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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은 모두 그 풍화를 입는다는 뜻으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다.
君 : 임금 군(口/4)
子 : 아들 자(子/0)
之 : 갈 지(丿/3)
德 : 큰 덕(彳/12)
風 : 바람 풍(風/0)
출전 : 논어(論語) 안연(顔淵)
윗사람이 진정 부당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양심에 가책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또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 권력을 그릇되게 사용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리사욕만 채우려 하면서, 백성들에게만 착해지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이 성어는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19장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강자(季康子; 노나라 실권자)가 공자(孔子)와 정치를 논하는 자리에서 공자에게 물었다. “만일 무도한 자를 죽임으로써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면 어떻겠습니까?”
季康子問政於孔子曰: 如殺無道, 以就有道, 何如.
공자가 답했다. “정치를 하면서 어찌 죽이는 방법을 쓰겠다는 것이오? 그대가 착해지려고 하면 백성들도 착해질 것이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마련이지요.”
孔子對曰: 爲政焉用殺. 子欲善而民善矣. 君子之德, 風. 小人之德, 草. 草上之風, 必偃.
논어 안연편에,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 풀은 바람이 불면 반드시 눕게 마련이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는 말이 있습니다.
즉, 군자가 솔선수범하면 소인이 그것을 본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건강한 지성인이 많지 않다 보니 어리고 나약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풍토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대간, 교우간, 가족간 등 부조화는 참어른의 부재로 인한 문제이지 않나 싶습니다. 참부모도 참스승도 참정치인도 점점 자취를 감추다보니 참아이들도 드뭅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아픈 이가 매우 많습니다.
내면적인 공부와 생활 속에서 예를 실천하면서 미래세대의 바른 길잡이가 되도록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은 모두 그 풍화를 입는다는 뜻으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이다.
군자(君子)라 하면 요즘 사람들은 융통성 없이 격식만 따지는 케케묵은 사람을 많이 연상한다.
하지만 전통 사회에서 행실이 점잖고 어질며 덕과 학식이 높아 유교사회의 이상적 인간상이었다. 이러한 사람들이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경우가 많아 높은 지위의 고관을 말하기도 했다.
유교의 대표 경전인 논어(論語)와 맹자(孟子)에는 군자가 어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수없이 나오고 성어로도 끝없이 사용되고 있다.
군자의 덕(君子之德)은 바람(風)과 같다는 이 말도 그 중의 하나다. 바람이 불면 풀이 그 방향으로 눕듯이 윗사람의 행동은 아랫사람의 표본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논어에서 인(仁)과 예(禮)에 대해 좋은 말이 많이 나오는 안연(顔淵)편에 이 말이 등장한다.
기원전 770년~403년,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노(魯)나라의 대부였던 계강자(季康子)가 정치에 대해서 공자(孔子)에게 물었다.
계강자(季康子)가 '만약 무도한 자들은 죽여서라도 도가 있는 사람들을 앞세운다면 괜찮지 않을까?'고 했다.
말하자면 자신이 힘으로 권세를 잡았듯이 일벌백계(一罰百戒)나 살일경백(殺一儆百)이라도 하여 본보기로 삼도록 하면 어떨까 물은 것이다.
인을 중시한 공자가 찬성할리 없다. '정치를 하는데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써서는 안 되고 만약 대부께서 선하고자 노력한다면 백성들이 따라서 착해질 것'이라면서 이어 말한다.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습니다.
草上之風, 必偃.
풀 위로 바람이 지나가면 풀은 바람에 쓸려 반드시 눕게 마련이지요.
여기서 군자의 바람은 힘을 동반한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또 민초(民草)로 불리는 백성들도 쉽게 꺾이지 않는 생명력이 있다. 온화한 바람이 불면 백성들은 그에 감동하여 반드시 따르기 마련이라는 설명이다.
위에서 바른 행동을 하지 않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무조건 따르는 아랫사람은 없다. 남을 다스리고 지도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자신이 솔선수범(率先垂範)해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자신은 예외라도 된 듯 탈법과 불법을 예사로 저지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도 지도층에서 모든 갈등의 근원이 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군자는 누구인가?
(1) 군자는 누구인가?
행정의 본질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은 그들의 일상생활이 기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라 했습니다.
내 나라 사람들은 기뻐하고, 기뻐하는 내 나라 사람들을 보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달려올 정도로 기쁘고 즐거운 삶의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참된 의미의 행정이라는 겁니다.
특정 개인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정은 누가 해야만 하는가? 과연 누가 행정주체로서 국민을 모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이런 물음에 대한 대답으로 공자(孔子)는 군자(君子)를 제시합니다. 군자가 행정주체로 되어야만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정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군자는 누구인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임금(君)의 아들(子)'이 되는 군자는 소인(小人)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주(周)나라 종법제(宗法制)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서기전 1046년 은(殷)을 멸망시키고 천하의 주인이 된 주(周) 왕조는 봉건제(封建制)라는 통치제도를 도입합니다.
봉건제는 천자가 관료제를 통해 천하를 직접 다스리는 군현제(郡縣制)와 대응되는 것으로, 천자(天子)가 제후(諸侯)를 통해 간접으로 다스리는 통치제도를 말합니다. 어떻게?
먼저 시경(詩經) 소아(小雅)에 실려 있는 북산(北山)이라는 시(詩) 한 구절을 읽어보겠습니다.
溥天之下莫非王土
率土之濱莫非王臣
넓은 하늘 아래 땅은 모두 왕의 땅이고, 땅끝까지 퍼진 사람은 모두 왕의 신하다.
하늘 아래 있는 땅은 모두 왕의 땅이고, 사해(四海) 안에 있는 사람은 모두 왕의 신하라는 겁니다.
그때만 해도 사유재산제도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대라 주(周)가 정복한 인민과 땅은 모두 주나라 왕의 소유로 인정되었는데, 문제는 드넓은 땅과 많은 인민을 천자 혼자서 다스릴 수 없었다는 겁니다.
왕 혼자 직접 다스리기에는 땅이 너무 넓고 사람이 너무 많아 왕이 직접 다스리는 지역인 왕기(王畿)를 뺀 나머지 땅을 제후한테 나눠주어서 다스리게 하는 봉건제를 도입한 겁니다.
