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기우제
나는 인디언처럼 기우제를 지낸다. 그런데 인디언은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왔다고 하는데 나도 인디언처럼 기우제를 지내지만 거의 비가 오지 않는다. 오늘 마침회 때도 어제 한 이야기, 엊그제 한 이야기를 한다. 바르게 앉아야지, 말할 때와 들을 때를 가려야지, 선생님들이 정성껏 공부할 것을 채비해 오시면 하기 싫더라도 예절은 지켜야지...
오늘은 기우제를 지내고서 어린이들에게 인디언 기우제 이야기를 했다. 인디언 기우제 이야기를 재미있어 한다. 나도 인디언들처럼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고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무슨 말인고 하고 눈이 똥그래진다. 그래서 어린이마다 버릇을 이야기하며 날마다 잔소리를 하는 것이 인디언 기우제와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제서야 이해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기우제 이야기를 한 까닭은 형님들이 되면 시나브로 부탁하는 이야기를 잘 안 한다. 부탁하는 이야기가 길어지면 마침회가 길어지고 그러면 집에 늦게 간다. 말해도 소용 없다. 쟤는 안 고쳐진다. 그러니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인 거 같다.
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쟤는 안 바뀐다’다. 사람은 잘 안 바뀌니까 자꾸 이야기를 한다. 내가 불편해서 하는 이야기에 마주 서 있는 사람이 했던 말과 행동은 잘못된 것들이 많다. 그래서 바로 잡아주어야 하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했다면 그런 일들이 알아차리고 또 그러지 않게 해주어야 하는 거다. 그러니 말하는 사람은 부탁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하고 도움말을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랑 같이 사는 동무가, 형님이, 동생이 옳지 않은 걸 하면 바로 잡아주려고 애를 써야 하는데 포기하고 마음을 더 주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 부드럽고 뚜렷하게 말한다.
‘우리도 인디언처럼 기우제를 지내자고, 내가 우리가 포기하면 절대 비는 내리지 않을 거라고.’
오늘 지낸 기우제가 내일 비가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는 오늘도 기우제를 지낸다.
9월 10일
첫댓글 저도 집에서 인디언처럼 기우제를 지낼께요~
포기하지 않구요!
아 선생님 감동이에요….🥹
기우제가 비가 올 때까지 지내서 꼭 비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듯하네요~
선생님 글 읽고 어린이가 알아듣고 바뀔 때까지 잔소리를 하면 그 역시 기우제와 같겠구나 싶어요.
부드럽고 뚜렷하게 줄곧 이야기해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그 자체로 사랑이고 애씀임을 알기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