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길에 점포정리를 하는 비디오 대여점을 보았다.
그 곳에는 주로 최신프로 몇개만 가져다 놓고 대여하는 곳이라 취향에 맞지 않아 한 번도 이용한적 없던 곳이기도 했다.
그냥 지니치려다 구경삼아 슬쩍 들러보았다.
아무리 꼼꼼히 살펴보아도 역시나 맘에 드는 영화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좋아하는 봉준호 감독의 '플란더스의 개'에 천원 딱지가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
천원쯤이야...
또 그러다 이천원 딱지가 붙은 '레퀴엠'을 발견했다. 처절함과 비참함과 절박함이 뒤범벅된 이 퇴폐한 영화를 나는 잊지 못하고 있었다.
이천원쯤이야..
그렇게 또 작년 부산국제 영화제때 관객상을 수상한 "선택"을 보게 되었다. 좋은 흥행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진지하고 우리가 지나쳐서는 안돼는 영화라는 친구의 과도한 칭찬이 생각났다.
4천원...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겠지...
그러다 그만, 그렇게도 보고싶었던 열혈 영화 팬 K언니의 베스트 영화중 하나라는 "12명의 성난 사람들"을 발견했다.
한 18세 소년의 살인사건을 다루는 이 영화는 배심원 실에서 12명의 배심원들이 유죄나 무죄냐를 결정하는 굉장히 심리적인 영화라고 들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아직 비닐도 벗겨지지 않은체 한 구석에 꽂혀있었다는 사실이다.
난 아직 누구도 한번 돌려보지 않은 새 비디오를 5천에 구입했다.
듬성듬성 인기작들이 빠져나간 제법 헬슥해진 비디오 대여점에서 난 횡재한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천원 이천원 사천원 오천원 즉 만이천원어치의 비디오를 천원 깎아서 사고말았다.
흐흐흐..
첫댓글 그런 것 잘못 사면, 틀어보니 전원일기 나오고 그런 경우가 있다고 티비에서 본 것 같네요.
하하.. 그래도 비디오 대여점인데.. 그 사람들 이사 갈것도 아니고.. 한동네서 설마요..그리고 제가 백여개의 비됴를 구입하는 동안 이따금 곰팡이는 피었을 지언정 전원일기를 본적은 없던 듯 ㅋㅋ
헉... 아찔한 기억이 나요. 딸아이랑 비디오 빌려다 보는데, 중간에 포르노가 나오는 거예요. 순간 식은땀 자르륵... 그런데 너무나 열심히 보고있던 딸아이! (ㅋㅋ) 덕분에 대여점에 가서 막 화난 척하고 비디오 다섯 개 공짜로 봤었지요. 공짜 너무 좋아하면 머리 벗겨진다지만, 우리 집안엔 대머리가 없으니까! (ㅋㅋ)
화난"척"이라 함은 즉 세상님도 속으로 좋았다는 말씀..ㅋㅋㅋ
비디오가 없어서...(dvd중고정리하는게 없나...)
에고..우리집도..비됴는 없다..흑..
비디오는 있는데 선이 없네... 내 팔자에 무슨 비디오랴 싶어 영화를 보러 가지요.키키키키
영화는 영화관에서..(비 개봉작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