봉건제는 천자인 주(周)나라 왕이 일정한 지역과 인민을 영토로 주고 제후로 삼아 다스리게 하고, 제후는 주(周)나라 왕을 천하의 공주(共主)로 인정하고 일정한 의무를 지는 제도를 말합니다.
왕이 제후한테 분봉한 땅을 국(國)이라 불렀는데, 국(國)에서는 다시 제후가 대부(大夫)를 봉해 일정한 지역과 인민을 다스리게 합니다.
천자가 제후한테 분봉(分封)한 국(國) 가운데 일부를 다시 분봉(再分封)한 것인데, 그렇게 분봉한 지역을 채지(采地)나 채읍(采邑)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대부도 제후가 분봉한 봉토(封土)를 또다시 사(士)한테 분봉하고, 사(士)가 받은 땅을 식지(食地)라고 부릅니다. 사(士)는 제후나 대부처럼 자신이 받은 식지를 분봉할 수 없고 민(民)에게 경작시킵니다.
이렇게 주(周)나라 봉건제는 왕(王)이 제후한테 분봉하고, 제후가 대부한테 분봉하고, 대부가 사(士)한테 분봉해서 일종의 권리와 의무를 주고받는 주종(主從)관계를 맺는 제도라는 점에서 중세 유럽의 봉건제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유럽의 봉건제도는 군주와 신하가 개인과 개인 자격으로 계약을 맺는 주종관계인데 주나라 봉건제는 종법제(宗法制)에 따른 계약관계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릅니다.
종법제는 적장자(嫡長子)가 아버지의 지위를 계승하는 대종(大宗)이 되고 나머지 아들들은 소종(小宗)이 되는 가족제도를 통해 천하의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주(周)나라는 왕(王)에서 사(士)에 이르는 지배계층이 아래로 한 단계씩 내려가면서 분봉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사회입니다.
먼저, 천자 자리는 적장자(嫡長子)가 계승해서 조상들한테 제사를 받드는 대종(大宗)이 되고, 나머지 형제들은 제후(諸侯)로 봉해져 소종(小宗)이 됩니다.
한 단계 밑으로 내려가면 제후 자리는 다시 적장자가 이어받아 대종이 되고, 나머지 다른 아들들은 대부(大夫)로 봉해져 소종이 됩니다.
다시 한 단계 밑으로 가면, 대부의 지위는 적장자가 대종이 되고, 나머지 다른 아들들은 사(士)로 봉해져 소종이 됩니다. 그리고 사(士)의 적장자(嫡長子)는 사(士)로 남지만 다른 아들들은 평민(平民)이 되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주(周)나라 종법제는 왕(王)이 정점이 되고, 제후가 왕의 소종이 되는 동시에 대부의 대종이 되고, 대부는 제후의 소종이 되는 동시에 사(士)의 대종이 되는 하나의 거대한 가족을 구성해 피라미드 방식으로 천하를 다스리는 겁니다.
종법제는 왕(王)부터 사(士)까지 지배계층이 혈연을 토대로 한 가족으로 구성되는 게 원칙이었는데, 이런 원칙으로 움직이는 종법제가 군자와 소인을 생겨나게 만듭니다.
(2) 군자는 누구인가?
적장자는 대종(大宗)이 되고, 나머지 아들은 소종(小宗)이 되는 종법제에서는 단 한 사람인 대종보다 여러 아들로 구성된 소종이 많을 수밖에 없었는데, 처음에는 이런 소종 사람(小宗之人)들을 통틀어 소인이라 불렀습니다.
제후의 적장자인 국군(國君)과 대부의 적장자인 가군(家君) 그리고 주(王)나라 왕(王)의 아들은 왕자(王子)라 불렀고, 제후(公)의 아들은 공자(公子)라 불렀으며, 가군(家君)의 아들은 군자(君子)라 불렀습니다.
이렇게 대종의 아들을 군자라 부르고, 소종의 사람을 소인이라 불렀던 게 군자와 소인의 본래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지배계층의 세대가 오래 누적될수록 족(族)이 갈라지고, 소종인 사람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수많은 소종이 특수한 계층인 소인을 형성하게 되면서 군자와 소인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공자(孔子)의 언행록인 '논어'보다 먼저 존재했던 시경(詩經)에는 군자와 소인이 다음과 같이 묘사됩니다.
駕彼四牡, 四牡騤騤.
君子所依, 小人所腓.
수레에 매인 저 네 필 말, 네 필 말 모두 튼튼하다. 군자는 위에 타시고 소인은 따라오네.
변경을 지키러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을 노래한 시(詩)인데, 이 시에서 보듯이 군자는 귀족 성원인 장수를 가리키고, 소인은 평민인 병졸들을 가리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종인 군주의 아들이 군자이고, 소종의 사람이 소인이라는 본래 의미가 군자는 귀족이고 소인은 평민이라는 두 번째 의미를 갖게 된 겁니다.
군자라는 말이 150여 차례 등장하는 '시경'과 함께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 꼽히는 '서경(書經)'에도 대여섯 번 등장하는 군자는 모두 계급을 대변하는 말로 소인과 상대 개념으로 쓰였습니다.
지배와 복종을 속성으로 하는 정치 행정 세계에서 군자는 지배계급으로 통치하는 사람을 나타냈고, 소인은 통치에 복종하는 피지배계층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는데, 이런 군자와 소인을 맹자(孟子)는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有大人之事, 有小人之事.
대인의 일이 있고, 소인의 일이 있다.
惑勞心, 惑勞力.
어떤 사람은 마음을 쓰고, 어떤 사람은 힘을 쓴다.
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
마음을 쓰는 사람은 남을 다스리고, 힘을 쓰는 사람은 남에게 부림을 당한다.
治於人者食人, 治人者食於人.
남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람은 남을 먹여 살리고, 남을 다스리는 사람은 남한테 얻어먹는다.
天下之通義也.
이것이 천하의 공통원리이다.
세상에는 대인(大人)과 소인(小人)이라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는 것인데, 여기서 대인은 군자와 똑같은 뜻으로 보면 됩니다.
대인은 정치나 교육처럼 정신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다스리고, 소인(小人)은 농업이나 어업처럼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남을 먹여 살리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군자는 대인으로 남을 부리는 계급이고 소인은 남한테 부림을 당하는 계급이라는 것인데, 이런 의미의 군자와 소인의 관계는 공자가 활동하던 시대까지 계속 유지됩니다.
