
"정말요?"
"그러엄, 부경이가 기특해서 잘 다녀오라고 빌려주는 거지."
부경이 작은누나 친구 소현이가 비지땀 흘려가며 간신히 열어준 창고딸린 집 현관문.
먼지도 앉지 않을만큼 깨끗하고 아담한 자전거 한 대가 놓여있다.
부경이와 창고에서 조심스레 꺼낸 후 약사님께 가져가서 보여드렸다.
"보조 바퀴 그거는 떼도 되고 응, 바퀴 바람은 넣어야겠고... 장바구니도 필요하면 떼도 돼."
거의 타지 않아 새 것 같은 자전거인데, 흔쾌히 쓰라고 해주신 것도 고마운데
이것저것 불필요한 것은 떼도 된다해주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약사님 자전거 새것 같은데... 고맙습니다." 인사드리고 나왔다.
"오늘 고마운 분들이 많네... 누가 부경이에게 도움을 주셨을까?"
"음... 장로님이요. 아, 소현이 누나도요."
열쇠가 잘 맞아야 열리는 현관문 열어주느라 애쓴 소현이도 잊지 않는 부경이가 고맙다.
"그래! 소현이가 애써줬지. 그거 기억해주니까 참 고맙네.
부경아, 우리 여행 다녀와서 약사님께 어떻게 고맙다고 인사드리면 좋을까?"
"음... 약사님 좋아하시는 음식 그림을 그려서 드려요."
"아, 그래? 약사님이 무슨 음식 좋아하시는지도 알아?"
"네, 알아요. 비빔밥하고... "
"응 좋다. 다녀와서 그렇게 인사드리러 가자."
부경이와 일지에 메모해두고 정리했다.
8월8~9일(월,화)
# 여행경로, 지도로 완전히 숙지!
부경이는 원통에서 출발하여 진부령을 거쳐 간성읍을 지나 하룻밤 자고
다음날 출발하여 통일전망대 들어가기 전 주차장까지 가는 경로를 거의 다 외웠다.
지도를 함께 복사했고, 지도를 여러 번 살피다보니 지명이 익숙해졌다.
"첫째날은 원통서 출발해서 한계리 지나 진부령 넘어 간성까지 가고..."
외운 듯이 경로를 줄줄 말하는 부경이, 그 관심이 고맙다.
배움터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도서관에서 함께 복사해왔던 지도를 부경이와 맞추어 붙이고,
붙여서 이어진 지도 위에 우리가 갈 경로를 형광펜으로 직접 그어보았다.
# 숙소 섭외 완료!
(내가 며칠 전 전화로 말씀드려놓았다)
부경이가 간성 흥해라지역아동센터에 직접 전화를 드렸다.
지난 번 삼천리 자전거 사장님께 전화드릴 때처럼
자기소개, 전화드린 이유, 여행가는 날짜를 전화로 말씀드렸다.
이경미 센터장님이 외근나가신터라 휴대전화로 직접 전화를 드렸다.
"허락하셨어요. 15일날 도착하기 전에 다시 연락달라세요."
"응, 우리 잘 곳 해결했네~! 차분하게 전화 잘 드렸다! 부경아."
# 삼천리자전거 양동업 사장님께 여쭙거나 부탁드릴 내용 준비
"부경아, 우리 사장님 찾아뵙기 전에 부탁드릴 것과 여쭤볼 것 정리해볼까?"
찾아가서 잘 말씀드릴 수도 있으나 부탁드릴 것도 몇 가지 되고
아직 안면이 없는지라 찾아갔을 때 긴장할 수 있지 않겠냐며 미리 준비했음 좋겠다 했다.
부경이에게 물어보고 짧은 문장으로 쓴 후 부경이에게 보여주고 내용이 맞는지 물어본 후,
부경이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부탁드릴 것]
- 자전거 보조바퀴 떼주세요
- 타이어 바람 넣어주세요
- 안전모 쓸만한 것 보여주세요
[여쭐 것]
- 기타 여행에 필요한 물품이 더 있나요? 후미등처럼...
