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카니발 시기가 끝나가는 이때, 가벼운 이야기로 강론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어느 날, 예수회 신부, 도미니코회 신부, 그리고 트라피스트 수도자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우연히 요술 램프를 발견하고, 상의 끝에 램프를 문질러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요정이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습니다.
각자 하나씩 소원을 빌기로 하고, 먼저 예수회 신부가 말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명망 높은 대학에서 가르치고 싶습니다!”
순간 펑! 소리와 함께 그는 사라졌습니다.
다음으로 도미니코회 신부가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성당에서 설교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펑! 소리와 함께 그도 사라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라피스트 수도자가 말했습니다.
“저는 이미 제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짧은 이야기는 신앙인의 삶에서 중요한 세 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째, 트라피스트 수도자의 내적 침묵과 관상 생활입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자들은 수도원 안에서 침묵을 지키며, 오직 기도할 때만 입을 엽니다.
그들은 내면의 평화를 지키며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는 삶을 살아갑니다.
둘째, 예수회원의 학문적 연구와 지성입니다.
예수회 신부들은 사제가 되기 전 오랜 기간 학문을 연마하며, 신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깊이 있는 연구를 합니다.
그들의 학교와 대학들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신앙인은 기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적으로도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신앙과 이성은 서로를 보완하며, 우리 삶을 들어 올리는 두 날개와 같습니다.
셋째, 도미니코회의 복음 선포와 증거하는 삶입니다.
도미니코회 신부는 강론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널리 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는 믿었기에 말하였다.”(2코린 4,13)
신앙인은 하느님을 믿는다면, 이를 세상에 증거하고 선포해야 합니다.
이렇듯 기도, 학문, 증거하는 삶이라는 세 가지 요소는 모든 신앙인의 삶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어야 합니다.
• 기도는 우리의 영적 삶에 깊이를 더해 줍니다.
• 학문과 지적 성장은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말과 행동으로 신앙을 증거하는 삶은 우리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과 나누는 길이 됩니다.
오늘 전례의 말씀에서도 이러한 가르침이 강조됩니다.
구약 성경에서는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라고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착한 사람은 마음속의 착한 보물에서 선을 끌어내고, 악한 사람은 마음속의 악한 보물에서 악을 끌어낸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루카 6,45)
우리는 사람의 마음을 겉으로만 보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그 열매를 통해 드러나듯, 우리의 말과 행동이 곧 우리의 신앙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대화와 행동은 우리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과 같습니다.
”네가 어떻게 말하는지 말해다오. 그러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사람들은 “그분의 말씀에 모두 놀랐다. 그 누구도 그처럼 말하지 않았다.”(요한 7,46)라고 증언합니다.
나무와 열매의 비유는 윤리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결코 우리를 무관심하게 두지 않으며, 우리의 나태함을 흔들어 깨우고,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새로운 결단을 내리도록 촉구합니다.
신앙이 자라려면, 우리의 삶에서도 윤리적 실천이 드러나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자선과 선행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예수 성심께서는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참된 사랑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그분의 거룩하고 겸손한 성심에서 우리를 위한 모든 은총이 흘러나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눈먼 사람이 눈먼 사람을 인도할 수 있겠느냐? 둘 다 구덩이에 빠지고 말 것이다.”(루카 6,39)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통해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식할 것을 요구하십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맹점(blind spot)’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약점과 유혹, 잘못과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참된 신앙의 길을 볼 수 없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사각지대(blind spot) 때문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있는 것처럼,
우리의 영적 시야에도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의 내면에 있는 교만, 이기심, 탐욕, 나태와 같은 요소들이 우리의 시선을 흐리게 만듭니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려 노력하는 것이 참된 신앙의 시작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빛이 곁에 있어도 눈을 감고 있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는 영적인 어둠 속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스스로를 경계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자신을 성찰하고, 회개하며, 변화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제자는 스승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누구든지 다 배우고 나면 자기 스승처럼 될 것이다.”(루카 6,40)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우고, 이를 삶 속에서 실천하도록 초대하는 말씀입니다.
다가오는 사순 시기는 우리의 마음을 그리스도의 마음에 맞추는 시기입니다.
이번 사순 시기 동안, 기도, 단식, 자선의 실천을 통해
우리의 신앙이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