하지만 공자가 등장하면서 군자와 소인은 세 번째 의미를 갖게 됩니다. 군자와 소인의 의미가 달라진 것입니다.
왕(王)이 일정한 지역과 인민을 제후에게 분봉해 다스리게 하는 주(周)나라 봉건제는 처음에 잘 돌아갔고, 군자와 소인 관계도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주(周)나라 초기만 해도 제후가 독자 세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주변 이민족들의 위협을 받던 때라 주(周) 왕실의 도움이 필요했고, 주(周) 왕실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주(周) 왕실에 대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제후국의 세력은 날로 커지는데 주(周) 왕실의 세력은 오히려 축소되는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제후국들은 주변의 땅들을 개척할 수 있었으나 제후국으로 둘러싸인 주(周) 왕실은 세력을 더는 확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왕이 직접 다스리는 왕기(王畿)를 계속 나눠줄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끝내는 제후국들이 왕기보다 경제력과 군사력이 뛰어나게 되면서 봉건제의 종법 질서를 근본부터 흔드는 지배계층의 갈등과 대립이 심해집니다.
주나라 봉건제를 무너뜨리는 지배계층의 갈등과 대립은 242년 지속한 춘추시대에 36명의 제후가 신하들 손에 살해되었고, 72개 제후국이 몰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런 상황을 공자는 다음과 같이 한탄합니다.
孔子曰: 天下有道則禮樂征伐自天子出, 天下無道則禮樂征伐自諸侯出.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천하에 도(道)가 있으면 예악과 정벌이 천자(天子)한테 나오고, 천하에 도(道)가 없으면 예악과 정벌이 제후(諸侯)한테서 나온다.
自諸侯出, 蓋十世希不失矣.
예악과 정벌이 제후한테서 나오면 10대가 되도록 나라를 잃지 않는 일이 드물다.
自大夫出, 五世希不失矣.
대부(大夫)한테서 나오면 5대가 되도록 나라를 잃지 않는 일이 드물다.
陪臣執國命, 三世希不失矣.
대부의 가신(家臣)이 나라의 운명을 쥐고 있으면 삼대가 되도록 나라 잃지 않는 일이 드물다.
天下有道則政不在大夫, 天下有道則庶人不議.
천하에 도(道)가 있으면 정치가 대부의 손에 있지 않고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서민들이 정치를 논의하지 않는다.'
공자가 천하(天下)의 대세(大勢)를 한탄하는 말로, 결론부터 말하면 천하에 도(道)가 없으니 아무나 나랏일을 논의한다는 겁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니 서민(庶民)들까지 나서고, 또 그러다 보니 나라를 망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정치가들이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치가를 걱정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기존 지배 질서가 무너져 천하(天下)가 무도(無道)해 졌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은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 사회 변화로 더욱더 심해지고, 그에 따라 군자와 소인의 관계도 달라집니다.
어떻게 달라지는가?
(3) 군자는 누구인가?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에는 철기의 도입과 우경(牛耕)의 확산으로 농업생산력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그에 따라 전통이던 씨족공동체의 집단 농업은 새로운 가족 단위 농업으로 바뀌면서 농가들 가운데 은호(殷戶, 富農)라는 새로운 지주가 등장합니다.
게다가 잉여생산력의 증가와 함께 발달한 수공업과 상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상인들도 새로운 지주로 등장합니다.
마침내 새로운 세상을 만나 소인들이 막강한 부(富)를 축척하게 되었고, 그렇게 부를 축척한 소인들이 그동안 지배와 피지배로 굳어진 계급 관리를 뒤흔들게 됩니다.
그동안 소외계층으로 무시당하던 소인들이 축척한 부를 바탕으로 군자와 똑같은 대접을 받겠다며 들고 일어나면서 이를 억누르려는 군자와 충돌을 빚습니다.
子曰: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는 차이를 인정하는 조화를 도모하지 모두 똑같게 하려 하지 않는다. 소인은 모두 똑같게 하려 하지 차이를 인정하는 조화를 추구하지않는다.
공자가 활약하던 춘추시대의 심각한 계급 갈등을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군자는 덕(德)을 생각하고, 소인(小人)은 땅(土)을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때까지 군자는 글을 읽고 소인은 땅을 파는 계급이었습니다. 군자는 위에서 다스리는 사람이고, 소인은 다스림을 받는 사람으로 아래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겁니다.
소인이 제한된 범위에서나마 일정 부분 자유와 권리를 얻게 되자. 지배하는 군자와 지배받던 소인이라는 이분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연히 지배와 피지배라는 이분 구도로 짜진 군자와 소인의 관계에서 이익을 차지하는 쪽인 군자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가 흔들이는 것을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치고 올라오려는 소인들을 향해서 '군자와 소인은 계급이 다르니 서로 다르게 부여된 사명의 차이를 인정하고 저마다 다른 사명을 수행함으로써 전체 사회의 조화를 이뤄야지, 두 계급이 아무 구분 없이 같아져 버리면 안 된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소인들은 '차이를 인정하는 조화라는 것에는 지배와 피지배로 짜진 계급 구분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진 것 아니냐, 이런 계급 구분에서 우리는 항상 손해만 봤다, 부(富)도 어느정도 축척됐으니 이제는 군자인 너희들과 차이 없이 같아져야 하겠다'고 맞받아친 겁니다.
이렇게 철기발명으로 빚어진 산업 생산력이 폭발하는 확대는 서주(西周) 시대까지 안정되게 유지되던 군자와 소인의 이분 구도를 무너뜨리는 물질 토대를 제공했고,
지배하는 군자와 지배받는 소인 사이의 계급 갈등이 춘추전국시대 혼란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공자가 등장해 군자와 소인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 합니다 .이른바 군자와 소인의 세 번째 의미가 생겨난 겁니다.
행복 실현자로서 군자
(1) 행복 실현자로서 군자
공자가 부여했다는 군자와 소인의 세 번째 의미는 무엇인가?
주(周)나라 봉건제가 실시되던 초기에 군자는 글자 그대로 '군주의 아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군주의 친척을 가리키던 말로 쓰였습니다.
군자는 대종인 군주의 아들을 가리키고, 소인은 소종의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이었습니다. 군자는 귀족 집안의 적장자를 가리키는 말이고, 소인은 적장자를 뺀 나머지 아들들을 가리키는 게 첫 번째 의미의 군자와 소인이 었습니다.