8월10일(수)
# 양동업 사장님께 찾아가서 따끔하게(?) 이야기듣다
오전부터 찾아와 부경이가 묻는다.
"선생님, 자전거 가게 오후 몇시쯤 갈 거에요?"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이 큰가보다.
출발하기 전에 부경이와 함께 아버님을 만났다.
여행계획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고 부경이가 경로를 잘 숙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필요한 것 있음 아빠 아는 사람이니까 명함 갖고 가서 보여주고,
영수증에 돈이랑 계좌번호 써달래서 갖고 와."
부경이 하는 활동, 배움터 일이라면 믿고 맡기시는 부경이 아버님이 참 고맙다.
오후 2시무렵, 부경이와 활동일지, 자전거여행 계획서를 가지고 나섰다.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데, 바람빠진 자전거를 끌고 가는 부경이 발걸음이 가볍다.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따금 콧노래도 흥얼거린다.
얼마나 신이 나면 저럴까 싶어 흐뭇하다.
가게에 도착하니 양동업 사장님이 다른 손님이 가져온 자전거를 수리 중이시다.
인사를 먼저 드리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부경이와 가게 구경을 했다.
부경이와 자전거, 악세서리 구경하며 이야기 나눴다.
"부경이는 어떤 자전거가 예뻐? 나는 이 자전거가 예쁘네..."
"저는 이거요. 이게 예쁜 것 같아요."
"선생님, 이거는 뭐하는 거에요?"
"아, 그거? 그게 아마 뒤에 다는 안전등 같은데?"
수리를 마친 사장님이 부르신다.
"어~ 너니? 이번에 자전거여행 간다는게? 초등학생이야? 중학생이야?"
"중학교 1학년이요."
"그래, 자전거 가지고 들어와봐."
자전거 들러간 부경이가 보조바퀴가 달려있어 무겁다고 도와달라 한다.
뒤를 잡아서 들어주고 같이 들고 들어갔다.
"아, 이 자전거는 누구 거야? 보조바퀴가 있네..."
"빌린 거에요. 서울약국 약사님한테요."
"어이구 자전거를 빌려주셨어? 대단하네~"
사장님이 자전거 보조바퀴를 빼주시다가 타이어를 만져보시곤 바람도 채워주셨다.
사장님이 자전거를 손보고 난 후 한숨 돌릴 동안,
자전거를 가지고 나간 부경이가 골목을 휘휘 돌아본다.
부경이와 나란히 앉아 사장님께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여행 계획서를 보여드렸다.
"솔직히 이 여행, 나는 반댈세."
준비하는 과정을 어렴풋이 알고 계셨던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자
놀라기도 했고, 무슨 말씀인가 했다.
"너, 자전거 얼마나 타봤어? 빌린 자전거로 가는 거고, 많이 안 타봤지?"
듣고 보니 사장님보다 연세 많은 어른들도 이끌고 자전거타시는 사장님 입장에서,
본인 자전거도 아닌 자전거를 끌고 가고
평상시 자전거를 늘상 타던 편도 아니니 걱정되실 만 하다.
우리가 가야할 경로 중 진부령 가는 길은 갓길이 좁아 차를 피할 곳도 적다며,
(사장님은 산악 마라톤, 자전거 쪽으로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신데)
평소 잘 타던 사람들도 사고입는 걸 여러 번 보셨고 본인도 사고경험이 있다며,
무척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러 번 말씀하셨다.
말씀을 곰곰히 듣고 있자니 진짜 '반대'가 아니라 진심어린 조언과 걱정이었다.
부경이가 들뜬 마음에 여행가다 다칠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따끔하게 말씀하시는 거다.
"자전거 장난스럽게 타면 안 돼. 조심해서, 안전하게 타는 게 제일이야." 하신다.
사장님 말씀 듣는 부경이 표정도 한없이 진지하다.
사장님 말씀이 끝나자 "안전모 좀 보여주세요." 부경이가 말씀드렸다.
성인용 안전모를 하나 꺼내시곤 부경이에게 씌워주셨다.
