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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과정>
삼무곡에서 한달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가야 이야기. 그 이야기의 끝은 빈공간이 많은 가야의 역사를 창작으로 채워넣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조는 주고자하는 메세지를 정하고, 메세지에 알맞는 시대를 찾은 뒤, 그에대한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 최종적으로 글로 써서 발표까지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역사의 빈 공간에 상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채워넣음으로서, 하나의 이야기를 창조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또한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결과물을 내기 위하여 협력하는 그 과정 역시 배울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 조가 만든 가야 소설은 금관의 마지막 왕이라는 제목으로, 가야가 멸망하기 전, 금관가야가 신라의 진흥왕에게 투항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하였습니다.
<금관의 마지막 왕>
기원후 4세기부터 7세기까지 약300년간의 대한민국 역사를 우리는 삼국시대라고 부른다. 허나, 기원전 2세기부터 기원후 6세기까지의 역사를 자랑하는 가야는 그 '삼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가야가 존재했던 700년간 가야는 단 한 번도 하나의 나라로 통일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여러 나라로 나뉘어 존재해 온 가야는 6세기에 이르러 점점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 구해왕이 다른 가야의 왕들에게 말했다.
"형님들, 이제 저희 금관도 힘이 다다르기 직전이옵니다.. 더이상 신라에게 맞서 싸울 힘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신라의 손에 멸망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차라리 신라에게 투항하는 것은 어떠하겠사옵니까?"
그러자 옆에서 듣고있던 다른왕이 말을 꺼냈다.
"아무리 그래도 신라에게 투항하는건 마땅치 않은 것 같구나. 우리가 오래전부터 지켜오던것이 있지않느냐. 너는 정녕 우리의 나라, 우리의 백성들이 불쌍하지 않은 것이냐. 끝까지 맞써 싸우도록 하여라."
"그렇다면 형님들, 부디 저희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빌려주시면 안되겠사옵니까? 그렇게만이라도 해주신다면 신라를 이기는건 부족할지언정, 조금이나마 우리 금관가야를 지킬수있을 것입니다!"
그러자 대가야의 마지막 왕, 구설지왕이 구해왕에게 말했다.
"우리들도 지금 먹고살기 바쁜데 어찌 얼마 버티지 못 할 너희 금관가야에게 우리 백성과 우리의 무기를 줄 수 있겠느냐. 네가 세우고 네가 이끄는 나라이니 네가 끝까지 책임지도록 해야 할 것 아니냐."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입니까. 저에게 끝까지 맞서 싸우라 말하신 것은 분명 형님들이었을진데, 어찌 형님들이 아무런 도움조차 주지 않겠다 하시는 것입니까!"
그러자 다른 왕들도 어이가 없다는듯이 말을한다.
"우린 그저 네가 조언이 필요한듯 하여 조언을 해주었을 뿐, 너에게 도움을 주겠다 한 것이 아니다. 결국 금관은 네 나라이니 끝까지 네가 알아서 하도록 하여라."
결국 구해왕은 가야의 왕들과의 회의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 한 채 자신의 나라 금관가야으로 되돌아왔다.
"어찌 형제의 나라라 칭하며 가야라는 한 이름 아래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형제의 위기를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원통하구나, 원통해..."
구해왕은 자신의 궁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정전의 대청으로 신하들을 소집하였다. 그렇게 이번 가야 회의에서 옆나라간에 있던 일들에 대하여 신하들에게 알리고 회의를 시작하려던 와중, 갑자기 대청의 문이 열리며 한 신하가 뛰쳐들어왔다.
"전하! 적국인 신라에서 사자가 찾아왔습니다!"
신하의 다급한 외침에 순식간에 대청 안의 분위기가 당혹스러움으로 물들었다. 구해왕이 말했다.
"들여 보내도록 하여라."
잠시후, 신라의 사자가 대청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금관가야의 구해왕을 뵙소. 구해왕이시여, 이제는 선택을 해야할 때요. 우리 신라에게 끝까지 맞서싸워 패망의 길을 걷는 어리석은 선택을 할 것인지, 아니면 신라에 투항할 것인지. 우리 신라의 왕이신 진흥왕께서는 너그러이 자비를 베풀어, 구해왕 그대가 신라에 투항한다면 그대의 백성들을 건들지 아니할 것이라 약속하는 바요. 삼일 뒤, 진흥왕께서 친히 이 금관가야에 행차하실 것이요. 대답은 그때 듣도록 하겠소."