첫 번째 의미의 군자와 소인은 단지 귀족 집안에서 서열을 가르는 말로 쓰일 뿐 모두 지배계층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흘러 세대가 오래 누적되면서 족(族)이 갈라지고, 소종인 사람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두 번째 의미의 군자와 소인이 생겨납니다.
본래 귀족 집안의 적장자와 나머지 아들들을 가리키던 군자와 소인이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분열되어 대립하는 관계로 바뀐 겁니다.
공자(孔子)와 똑같이 춘추시대에 활약했던 노(魯)나라 학자로 알려진 좌구명(左丘明)이 엮은 '춘추좌전' 노(魯)나라 양공(襄公) 13년 조(條)의 다음과 같은 대목이 군주와 소인의 의미가 바뀐 것을 잘 보여 줍니다.
世之治也, 君子向能而讓其下, 小人農力以事其上.
세상이 잘 다스려졌을 때에는 군자들은 능력을 숭상하여 아랫사람에게 양보하고 소인들은 농사일에 열중하여 윗사람을 섬겼다.
是以上下有禮而讒慝黜遠.
이 때문에 상하 모두가 예를 잘 지키며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은 경멸을 받고 멀리 쫓겨났다.
(…)
及其亂也, 君子稱其功以加小人, 小人伐其, 其以馮君子.
세상의 질서가 어지러워졌을 때에는 군자들이 자신의 공적을 뽐내어 소인을 억압하고 소인은 실제적인 기량을 가지고 군자들에 대항하였다.
是以上下無禮, 亂虐並生.
이 때문에 상하 모두가 예(禮)를 지키지 않아 어지러움과 학정이 동시에 생겨났다.
노(魯)나라 양공(襄公) 13년이면 서기전 559년으로 주(周)나라 봉건제가 실시되고 450년 정도 지난 춘추시대 중기에 해당합니다. 서주시대 초기에는 원만했던 군주와 소인의 관계가 춘추시대가 되면서 서로 갈등하고 대립하는 관계로 바뀐 겁니다.
세상이 다스려지던 서주시대 초기에는 의덕(懿德)이 발휘돼 군자와 소인의 관계가 원활하게 유지 되었지만, 세상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한 춘추시대가 되면 혼덕(昏德)이 판을 쳐 군자와 소인이 갈등하고 대립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곧, 혈연을 매개로 하던 첫 번째 의미가 계급을 대변하는 두 번째 의미로 바뀌어서 군자는 지배계급인 통치자를 가리키고, 소인은 피지배계층인 평민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는데 이런 의미의 군자와 소인은 공자가 등장하면서 또 한 번 바뀌게 됩니다.
子謂子夏曰: 女爲君子儒, 無爲小人儒.
선생님께서 자하한테 말씀하셨다. '너는 군자유(君子儒)가 되지 소인유(小人儒)가 되지 마라.'
공자가 제자인 자하(子夏)한테 군자다운 유(儒)가 되어야지 소인다운 유(儒)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타이르는 말입니다.
유(儒)는 본디 제사 같은 의례를 담당하던 은(殷)의 종교 지식인들로, 은(殷)이 멸망한 뒤에는 주(周)나라 통치체제를 보존하고 강화하는 이데올로기를 전승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공자 시대에 와서 그런 이데올로기 질서가 무시됩니다.
대다수 권력자가 자신의 신분을 무시하고 본래 상위 신분에 속했던 예(醴)를 자기 것으로 참월(僭越)하는 일이 빈번히 벌어진 것입니다.
그렇게 지배계층의 전통과 문화가 몰락하는 시대에 살았던 공자는 유(儒)의 학문 전통을 이어받아 유가(儒家)를 창시한 겁니다.
여기서 유(儒)는 배우는 이(學者)를 가리키는 말로, 군자유(君子儒)는 자기 자신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고, 소인유(小人儒)는 남한테 잘 보여 명예를 얻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을 말하는데로, 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은 군자와 소인을 다음과 같이 구별합니다.
儒子, 學道之人, 所學者, 詩書禮樂典章法度.
유자(儒者)는 도(道)를 배우는 사람으로, 그가 익히는 것은 시(時), 서(書), 예(禮), 악(樂)과 전장(典章) 법도(法度)이다.
然其習之也,
其心爲道則君子儒也,
其心爲名則小人儒也.
그러나 그런 것들을 익힐 때, 도(道)를 실현하겠다는 마음으로 하면 군자유이고, 이름(名)을 얻기 위한 마음으로 하면 소인유이다.
군자와 소인을 나누는 기준이 의(義)와 이(利)가 아니라 도(道)와 명(名)이라는 겁니다. 곧 도(道)를 밝히기 위해 배우는 사람이 군자유이고, 자신의 이름(名)을 내세우기 위해 배우는 사람이 소인유라는 것이지요.
어떻게 풀이하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군자와 소인을 나누는 기준이 신분과 지위가 아니라는 겁니다.
공자는 그때까지 군자와 소인은 지위와 신분에 따라 나눠지던 군자와 소인의 구분을 도덕과 인격의 수양 정도로 나누었던 겁니다.
지배계층에 속하는 사람이 군자이고 피지배계층에 속하는 사람이 소인이라는 구별을 도덕 인격을 완성한 사람이 군자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소인이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군자는 단순히 지배계층에 속하는 지식인이나 교양인이 아니라 문화교양의 바탕이 되는 도덕 인격을 완성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된 것입니다.
(2) 행복 실현자로서 군자
공자는 그때까지 지배계층인 통치자와 피지배계층인 평민을 가르던 계급 개념인 군자와 소인을 인격 개념으로 바꾸어서, 군자는 바람직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고, 소인은 그런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씁니다.
혈연을 매개로 한 첫 번째 의미가 계급을 대변하는 두 번째 의미로 바뀐 것을 공자가 등장해 인격을 기준으로 하는 세 번째 의미로 바꾼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군자와 소인이 인격을 기준으로 한 개념으로만 쓰인 건 아닙니다. 공자도 군자와 소인을 기존 의미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季康子問政於孔子曰: 如殺無道以就有道, 何如.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으면서 말했다. '만약 무도한 놈을 죽여서 도가 있는 세상을 만들면 어떻습니까?'