"어때? 괜찮아?"
"네"
"이게 어른 거긴 한데, 이제 너가 머리도 커질 걸 생각하면 애들 거보단 이게 나을 거야.
그냥 이걸(어린이용)로 할래?"
"아뇨, 이게(처음 받은) 좋아요."
아이들 전용 안전모도 꺼내 보여주시는데,
부경이가 보기에도 알록달록하고 만화 캐릭터 들어간 것보다
어른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이 안전모가 더 멋있어 보이나보다.
부경이를 중학생답게 대해주신 사장님이 고맙다.
"여행에 필요한 건 더 없을까요?" 부경이가 묻자
"음... 야간에 탈 것도 아니라니 후미등, 전조등은 필요없을테고
남의 자전거니 달고 떼는 것도 좀 그러네. 괜찮겠다!" 하셨다.
사장님께서 아버님께 부경이 편에 보내드릴 영수증과 계좌번호를 써서 건내셨다.
"헬멧 삼만원쯤 하는 건데, 이만원으로 줄게. 알았지?" 하신다.
부경이 헬맷 턱끈 조절도, 헬맷 다이얼 조절하는 법도
부경이로 하여금 여쭤보고 사장님께서 조절해주시도록 기다렸다.
사장님이 조금씩 손봐주시고 부경이에게 직접 씌워가며 맞는지 물으셨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부경이와 사장님께 인사드리고 나섰다.
# 부경이와 자전거로 원통 한 바퀴
부경이와 원통 시내를 지나 부경이네 집에 보조바퀴를 갖다놓고 인제쪽 구길로 다녀왔다.
부경이가 예전에 자전거 기어 바꾸는 법, 브레이크 잡는 법을 작은 아버지께 배웠다 한다.
뒤따라가며 부경이에게 기어 바꾸는 법을 시범을 보이며 알려주었다.
"선생님, 애들 간식 먹어요? 아은이가 갖고온 떡이요."
"글쎄? 우리 둘 것 남겨주겠지? 근데 난 지금 부경이랑 자전거 타는 게 훨씬 좋은데?"
"네, 맞아요. 이게 더 좋아요."
가만히 뒤따라가고 있는데 부경이가 배움터에서 자주 틀어놓는,
백창우 아저씨 노래창고 '딱지따먹기' 앨범 노래들을 흥얼거리며 자전거를 탄다.
어찌나 귀여운지...
"딱지 따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 한다~"
"선생님한테~ 선생님한테에~~ 혼나는 아이같다."
나도 흥얼흥얼 크게 따라불렀다.
군부대 앞 거울을 발견하고 부경이와 기념사진을 남겼다.
"여기까지 가요. 이제 돌아가요."
"응, 시간도 그럼 딱 맞겠다."
부경이 얼굴에 기분좋은 미소가 떠나질 않는 걸 보니 꽤나 좋은가보다.
돌아오는 길, 부경이가 나를 더 신경쓴다.
"선생님, 길(인도) 위로 올라오세요. 버스가 막 지나가잖아요."
"그래, 그럴게. 고맙다."
# 내일 답사 계획 점검
배움터에 돌아와 내일 답사 계획을 점검했다.
부경이도 잘 알다시피,
내일은 백담사 주차장을 목표로 삼고(왕복 36km) 답사를 다녀오기로 했다.
출발 시간 : 12시30분~오후 1시 사이(소요 예상 4시간)
준비물 : 각자 먹을 간식(부경: 빵, 주상: 자두), 물이나 음료수, 안전모, 자전거타기 편한 복장
부경이와 집에 들러 부모님을 찾아뵙고 내일 일정에 대해 설명드렸다.
부경이가 무얼 가져오기로 했는지 설명드리자 아버님이 말씀하신다.
"아빠가 얼음팩 사놨어. 내일 가방에 넣어가지고 가면 음료수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역시 부경이의 든든한 서포터즈 부경이 아버님.
"주상샘, 잘 쉬어요~ 내일 봐요." 기분 좋은 미소로 부경이가 인사한다.
"고맙다 부경아, 내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