그 말과 함께 신라의 사자는 대청을 나가버렸다. 순식간에 대청에는 초조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
"전하.. 이제 저희 쪽 군사들도 얼마 남지 않았사옵니다. 더이상 손쓸 도리가 없사옵니다. 이제는 신라에게 투항하는 수밖에는 없아옵니다."
그러자 이야기에 못마땅해하던 신하가 말을한다.
"아니되옵니다 전하. 저 원수같은 신라에게 굴복하는 것만큼은 결코 용납될 수 없아옵니다! 비록 다른 형제들에게 힘을 빌리지 못 하였을지라도, 저희 금관가야의 힘만으로 끝까지 맞서 싸워야 합니다 전하!"
이 말에 다른 신하들도 점점 열을 올리며 반박해 나간다.
"전하, 그랬다가는 되려 우리 무고한 백성들만이 죽어나갈 뿐입니다! 부디 무엇이 우선인지 헤아려 주시옵소서."
그렇게 신하들은 신라에 맞서 싸울것인지 아니면 투항할 것인지에 대하여 끊임없는 논쟁을 이어나갔다.
"전하. 전하께서는 정녕 얼마나 힘들게 이 나라를 지켜 오셨는지 잊으셨단 말입니까. 우리 금관가야를 끝까지 지켜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그렇게 계속 맞서 싸우다가는 백성들도 모두 죽거나 다쳐, 되려 전하마저 목숨이 위험해지실 수 있사옵니다. 그러니 부디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신라에게 투항하여 주십시오 전하."
계속되는 말다툼에 대청은 점점 소란스러워졌고,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을 거사를 앞에 둔 구해왕은 그만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회의를 중단시킨다.
"...그만. 이만하면 됐다. 뒷일은 내가 결정하도록 할 터이니 그대들은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여라."
이 말을 끝으로 구해왕은 도망치듯 대청을 빠져나온다. 그러한 구해왕의 등 뒤로 신하들의 다급한 말소리들이 떨어져 내렸다.
"적어도 내일까지는 결정을 내리셔야 하옵니다 전하!!"
"부디 올바를 선택을 내려주시옵소서 전하ㅏㅏㅠㅠ"
“도대체 어찌 해야 한단 말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정처없이 발걸음을 놀리다 보니 어느새 구해왕은 백성들이 사는 민가에 다달아 있었다.
"...어느새 민가에 가까워 졌구나."
그때 말 없이 곁을 지키던 구해왕의 호위무사가 입을 열었다.
"전하. 잠시 저기 있는 백성들의 모습을 좀 보십시오."
그 말에 구해왕이 고개를 돌리자, 순간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노동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이들과 다 해진 옷을 입고서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노인들, 일반 가정집 만 한 작은 의원에는 병자들이 너무나도 많아 대문 바깥까지 바닥에 짚을 깔고 누워있었다. 대부분 신라와의 전쟁에서 살아돌아 온 군인들이었지만, 모두 사지 성한 곳이 없는 사람들뿐이었다. 그 모습을 본 구해왕은 처음으로 신하들의 입을 거쳐서가 아닌, 그 자체로서의 백성들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 온 마을의 사람들이 하나 둘 구해왕을 발견하고서는 넙죽 엎드리기 시작했다. 모든 금관가야의 백성들이, 그들의 왕 앞에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해왕은 자신의 앞으로 엎드리고있는 사람들의 등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눈둘 바를 몰라한다. 그렇게 구해왕이 당혹스러워 하던 그때, 어느 한 백성이 왕에게 말했다.
"전하를 뵙사옵니다. 전하, 이 미천한 소인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구해왕은 떨리는 손을 감추듯 말했다.
"말 해 보거라."
"전하, 전날 소인의 하나뿐인 아들이 전쟁터에서 전사하였습니다. 내 또한 금관가야의 백성으로서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만, 전하. 정녕 소인의 아들의 죽음이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까? 소인은 전날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음에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아옵니다. 제 아들의 죽음은, 정녕 의미있는 것이었습니까? 부디 알려주시옵서서 전하..."
"그... 그것은..."
구해왕이 대답을 하지 못 하고 있던 그때, 또다른 백성이 왕에게 말했다.