孔子對曰: 子爲政焉用殺. 子欲善而民善矣.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必偃.
공자가 대답했다. '그대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어찌 죽이는 방법을 쓰십니까. 그대가 선하고자 하면 백성들도 선하게 될 터인데 말입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 같아서,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됩니다.'
계강자는 공자의 고국인 노(魯)나라 말기에 국정을 제 마음대로 주무르던 대부(大夫) 계환자(季桓子)의 아들인데 적자(嫡子)가 아닌 서자(庶子)였던 인물입니다.
서자인 까닭에 아버지의 뒤를 이을 수가 없는데 아버지가 죽자 적장자를 죽이고 자신이 대부 자리를 꿰찬 인물입니다. 말하자면 적장자의 자리를 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노나라는 이미 중엽부터는 임금을 모시는 대부가 정권을 빼앗아 나랏일을 제멋대로 하였고, 그런 못된 버릇은 고스란히 대부의 가신(家臣)들에게도 전해져 나라의 질서가 문란해지면서 도둑 같이 무도한 자가 들끓게 되었습니다.
대부는 임금의 권력을 훔치고, 서자(庶子)는 적장자(嫡長子)의 자리를 훔치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니, 백성들이 도둑질하는 것은 어쩌면 아주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강자가 공자에게 나라를 바로잡는 방법을 물으니, 공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季康子患盜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 不竊.
계강자가 도둑을 걱정하면서 공자에게 대책을 묻자, 공자가 대답했다. '만일 그대가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백성들에게 상을 준다고 해도 훔치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계강자는 공자가 도둑 같은 놈들은 싹 쓸어다가 모조리 죽여 버리면, 백성들이 무서워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을 겁니다.
그런데 공자는 엉뚱하게도 계강자 당신부터 탐욕을 버리라고 말합니다. 당신부터 탐욕을 버리면 아랫사람들도 탐욕을 버려 나라는 저절로 잘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아지는 법, 윗사람이 먼저 선을 향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어째서 그런가? 공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 같아서,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된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니, 군자가 먼저 나서서 선한 모범을 보이면 백성들은 풀이 바람에 따라 쓰러지듯이 자연스럽게 선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만큼 피치자에 대한 통치자의 감화력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자기 자신을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정권을 잡는 일에만 혈안이 된 오늘날의 우리 정치인들이 가슴 깊이 들었으면 하는 소리인데, 여기서 군자는 대부인 계강자처럼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통치자를 가리키고, 소인은 피치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이렇게 공자도 군자와 소인을 기존 의미대로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을 가리키는 말로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특별하고, 논어 전체를 통해 보면 군자와 소인은 인격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대조됩니다.
공자가 군자를 말할 때는 통치자가 갖추어야만 하는 바람직한 인격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군자는 바람직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고 소인은 바람직한 인격을 이루지 못한 못난이라는 겁니다.
(3) 행복 실현자로서 군자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단순한 통치자가 아닙니다. 행정주체로서 바람직한 인격을 갖춘 통치자라야 진정한 의미의 군자인데, 이런 의미의 군자는 서구의 젠틀맨(gentleman)과 매우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젠틀맨도 본래는 사회 지위가 우월한 집안에 태어난 사람을 가리켰으나, 지금은 출생 신분을 불문하고 올바른 태도와 교양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게 보통입니다. 이런 까닭에 크릴은 군자를 '젠틀맨'으로 번역합니다.
군자는 젠틀맨이고 소인은 보통사람이라는 겁니다. 젠틀맨은 '태어나다'를 뜻하는 라틴어 젠(gen)에서 나온 말로, '가문이 좋은'을 뜻하는 젠틀(gentle)과 '남자'를 뜻하는 맨(man)의 합성어로 '좋은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다가, 나중에 '신사'라는 의미로 발전합니다. 공자가 말하는 바람직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바로 신사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군자가 갖추어야 하는 바람직한 인격은 무엇인가? 도대체 어떤 인격을 갖추어야만 행정주체로서 진정한 의미의 군자라 부를 수 있는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행정주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사람을 군자라 하겠습니다.
司馬牛問君子, 子曰: 君子不憂不懼.
사마우가 군자에 대해 묻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걱정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曰: 不憂不懼, 斯謂之君子矣乎.
사마우가 다시 물었다. '걱정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 이를 일컬어 군자라고 할 수 있습니까?'
子曰: 內省不疚, 夫何憂何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안으로 살펴서 거리낄 게 없다면, 어찌 걱정할 게 있고, 어찌 두려워할 게 있겠느냐?'
사마우(司馬牛)라는 제자가 군자에 대해 묻자 공자가 걱정하지도 않고 두려워 하지도 않는 불우불구(不憂利瞿)가 군자의 자질이라고 대답하는 대목입니다.
불우불구는 걱정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안으로 살펴서 거리낄 게 없는 사람, 그래서 걱정할 것도 없고 두려워할 것도 없는 사람이 진정한 군자라는 겁니다.
안으로 살핀다는 게 무슨 말인가? 무슨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문제의 원인을 바깥에서 찾는 게 아니라 자기 안에서 찾는다는 겁니다. 모든 걸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로 시작한다는 말입니다.
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군자는 자기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한테서 구한다.
소인(小人)은 잘못된 일의 책임과 원인을 바깥에서 찾습니다. 일이 잘되면 모두가 자기 탓이라고 떠버리다, 일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불평하고 원망합니다. 어떻게든 눈을 바깥으로 돌려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합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질 못하니 자신을 갈고 닦는 발전이 없습니다. 자신을 갈고 닦지 못해 늘 제자리걸음이 아니라 뒷걸음치는 잘못을 저지릅니다.
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신(神)이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이니까 잘못을 저지르는 겁니다. 어찌 보면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그래도 괜찮습니다.
잘못을 저지르되 고치기만 한다면 허물이 없는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잘못을 고쳐서 똑같은 잘못을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면 됩니다. 잘못을 저지른 게 문제가 아닙니다.
잘못을 저지르고서도 고치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過者, 不得中之名.
과(過)라는 것은 중도(中道)을 얻지 못한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過而失中者, 改而得中則不謂之過.
지나쳐서 중도(中道)를 잃은 사람이 잘못을 고쳐서 중도를 얻으면 잘못(過)이라고 하지 않는다.
