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0일 불날
날씨: 9월인데 왜 이렇게 덥지... 너무 덥고 습하다.
제목: 아침열기 시간에 나눈 이야기
아침엔 늘 일어나기 힘들다. 어제 커피를 많이 마셔서인지 잠이 안와 늦게까지 뒤척였고 오늘 아침엔 역시나 일어나기 힘들었다. 일찍 자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사실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하다는 것은 핑계다. 지난주까지는 개학 적응기였는지 더 많이 고단하고 졸리고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나은 것 같다. 아침에 아이들이 쓴 글똥누기 공책을 봤다. 아이들도 대체로 늘 고단하다거나 주말을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오늘은 지수 공책에 다리가 아프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어서 걱정되어 물어보니 어제 수원 나들이를 다녀와서 그런 것 같다고 한다. 곧 부모님들과 걷기여행을 가야하는데 조금 걱정이다.
오늘은 본디 아침 산책을 하는 날인데 함께 이야기하고 정해야 하는 것들이 있어서 아침산책 대신 텃밭에 물을 주고 얼린 망고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카드놀이 이야기다. 카드놀이를 모두 좋아하지만 줄곧 카드놀이만 하는 것과 다툼이 생기는 것 때문에 지난주 한 주 동안 하지 않고 이번 주에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땡땡이와 뿅뿅이가 다툼이 있으면 일주일동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다투는 어린이는 주로 홍홍이와 쿵쿵이라 조금 세게 이야기 하나 싶기도 했는데 홍홍이와 쿵쿵이가 하지 않으면 두 어린이도 하지 못하는데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쿵쿵이는 조금 줄이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지만 땡땡이와 뿅뿅이가 강하게 이야기 하니 덧붙이지는 않는다.카드놀이 규칙은 이렇게 정해졌다. 1. 싸움을 하면 싸운 어린이들은 학교에 나오는 날짜를 기준으로 닷새 동안 카드 놀이를 하지 못한다. 2.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그것을 싸움이라고 이야기 하면 그건 싸운 거다. 3. 가지고 놀다가 다른 규칙이 더 필요하면 그 때 이야기해서 정한다. 아이들이 만든 규칙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살펴봐야겠다.
두 번째 이야기는 함께 스스로 공부이다. 스스로 공부를 할 때면 고민이 많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뭘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너희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정해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은 정해져 있는 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 힘들어했다. 특히 함께하는 스스로 공부는 저마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하다보면 할 수 있는 것이 더 없어진다. 간신히 나들이를 가는 것까지는 정해졌지만 어디를 가야할지 정하기 어려워했다. 여기는 이래서 싫고 저기는 저래서 싫고 이야기 나누기 귀찮고... 그래서 대충 정하고... 지난주에 결국 나는 화를 냈다. 착한 아이들이라 다행히 내가 없는 사이에 나름의 방법을 고민해서 오늘 잘 정할 수 있었다. 부드럽게 이야기 해도 충분히 알아듣고 나름 생각이 있는 아아들인데 화를 내며 이야기 한 것이 부끄럽고 미안하다. 6학년 모둠을 맡으면서 목표로 아이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싶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하루하루 삶이되면 그렇게 잘 안 된다. 아이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아침열기 시간에 다시 한 번 아이들과 재미있게 잘 지내고 싶은 내 다짐을 아이들에게 들려줘야겠다.
첫댓글 선생님의 고민과 다짐을 들려주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힘이라 생각해요. 우리 맑은샘학교 어린이들이 참 복있다는 마음이 듭니다. 보고 배우는 깊은샘 아이들에게 큰 힘으로 자리잡을 거라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요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