"전하, 저희는 전하의 백성이옵니다. 허나, 더이상 이렇게는 살지 못 하겠사옵니다. 오늘 아침에 얼굴을 본 이웃이, 오늘 저녁에는 보이지 아니하고, 전쟁터에 나간 가족들에게는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들려오지 않사옵니다..."
구해왕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동안 그저 신하들의 입으로만 전해 든던 백성들의 실제 모습은 그보다도 더 참혹했다. 여태껏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리던 백성들의 삶을 두 눈으로 맞이하자 구해왕은 정말 아무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을 따르는 백성들이, 이렇게나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구해왕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 이윽고 무겁디 무거운 분위기 속으로 구해왕은 힘없는 말만을 던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내 그대들의 죽은 가족을 되살릴 수는 없을지언정... 적어도 그대들 만큼 반드시 살려보겠네... 미안하네."
발걸음을 돌려 궁으로 되돌아가는 구해왕에게 그의 호위무사는 잠시의 침묵을 지키다 물었다.
"전하. 저들의 눈에 무엇이 담겨 있습니까."
구해왕은 아무 말 없이 걸어 나갔다.
"...소인,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저희 선조들께서 지키고자 했던 가야의 정신이 무엇인지 기억하십니까."
구해왕이 가던 발길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나도 알고 있다. 저 광경을 보고도 어찌 외면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두렵다. 시간이 지나 우리 가야가 역사에 기록된다면 신라에 굴복해 멸망한 나라로 남게 될터, 또한 나는 나라를 망하게 한 실패한 왕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 두렵다."
"소인은 전하의 충신, 어떤 결정을 내리시든 끝까지 곁에 머물 것 입니다. 허나, 소인은 신라에 향복하는 것이 혼자 살고자 나라를 버리는 비굴한 것이 아닌, 그 것이야말로 백성들을 위한, 즉 가야의 정신을 위한 최선이자 최고의 선택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역사는 전하를 배신자로 기록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우리 가야를 끝까지 백성들을 위했던 나라로 기억 할 것이고, 백성들에게 전하는 죽는 날 까지 선조의 정신을 잊지 않은 성공한 왕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구해왕은 아무 말 없이 궁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리고 늦은 밤, 구해왕은 홀로 사색에 잠겼다. ’하늘 보기가 참으로 부끄럽다.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음을 나는 알고도 모른 척 고민하고 있었구나.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는가. 그래. 본디 왕이란 백성이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거늘, 이것이 곧 우리 가야의 정신 아니었는가.'
며칠 간 밤잠을 설치던 구해왕은 그제서야 편히 잠들 수 있었다.
드넓은 대청 안, 수많은 신하들이 구해왕의 앞에 서있었다. 금관가야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해 모인 자리인지라 잠시간 짙은 침묵이 내리앉았다. 그리고 한 신하가 입을 열었다.
"전하, 마음의 결정을 내리셨는지요."
"지난 날, 내 끊임없이 이에 대하여 깊이 고민해 보았느니라. 그를통해 나는 결정하였다. 내일, 진흥왕이 이곳 금관가야로 찾아온다면, 나는 그에게 투항할 것이다."
일순간에 심란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하였다.
"아니되옵니다 전하!! 부디 선택을 거둬 주시옵서서!"
"자네는 왜 그리 생각하는가?"
"전하. 금관가야는 저 옛날 수로왕께서 건국하신 이례 무려 600년간 이어져 온 대제국이란 말입니다. 이러한 대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으로서, 신라에 나라를 팔아먹은 왕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것이, 정녕 전하의 바램이옵니까!"
"그렇사옵니다 전하! 정녕 그랬다가는 우리 가야의 형제들의 얼굴을 볼 낯이 없사옵니다."
신하가 감히 왕에게 할 수 없는 거역에 반대측 신하들의 열이 올랐다.
"무엄하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전하, 당장 저들의 목을 쳐버리셔야 합니다!"