若仍其過而不改則斯謂之罪過矣
만약 그 잘못을 그대로 저지르면서 고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죄과(罪過), 곧 죄가 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잘못을 저지르는 게 아니라 잘못을 저지르고도 고치지 않는 게 진짜 잘못이고, 그런 잘못이야말로 죄(罪)를 짓는 것이라는 겁니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어쩌다 모르고 하는 것이지만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은 일부러 그러는 겁니다. 그것은 죄(罪)를 짓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습니다.
소인은 이렇게 잘못을 저지르면 남의 탓만 하다가 죄까지 저지릅니다. 하지만 군자는 다릅니다. 군자는 무슨 일이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 잘못되더라도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 않고 모든 걸 자신의 탓으로 돌립니다.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모두 자기 탓이라고 끌어안습니다.
子曰: 躬自厚而薄責於人則遠怨矣.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몸소 나서서 자기 잘못은 혹독하게 꾸짖고, 남의 잘못은 너그럽게 꾸짖으면 원망을 멀리하게 된다.'
군자(君子)는 자기한테는 엄격하고 남들한테는 너그럽습니다. 자기 잘못은 혹독하게 꾸짖고, 남의 잘못은 너그럽게 받아줍니다. 자기 잘못을 가혹하게 꾸짖으니 남을 원망할 필요가 없고,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꾸짖으니 남이 나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끌어안아 고칩니다. 어떻게 고치는가? 맹자(孟子)는 이렇게 말합니다.
愛人不親反其仁.
사람을 사랑했는데 가까워지지 않으면 자신의 인함(仁)을 돌아보라.
治人不治反其智.
사람을 다스리는데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돌아보라.
禮人不答反其敬.
사람한테 예로 대했는데 합당한 반응이 없으면 자신의 공경함을 돌아보라.
行有不得者皆反求諸己.
무슨 일을 했는데도 이루어지지 않는 게 있다면 모두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
其身正而天下歸之.
자기 자신이 바르게 되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돌아온다.
順天者存 逆天者亡.
하늘의 뜻에 따르는 사람은 잘되고, 하늘의 뜻에 거슬리는 사람은 망하는 법이다.
우리 속담에 '잘되면 내 탓,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흔히 성공은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 같은 내부요인의 탓으로 돌리고, 실패는 운이 나쁘거나 상황 같은 외부요인의 탓으로 돌리는데, 이를 자기본위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부릅니다.
무슨 일을 실패했을 때는 그 책임을 상황 탓으로 돌림으로써 자존심의 손상을 막을 수 있고, 성공했을 때는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림으로써 자존심을 고양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본위편향은 자존심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의 자연스런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공자가 말하는 군자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군자는 무슨 일이든 잘못되었을 때, 남을 원망하지 않고 그 잘못을 자신에게서 찾습니다. 행동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의 소재를 자기 자신한테서 찾는 '자기책임성'이야말로 군자의 핵심 덕목입니다.
이런 자기책임성에 따라 군자는 먼저 남을 사랑하는데 그와 가까워지지 않으면 그를 원망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사랑을 돌이켜 봅니다.
남을 다스리는데 다스려지지 않으면 그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의 지혜가 모자란 게 아닌지를 반성합니다.
남을 예(禮)로 대했는데도 합당한 답례가 없으면 그를 욕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태도가 잘못되지 않았는가를 돌이켜 봅니다. 그래야 자기 잘못을 끌어안을 수 있고 고칠 수 있는 겁니다.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끌어안으니 당장은 힘들고 아프지만 곧바로 반성하고 고치니 아픈 만큼 성숙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다 보면 끝내는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볼 때 어떠한 부끄러움도 없기 때문입니다.
▶️ 君(임금 군)은 ❶형성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뜻을 나타내는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尹(윤, 군)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尹(윤, 군)은 손에 무엇인가를 갖는 모양으로 천하를 다스리다는 뜻과, 口(구)는 입으로 말, 기도하다의 뜻의 합(合)으로, 君(군)은 하늘에 기도하여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천하를 다스리는 사람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君자는 '임금'이나 '영주', '군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君자는 尹(다스릴 윤)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尹자는 권력을 상징하던 지휘봉을 들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스리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직책이 높은 사람을 뜻하는 尹자에 口자가 결합한 君자는 군주가 명령을 내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君(군)은 (1)친구나 손아랫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에 그 성이나 이름 아래에 붙여 쓰는 말 (2)조선시대, 고려 때, 서자(庶子) 출신인 왕자나 가까운 종친이나 공로가 있는 산하(傘下)에게 주던 작위(爵位). 고려 때는 종1품(從一品), 조선시대 때는 정1품(正一品)에서 종2품(從二品)까지였으며, 왕위(王位)에 있다가도 쫓겨나게 되면 군으로 강칭(降稱)되었음. 이를테면, 연산군(燕山君), 광해군(光海君) 등이다. 이와같은 뜻으로 ①임금, 영주(領主) ②남편(男便) ③부모(父母) ④아내 ⑤군자(君子) ⑥어진 이, 현자(賢者) ⑦조상(祖上)의 경칭(敬稱) ⑧그대, 자네 ⑨봉작(封爵) ⑩군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백성 민(民), 신하 신(臣)이다. 용례로는 세습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을 군주(君主), 군주가 다스리는 나라를 군국(君國), 임금의 명령을 군령(君令), 임금의 자리를 군위(君位), 학식과 덕행이 높은 사람을 군자(君子), 처방에 가장 주되는 약을 군제(君劑), 임금의 총애를 군총(君寵), 임금의 덕을 군덕(君德), 임금으로써 지켜야 할 도리를 군도(君道), 임금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군림(君臨), 임금과 신하를 군신(君臣), 남에게 대하여 자기의 아버지를 이르는 말을 가군(家君), 엄하게 길러 주는 어버이라는 뜻으로 남에게 자기의 아버지를 일컫는 말을 엄군(嚴君), 남의 남편의 높임말을 부군(夫君), 남의 부인의 높임말을 내군(內君), 거룩한 임금을 성군(聖君), 어진 임금을 인군(仁君), 재상을 달리 일컫는 말을 상군(相君), 임금께 충성을 다함을 충군(忠君), 포악한 군주를 폭군(暴君), 임금의 신임을 얻게 됨을 득군(得君), 덕행을 베푸는 어진 임금을 현군(賢君),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첫째는 부모가 다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 둘째는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워할 것이 없는 것 셋째는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군자삼락(君子三樂), 임금과 신하와 물과 물고기란 뜻으로 떨어질 수 없는 친밀한 관계를 일컫는 말을 군신수어(君臣水魚), 임금은 그 신하의 벼리가 되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군위신강(君爲臣綱),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군신유의(君臣有義),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똑같다는 말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임금과 신하 사이에 지켜야 할 큰 의리를 일컫는 말을 군신대의(君臣大義), 군자는 근본에 힘쓴다는 말을 군자무본(君子務本), 군자는 큰길을 택해서 간다는 뜻으로 군자는 숨어서 일을 도모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고 옳고 바르게 행동한다는 말을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하다는 말을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표범처럼 변한다는 뜻으로 가을에 새로 나는 표범의 털이 아름답듯이 군자는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르고 뚜렷하며 선으로 옮겨가는 행위가 빛난다는 군자표변(君子豹變),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아서 백성은 모두 그 풍화를 입는다는 뜻으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을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 임금이 치욕을 당하면 신하가 죽는다는 뜻으로 임금과 신하는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군욕신사(君辱臣死) 등에 쓰인다.
