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할배(87)는 나랑 작년에 같이 입원한 사람입니다. 한 서너달전부턴 다른 병실을 쓰고 있지만 처음 몇달은 한 병실에서 지내다 보니 정도 들고...늙으니들의 옹고집은 한대 쥐어 박기라도 하고 싶지만 항상 동정심으로 도와 줄려고 합니다. 전에 바둑 두다가 크게 함 싸우고는 인터넷 바둑을 합니다만...처음에는 밥 숫가락만 놔면 두었지요..
할배은 7급이다 말하고 난 정확히 급수는없습니다. 한번이라도 기원에 간적없고 고수를 만나 테스트 한적이 없으니..하여간 두다보면 이기는 것 보다 질때가 많죠..두판을 지면는 한점 더 깔고 다시 내리 두판을 지면 또 한점을 더 까는데 두 점을 깔면 내가 많이 이깁니다. 그럼 다시 맞둡니다... 그러다가 내가 먼저 흰돌을 잡고 둘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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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실력이 딸리는 판에 할배가 두번을 내리 둔다면 내가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데. .. 내가 둘 차레에 바둑돌을 고른다고 손으로 바둑돌을 만지면 내가 두었으니 자기가 둘차례다고 두는거 있죠?.
이럴때는 정말이지 바둑판으로 면상을 내리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납니다만...에고 그냥 판을 끝냅니다. 근데 며칠전에 내가 전동 힐체어를 싸고보니 할배도 이것이 좋다싶어..
할배한테 전동차를 가지고 가서 할배도 이젠 오토바이 타는거 위험하니 전동힐체어를 싸라 오토바이 팔고 중고 전동힐체어을 싸면 크게 돈안들이고 마음껏 외출 할 수 있다고 말하니 좋다싶은지..당장 자기 아들한테 전화를 해주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들한테 전화를 하니 아들과 며느리가 왔었습니다..
"아저씨가 바람잡이입니다."
나를 본 며느리가 대뜸 한말이죠...전에야 내가 할배 이발 해주고 도서관에서 책빌려와주고 시장에도 같이 다니면서 동무해주니 고맙다고 추석 명절때는조그만 세제도 선물 하였는데.....이런일이.. 내가 넘 주제 넘었나?
며느리가 한말도 관용심이 생깁니다.오랜시간을 함께하다보니 피해도 입혔지요.. 내가 십전대보탕을 권해서 며느리가 와서 십전대보탕을 지어주고 ; 십전대보탕 먹으도 별로다하여 다음에는 인삼을 먹어보라고 두채를 싸 드렸는데 영감이 욕심내어 한참에 많이 먹다보니 소화가 안되어 며칠 고생하다가 남은 인삼을 며느리가 가져 간 적도 있었습니다..내가 먹으니 배암술 백만넌짜리 더 좋든데...ㅋㅋ
할배..내가 오트바이를 팔고 그 돈 보태서 전동힐체어를 쌀테니까 허락하다오.
아들..아버지는 전에도 보청기를 5십만원 짜리도 싸줘도 안하고..2백사십만원짜리도 내 팽개치고 전동차가 애들 껌값인냐..
나...그럼 시에서 주는 임대 힐체어도 있다고 하니 함 알아보세요..
뭐...대충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간뒤..저녁에 할배한테 내가 말했죠..
"할배 암만 할배가 아들 교육 많이 시키고 돈 잘 벌어 "느거가 내 땜에 이렇게 잘사니 새 전동차을 사겠다'하는것은 나도 용납 못한다"..솔직히 할배가 그렇게 비싼 전동차를 싸서 일주일도 못타고 기저기 찰 수도 있는데..그러니 고집 부리지 말고 중고를 싸라고 하니 그때야..그럼 그렇게 할테니 아들한테 연락해줘라 해서 또 전화했습니다.
글자 아들과 며느리가 할배델고 중고 스쿠퍼를 보고 왔는데 할배는 영 마음에 안찻죠...다음날 내가 외출했다가 전에 입원환자 가족을 만났는데 ..자기가 전동차를 판다하드군요...
가격도 적당하고 기종도 나랑 똑같아서 할배가 엄청 좋아했죠..나도 그 가격이면 아들과 며느리도 오케이 할줄알고 전화를 하니...아뿔사 이기 뭔일 아들은 보건소에 임대힐체을 알아보는 중이던군요..어제는 아들이 할배를 데리고 임대 힐체어를 보고 왔는데 할배말이 보건소 직원이 "이것은 실내에서 타기는 좋고 외출용은 밧데리 용량이 부족해서 반드시 보호자가 대동하고 나가야한다하니 낙심이 되어서 그때부터 오늘 아침까지 5끼를 금식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엔 "할배..그렇잫아도 기운 없는 사람이 이렇게 안 먹으면 죽는다"하면서 새맘먹고 힘내고 용량 부족한것은 큰거로 바꿔끼면 된다고 해도 내꺼랑 같은걸 아니면 하고 싶지 않는가봐요...
에고 내가 할배생각해서 권했는 일인데 아들한테는 바람잡이로 몰리고 할배한테 빨리 죽게 만드는 실수를 했구만요..
내가 구입한 전동힐체어...좋죠.?완저이 지갑 다줬죠..무료나 정부보조금을 받는 것은 특급 장애인이라야 되드군요.
첫댓글 저도 지난번에 울 엄니 사드리려고 했더니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젊고 정신이 말짱한 사람이면 몰라도 운동신경이 둔한 노인은 위험해서 안된다고.. 그래서 그냥 밀고다니는 실버카를 사드렸어요.. 동네에 지인도 아버님 타시라고 비싼 가격에 사드렸더니 위험해서 못타셔서 다른 분께 반값에 팔았다고 하더라구요.. 판단력이 좀 뒤 떨어지는 연로하신 분은 좀 혼자 다니시기 위험하단 생각이들더라구요..
우짜다가 전동 휠체어까지 타시게 되었다요...건강은 건강할때 지키랬다고 그때 쫌만 참고 치료를 받으셨더라면...지나간 일 후회해봤자 바보같은 짓...운전 조심하면서 건강 되찾을 수 있도록 하세요...
수술로는 안되는가보네요. 그래도 휠체어가 있으니 다행입니다. 연세 높으신 할배는 좀 무리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