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디락과 세 마리의 곰의 원본]
최초의 골디락 이야기 판본은 1837년에 영국의 계관시인 로버트 사우디가 ‘세 마리 곰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쓴 것이다. 사우디의 이야기에 나오는 골디락은 어리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오히려 그녀는 화를 잘 내고 굶주리고, 집을 잃은 60대 중반의 백발 노파이며 음식을 얻어먹고 잠을 자기 위해 곰들의 집에 무단침입한다. 심술궂은 백발 노파에서 은발 미녀로, 마침내 눈부신 금발 소녀로 주인공이 변신하게 된 것은 몇 년의 세월에 걸쳐 여러 작가의 손을 빌려서 이루어졌다. 사우디는 아저씨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단 사우디가 동화를 발표하자 큰 호응이 있었다. 영국 독자들은 ‘세 마리 곰 이야기’가 사우디 가족이 독창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라고 믿었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역사가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1951년에 캐나다 토론토 공립도서관의 오스본 아동도서 컬렉션에서 낡은 책자가 발견되었다.
이 책자의 제목은 ‘1831년 9월 세실 로지에서 운율적으로 쓰이고 삽화가 그려진 세 마리의 곰 이야기’였다. ‘유명한 동화’라는 부제가 붙은 이 이야기는 32살의 이모 엘리너 뮤어가 호레이스 브로우크라는 조가에게 생일 선물로 만든 책으로, 운문으로 쓰이고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 이야기는 로버트 사우디의 이름으로 등장하기 6년 전의 일이었다.
두 이야기는 매우 흡사하다. 엘리너 뮤어의 판에서도 곰들의 집에 들어간 불청객이 화가 난 노파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현관의 놓인 공기에는 사우디의 이야기에서처럼 죽이 아니라 상한 우유가 들어 있다. 사우디의 판에서는 집 없는 노파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곰들에게 발견되자 창밖으로 뛰어내려 영영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뮤어의 이야기에서는 화가 난 곰들이 노파를 쫓아내려고 여러 가지 잔인한 방법을 사용한다.
“불 속에 그녀를 던졌지만 태울 수는 없었네.
물속에 넣었지만 빠져 죽지 않았네.”
그러자 곰들은 노파를 성 베드로 성당의 첨탑에 던져 찔려죽게 만든다. 학자들은 사우디의 아저씨가 엘리너 뮤어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만을 따왔다고 추측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동화를 영국 독자들에게 소개한 사람은 로버트 사우디라는 사실이다. 그럼 노파를 아름다운 골디락으로 바꾼 사람은 누구일까?
사우디의 이야기가 출판된 지 20년 후 또 다른 영국 작가 조지프 컨달이 ‘어린이를 위한 재미있는 책 모음’을 출판했다. 서문에서 컨달은 독자에게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곰의 집에 들어간 사람을 노파에서 소녀 실버헤어로 바꾸었다” 그리고 그는 “노파에 관한 이야기들은 너무나 많기 때문‘이라고 자신의 개작을 정당화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실버헤어라는 이름으로 몇 년 동안 여러 동화책에 등장했다. 그러다가 1868년에 ’프렌들리 아줌마의 동화책‘에서 곰들의 집에 몰래 들어가는 사람이 다시 바뀐다. (바로 그 숲속에는 골든헤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소녀가 살고 있었다). 36년 뒤인 1904년에 나온 ’옛이야기와 노래‘에서는 주인공의 용모는 그대로였지만 이름이 그녀의 머리단에 어울리게 다시 바뀌었다. (어린 소녀는 긴 금발을 기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름을 골디락이라고 했다.)
이때부터 골디락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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