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사업 위기설, 과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국내 반도체 기업이 위기에 직면한 것일까? 최근 미국 반도체 주가가 연일 건재함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장 ‘국내 반도체 사업 위기설’까지 넘실거리고 있다. 대대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반도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천명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출처=뉴시스
불안요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불안요소는 당연한 말이지만 공통분모가 있다. 그러나 공통분모 외 각자의 집중영역에 따라 특수한 상황도 연출하고 있다. 일단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로 분류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자리를 지속적으로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퍼지는 것은 분명하다. 매출 기준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이 인텔을 1% 내외로 바짝 추격하는 상황이지만 ‘미래 리스크’가 분명하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먼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성장세가 멈추고 있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IFA 2015에서 갤럭시노트5를 공개하지 않고, 별도의 언팩을 열어 미국에서 최초로 갤럭시노트5를 공개한 바 있다. 9월 출시되는 아이폰6S를 의식한 행보지만, 여기에는 IFA 2015라는 무대의 특성도 관련되어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IFA 2015는 사물인터넷에 방점을 찍은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 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로 인해 상징과도 같은 스마트폰은 크게 주목받을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IFA 2015에서 오래된 왕좌를 지키던 TV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모바일 기기 시장이 크게 축소된 상황에서 그 핵심인 스마트폰 성장세는 조금씩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 및 갤럭시노트5를 통해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시리즈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약간의 완충지대를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반적인 모바일 기기 시장의 위축은 결국 반도체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밖에 없으며, 이런 분위기는 삼성전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하다. 중국 현지 스마트폰 및 제조사들도 저조한 판매실적으로 울상짓는 상황에서 부품업체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정리하자면, 글로벌 모바일 기기 시장이 주춤하며 부품업체까지 타격을 입었으며, 이는 고스란히 반도체를 주력으로 삼는 기업들의 부담으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PC용 D램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대목도 문제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는 1일 PC용 4Gb(기가비트) D램 단품 가격이 지난달 말 기준 2.17달러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PC수요가 줄어들며 PC용 D램 가격도 크게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불안요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절하게 넘기고 있다. 이들은 모바일 D램의 수요를 늘리며 PC용 D램 수요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넘기지 못할 산이 아니다.
▲ SK하이닉스 비전 선포식. 출처=뉴시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중국이다. 일단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엄청난 상태에서 해당시장의 정체는 국내 반도체 업체에도 엄청난 타격이다. 시장조사기관 번스타인은 중국 스마트폰 판매가 2017년까지 약 4억대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 지점에서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하며 최근 각각 15조6000억 원, 10년간 46조원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경기 둔화가 아시아 지역의 반도체 업계를 연쇄적으로 후려치는 셈이다. 특히 D램의 40%를 중국에 납품하는 SK하이닉스가 의외의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중국과 관련된 더욱 거대한 위기는 중국 그 자체에 있다. 현재 중국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블랙홀로 여겨진다. 지난해 무려 2076억 달러(244조원)의 반도체를 수입했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반도체 브랜드는 미비한 수준이고 자급률도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반도체를 먹어치우는 거대한 내수시장은 그 자체로 강력한 경쟁력이자, 이에 의지하는 많은 기업들의 불안요소다.
그러나 중국은 디스플레이와 태양광처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중국정부의 반도체 시장 성장 로드맵이 인수합병을 통한 ‘급성장’에 포인트가 찍혀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14일 중국 공업정보화부(工業和信息化部)는 약 1200억 위안(2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풀어 반도체 회사의 인수합병을 1차적으로 독려했다. 이 지점에서 중국 최대 팹리스 반도체 업체인 칭화유니그룹이 미국의 마이크론 인수에 나선다는 보도가 흘러나왔으며, 다양한 기업들이 자국, 혹은 외국에서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했다.
▲ 알텔라. 출처=뉴시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방식이 일종의 공식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최강자인 인텔이 최근 디지털 회로 칩인 PLD(programmable logic devices)와 FPGAs(field programmable gate arrays)를 생산하는 전문기업인 알텔라를 전격적으로 인수한 지점이 대표적이다.
당장 컴퓨터 마이크로프로세서(MPU) 시장에서 80% 넘는 점유율을 가진 인텔이 PLD와 FPGA 경쟁력을 가진 알텔라를 인수하며 약 20억 달러의 매출증대 효과를 누렸다. 결론적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인수합병은 단시간에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삼성전자 평택라인 부지. 출처=뉴시스
위기일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가시설확충을 통해 승부수를 던진 상황이지만, 이들이 언제까지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남을 것이라고 100% 확신할 수 없다. 이 지점에서 파운드리와 팹리스를 오가며 인수합병을 통해 막강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중국 반도체 경쟁력과, 불안한 중국경제의 여파에서 오는 아시아 부품업체 공포가 겹치며 현재의 혼란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기업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7.6%로 2위, SK 하이닉스가 4.0%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국내 반도체 위기론의 실체는 중국에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두고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는 것에는 다소 이견의 여지가 있다. 일단 낸드플래시에 있어 각각 삼성전자가 35.3%, SK하이닉스가 15.2%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D램은 삼성전자가 45.1%, SK하이닉스가 27.7%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도 오르고 있어 전체 점유율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을 바짝 추격하는 상황이다.
결국 중국발 위기가 심하다고 하지만 팹리스와 파운드리에 머물러 있는 중국이 외국과의 파격적인 인수합병을 성사시키지 않는 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근간을 흔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만, 미세공정 측면에서도 삼성전자는 확실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대만의 TSMC 정도가 10나노급 공정을 두고 양산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더블패터닝과 쿼드러플 패터닝 방식을 내세운 삼성전자와 EUV를 내세운 TSMC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결국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중국발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고 하지만, 미세공정 및 자체 소화 생태계를 가진 삼성전자는 쉽게 위기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IM부문이 휘청이며 지나치게 반도체에 집착하는 지점은 물론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더욱 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첫댓글 하닉이 ㅠ 저 종목상담좀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