▶️ 子(아들 자)는 ❶상형문자로 어린 아이가 두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아들을 뜻한다. 지금의 子(자)라는 글자는 여러 가지 글자가 합쳐져 하나가 된 듯하다. 지지(地支)의 첫째인 子와 지지(地支)의 여섯째인 巳(사)와 자손의 뜻이나 사람의 신분이나 호칭 따위에 쓰인 子가 합침이다. 음(音)을 빌어 십이지(十二支)의 첫째 글자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子자는 ‘아들’이나 ‘자식’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子자는 포대기에 싸여있는 아이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양팔과 머리만이 그려져 있다. 고대에는 子자가 ‘아이’나 ‘자식’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중국이 부계사회로 전환된 이후부터는 ‘남자아이’를 뜻하게 되었고 후에 ‘자식’이나 ‘사람’, ‘당신’과 같은 뜻이 파생되었다. 그래서 子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아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子(자)는 (1)아주 작은 것을 나타내는 접미어 (2)신문(新聞), 잡지(雜誌) 따위 간행물(刊行物)의 어느 난을 맡은 기자(記者)가 자칭(自稱)할 때 쓰는 말 (3)십이지(十二支)의 첫째 쥐를 상징함 (4)자방(子方) (5)자시(子時) (6)글체에서, 그대의 뜻으로 쓰이는 구투(舊套) (7)글체에서, 아들의 뜻으로 쓰이는 말 (8)민법상에 있어서는 적출자(嫡出子), 서자(庶子), 사생자, 양자(養子)의 통틀어 일컬음 (9)공자(孔子)의 높임말 (10)성도(聖道)를 전하는 사람이나 또는 일가(一家)의 학설을 세운 사람의 높임말, 또는 그 사람들이 자기의 학설을 말한 책 (11)자작(子爵) 등의 뜻으로 ①아들 ②자식(子息) ③첫째 지지(地支) ④남자(男子) ⑤사람 ⑥당신(當身) ⑦경칭(敬稱) ⑧스승 ⑨열매 ⑩이자(利子) ⑪작위(爵位)의 이름 ⑫접미사(接尾辭) ⑬어조사(語助辭) ⑭번식하다 ⑮양자로 삼다 ⑯어리다 ⑰사랑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여자 녀/여(女), 어머니 모(母), 아버지 부(父)이다. 용례로는 아들과 딸의 높임말을 자녀(子女), 며느리 또는 아들의 아내를 자부(子婦), 아들과 사위를 자서(子壻), 아들과 손자 또는 후손을 자손(子孫), 아들과 딸의 총칭을 자식(子息), 남의 아들의 높임말을 자제(子弟), 십이시의 첫째 시를 자시(子時), 밤 12시를 자정(子正), 새끼 고양이를 자묘(子猫), 다른 나라의 법률을 이어받거나 본떠서 만든 법률을 자법(子法), 모선에 딸린 배를 자선(子船), 융통성이 없고 임기응변할 줄 모르는 사람을 자막집중(子莫執中), 자애로운 어머니의 마음을 자모지심(子母之心), 듣고 본 것이 아주 좁고 고루한 사람을 일컫는 자성제인(子誠齊人), 자식은 아비를 위해 아비의 나쁜 것을 숨긴다는 자위부은(子爲父隱)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德(큰 덕/덕 덕)은 ❶형성문자로 悳(덕)의 본자(本字), 徳(덕), 惪(덕)은 통자(通字), 㥀(덕), 恴(덕)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두인변(彳; 걷다, 자축거리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悳(덕)으로 이루어졌다. 悳(덕)은 바로 보다, 옳게 보는 일이고, 두인변(彳)部는 행동을 나타내고, 心(심)은 정신적인 사항임을 나타낸다. 그래서 德(덕)은 행실이 바른 일, 남이 보나 스스로 생각하나 바람직한 상태에 잘 부합하고 있는 일을 뜻한다. 본디 글자는 悳(덕)이었는데 나중에 德(덕)이 대신 쓰여졌다. ❷회의문자로 德자는 '은덕'이나 '선행'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德자는 彳(조금 걸을 척)자와 直(곧을 직)자,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금문에 나온 德자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다. 德자는 사람의 '행실이 바르다'라는 뜻을 위해 만든 글자이다. 그래서 直자는 곧게 바라보는 눈빛을 그린 것이고 心자는 '곧은 마음가짐'이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길을 뜻하는 彳자가 있으니 德자는 '곧은 마음으로 길을 걷는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길'이란 우리의 '삶'이나 '인생'을 비유한 것이다. 그러니 德자는 곧은 마음가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德(덕)은 (1)공정하고 포용성 있는 마음이나 품성(品性) (2)도덕적(道德的) 이상(理想) 또는 법칙(法則)에 좇아 확실히 의지(意志)를 결정할 수 있는 인격적(人格的) 능력(能力). 의무적(義務的) 선(善) 행위를 선택(選擇), 실행(實行)하는 습관(習慣). 윤리학(倫理學) 상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임 (3)덕분 (4)어떤 유리한 결과를 낳게 하는 원인(原因) (5)공덕(功德) 등의 뜻으로 ①크다 ②(덕으로)여기다 ③(덕을)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④고맙게 생각하다 ⑤오르다, 타다 ⑥덕(德), 도덕(道德) ⑦은덕(恩德) ⑧복(福), 행복(幸福) ⑨은혜(恩惠) ⑩선행(善行) ⑪행위(行爲), 절조(節操: 절개와 지조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⑫능력(能力), 작용(作用) ⑬가르침 ⑭어진 이, 현자(賢者) ⑮정의(正義) ⑯목성(木星: 별의 이름) ⑰주역(周易) 건괘(乾卦)의 상,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클 태(太)이다. 