"그만하거라. 짐 또한 저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되래 여태껏 그 말에 휘둘려 제대로 나아가지 못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안다. 내가 대 금관가야의 왕으로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모두 우리 금관가야의 백성들이 있었기 때문이니라. 그러나 어리석게도 나는 여태껏 그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채 하였으며, 미련하게도 나의 명예만을 중시하고 있었다. 허나 앞으로는 그러지 아니할 것이다. 나는 금관가야의 왕이다. 이 나에게 백성보다도 더 중한것은 없다. 설령 나의 형제들이, 훗날 민생들이 나를 원수에게 나라를 팔아넘긴 비겁한 왕이라 칭해도 좋다. 내가 다스리는, 나의 백성들은 그들이 아닌 바로 지금 나를 따르는 금관가야의 백성들이다."
구해왕의 말이 끝남과 함께 다시 한 번 대청에 침묵이 내리앉았다. 이 침묵이 의미하는 바가 긍정이라는 것을 구해왕은 알 수 있었다. 잠시의 침묵간 누그러진 분위기 속에서 한 신하가 조심스래 말을 꺼냈다.
"하오나 전하, 그렇다면 우리 가야의 형제들에게는 무어라 전하면 좋겠사옵니까. 설령 우리가 신라에게 항복한다면 그들의 화를 피할 도리가 없아옵니다."
"그때 나의 형제 도설지왕이 이런 말을 하더구나. 자신이 세운 나라는 끝까지 자신이 책임지라고. 내가 진흥왕에게 투항한 이후의 일들은 모두 그들의 몫이다. 설령 그들이 나를 원망하고 질책할지라도 나는 전혀 물러섬이 없다. 나, 대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해왕에게는, 백성보다도 더 중한것이 없다. 나는 이미 결심을 내렸다. 너희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나의 선택에 변함은 없다. 내일 나는 진흥왕에게 투항할 것이고, 금관가야 백성들의 목숨을 살릴 것이다. 이상이니라."
마지막 말과 함께 구해왕은 대청을 등지고서 나왔다. 허나 그러한 구해왕의 등을 향한 말은 아무것도 없었다. 신하들의 간곡한 외침도, 구해왕을 비난하는 말도 없었다. 그저 모두가 침묵으로 구해왕의, 그들의 왕의 결심에 동조해 줄 뿐이었다.
구해왕은 늦은 밤 단 한명의 무사를 대리고 진흥왕에게로 향했다.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였지만 개의치 아니하고 진흥왕이 있는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진흥왕이 있는곳에 다다를때 나무 사이로 환한 달빛에 비친 진흥왕이 보였다. 바스락 소리에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고 둘은 마주했다. 잠시의 침묵 이후, 진흥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구해왕이여. 내 그대에 신념을 높이 사 친히 그대의 앞에 와주었고 기회를 주었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는가?"
"그렇소. 허나 신라 밑에 들어가는 대신 우리 금관가야의 백성들에게는 손을 대지 않기로 약속해주시오. 나는 죽어도 좋으니 아무 죄 없는 백성들 만큼은 부디 살려주시게."
진흥왕은 구해왕의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굳은 신념이 참으로 대단한 정신이라고 생각하였다. 본디 금관가야라는 제국을 이끄는 자로서 한 치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하하! 그래 좋소! 허나, 내 아무 이유없이 그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요. 그대에 끈끈한 유대감과 백성을 생각하는 신념을 거래하는 것이요. 또한 나와 같이 동등한 왕의 자리를 내주진 못할지라도 그 다음가는 높은 자리는 주겠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묻겠소. 결정하였는가?"
이 말을 들은 구해왕은 자신을 나라 팔아먹은 비겁자가 아닌, 한 명의 군주로서 대해주자 이런 큰 그릇을 가진 사람의 밑에 들어간다면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결정 하였소. 지금부로 금관가야는 신라로 들어가겠습니다. 저희의 왕이시여."
"백성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낮출 수 있는 구해왕, 아니 구해여. 이제부턴 그런 마음을 가야가 아닌 신라에 받쳐줬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금관가야의 600년에 이르는 찬란했던 역사는 기원후 532년에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신라에 편입되어 금관가야의 백성들은 오랜 시간동안 자손을 낳아 지금 현재까지도 후손을 이어오게 되었다. 만약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해왕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떠하였을까? 비록 우리의 역사가 구해왕을 나라를 팔아먹은 비겁한 왕이라 이야기 할지라도 우리는 다시 한 번 그의 선택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어쩌면 비겁하다고 기록된 그의 선택이 자신의 백성을 위해서라면 명예마저도 내려놓을 수 있는 어느 한 군주의 고귀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