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병원은 정씨가 검찰 수사 본격화하자 ‘도피성 입원’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곳
의료인 “실제 병을 앓더라도 진단 시기 보면 일상생활 지장주는 수준 아닐 것”
애초에 정형외과에서 왜 뇌종양 진단을 받느냐는 의문...그러나 해당 병원조차 진단한 적 없다 부정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가 뇌종양과 뇌경색을 앓고 있다며 검찰에 제출한 입원 진단서를 발급해 준 것으로 알려진 정동병원에서 ‘발급 사실이 없다’고 17일 부정했다. 정씨는 지난 9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해당 병원 7층 특실에 입원한 바 있다.
이날 관절·척추 전문 병원 정동병원은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을 내놓고 “본원은 정씨의 뇌종양·뇌경색 진단서를 발급한 바가 없다”면서 “또한, 이와 관련된 어떠한 의혹도 저희 병원과는 관계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고 했다.
전날 검찰은 해당 입원증명서에는 정씨의 병을 증명할 만한 아무 근거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직인이나 발급 의사 성명, 의사면허 번호 등의 기본적인 기록이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발급서를 보낸 병원 진료과가 정형외과라면서 정씨가 뇌종양과 뇌경색을 앓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한 정씨 변호인이 보낸 입원증명서에는 뇌종양·뇌경색 진단과 관련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본도 첨부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안팎에서도 진단서를 두고 비판적인 반응을 내놨다. 익명의 한 의료인은 “두개골 골절에 기왕 병역이 있으면 뇌경막 양성 종양 가능성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 조사를 앞두고 실시한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됐을 공산이 크다”면서 “즉,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지장이 있어 발견한 경우가 아닐 것이다”고 밝혔다.
애초에 뇌 질환 관련 진단서를 전혀 무관한 정형외과에서 받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그 정형외과에서 진단서를 준 적 없다고 발표하면서 정씨가 뇌졸중·뇌경색을 앓고 있는지 여부조차 의심되는 상황이다.
한편 정씨 측 변호인은 전날 진단서 입장문을 통해 “입원 장소 공개 시 병원과 환자의 피해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을 가리고 제출하겠다는 뜻을 사전에 검찰에 통보했다”고 했다. 또한 정형외과가 뇌 질환 진단서를 발급한 데 대해선 “정씨가 여러 질환이 있어 협진한 진료과 중 하나”라며 “오해 없길 바란다”고 했다.
정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정씨는 최근 뇌종양과 뇌경색 판정을 받았다. 정씨가 2004년 영국 유학 중 흉기를 소지한 강도로부터 도망치다 건물에서 추락해 두개골 골절상을 당했다는 것. 이 때문에 만성적인 두통과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중순 정씨는 조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서울 동작구에 있는 정동병원으로 입원했다. 당시 정씨는 급성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7층 특실 1인실을 이용했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병명을 가지고 입원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의문을 갖는 언론에 병원의 한 직원은 “정씨의 내원 이력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또한 병원장은 과거 알던 후배가 정씨 입원을 부탁하며 조 전 장관을 소개했다“고 말한 상태다.
정씨는 이때의 입원 사실을 이용해 지난 3일부터 시작된 6차례 검찰 소환 조사 중 ‘몸이 아프다’며 종종 중단을 요청하고 귀가했다.
일각에선 정씨 측이 검찰 소환을 피하기 위해 진단서도 허위로 작성했을 거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씨는 남편의 법무부 장관 인사 청문회가 있던 지난달 6일 검찰에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됐다. 두 자녀 조민씨와 조원씨의 대학 입시를 위해 동양대 총장상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현재 정동병원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공식 입장은 이날 오후 12시 40분쯤 삭제됐다. 오후 1시쯤부터는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