용례로는 덕이 높고 인망이 있음을 덕망(德望), 어질고 너그러운 행실을 덕행(德行), 덕행과 선행을 덕선(德善), 좋은 평판을 덕용(德容), 착하고 어진 마음으로 사귀는 벗을 덕우(德友), 덕행으로써 교화함을 덕화(德化), 덕이 두터움을 덕후(德厚), 덕의를 갖춘 본성을 덕성(德性), 덕으로 다스림을 덕치(德治), 잘 되라고 비는 말을 덕담(德談), 남에게 미치는 은덕의 혜택을 덕택(德澤), 어질고 너그러운 마음씨를 덕량(德量), 도리에 닿은 착한 말을 덕음(德音),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도덕(道德), 아름다운 덕성을 미덕(美德), 여러 사람을 위하여 착한 일을 많이 한 힘을 공덕(功德), 집안을 망치는 못된 언동을 망덕(忘德), 사람이 갖춘 덕 또는 사귀어 서로 도움을 받는 복을 인덕(人德), 아름다운 덕행을 휴덕(休德), 이랬다저랬다 변하기를 잘하는 성질이나 태도를 변덕(變德), 착하고 바른 덕행을 선덕(善德), 항상 덕을 가지고 세상일을 행하면 자연스럽게 이름도 서게 됨을 이르는 말을 덕건명립(德建名立), 덕행이 높고 인망이 두터움을 일컫는 말을 덕륭망존(德隆望尊), 덕을 닦는 데는 일정한 스승이 없다는 뜻으로 마주치는 환경이나 마주치는 사람 모두가 수행에 도움이 됨을 이르는 말을 덕무상사(德無常師), 사람이 살아가는 데 덕이 뿌리가 되고 재물은 사소한 부분이라는 말을 덕본재말(德本財末), 덕이 있는 사람은 덕으로 다른 사람을 감화시켜 따르게 하므로 결코 외롭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덕불고(德不孤),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롭지 않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좋은 행실은 서로 권장하라는 말을 덕업상권(德業相勸), 덕망이 높아 세상 사람의 사표가 된다는 말을 덕위인표(德爲人表),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덕필유린(德必有隣) 등에 쓰인다.
▶️ 風(바람 풍)은 ❶회의문자로 风(풍)은 간자(簡字), 凨(풍), 凬(풍), 凮(풍)은 고자(古字)이다. 무릇(凡)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병충(蟲)이 많이 번식한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람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바람’을 뜻하는 風자는 본래 봉황새를 그린 것이었다. 갑골문에 나온 風자를 보면 큰 날개와 꼬리를 가진 봉황이 그려져 있었다. 봉황은 고대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로 갑골문에 나온 風자는 바로 그 상상의 새를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風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라는 뜻으로 혼용되기 시작했다. 바람의 생성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고대인들은 봉황의 날갯짓으로 바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에는 風자가 ‘봉황’과 ‘바람’으로 혼용되기도 했지만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凡(무릇 범)자에 鳥(새 조)자가 결합한 鳳자가 ‘봉황새’를 뜻하게 되었고 봉황이 몰고 왔던 바람은 凡자에 虫(벌레 충)자가 더해진 風자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風(풍)은 (1)허황하여 믿음성이 없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 허풍 (2)바람을 막으려고 둘러 치는 천 (3)정신 작용, 근육 신축, 감각 등에 고장이 생긴 병. 전풍(顚風), 중풍(中風), 비풍(痺風) 따위 (4)원인을 알기 어려운 살갗의 질환(疾患). 두풍(頭風). 피풍(皮風). 아장풍(鵝掌風) 따위 등의 뜻으로 ①바람 ②가르침 ③풍속(風俗), 습속(習俗) ④경치(景致), 경관(景觀) ⑤모습 ⑥기질(氣質) ⑦병(病)의 이름, 감기(感氣), 중풍(中風: 뇌혈관의 장애로 인한 병) ⑧기세(氣勢: 기운차게 뻗치는 형세) ⑨절조(節操: 절개와 지조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⑩노래, 악곡(樂曲), 여러 나라 민요(民謠) ⑪뜻, 낌새 ⑫풍도(風度: 풍채와 태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⑬소식(消息), 풍문(風聞) ⑭멋대로, 꺼리낌 없이 ⑮바람을 쐬다 ⑯바람이 불다 ⑰풍간(諷諫)하다(완곡한 표현으로 잘못을 고치도록 말하다) ⑱감화시키다, 교육하다 ⑲외우다, 암송하다 ⑳유전(流轉)하다(이리저리 떠돌다), 떠돌다 ㉑암수가 서로 꾀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옛적부터 행하여 온 모든 생활에 관한 습관을 풍속(風俗), 바람의 세력을 풍력(風力), 음식의 고상한 맛을 풍미(風味), 기후와 토지의 상태를 풍토(風土), 바람이 부는 방향을 풍향(風向), 어떤 상황이나 형편이나 분위기 가운데에 있는 어느 곳의 모습을 풍경(風景),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풍파(風波), 속사를 떠나 풍치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일을 풍류(風流),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을 풍문(風聞), 뜨거운 바람을 열풍(熱風), 몹시 세게 부는 바람을 폭풍(暴風), 자기가 가는 방향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을 역풍(逆風),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을 훈풍(薰風), 갑자기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을 돌풍(突風),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을 광풍(狂風), 산수의 경치가 너무나 맑고 아름다움을 풍광명미(風光明媚),새가 높이 날 때는 바람은 그 밑에 있다는 풍사재하(風斯在下), 맑은 바람과 밝은 달 등(等)의 자연(自然)을 즐기는 사람을 이르는 풍월주인(風月主人),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흩어진다는 풍류운산(風流雲散),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풍수지탄(風樹之歎)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