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하나가 선생님 학원비요 하고 내미는 봉투에 사인을 하다가 오늘 몇칠이니?? 했더니 17일이요 합니다.
어머 우리 형제님 월급날이네... 아련히 옛생각이 나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결혼을 일찍하고 ROTC 장교로 입대한 덕에 군대생활하는 강원도 간성까지 쫓아가서 살았습니다. 매월 10일(군인 월급날)을 몹시도 기다립니다. 채십만원도 안되는 월급을 위해 간성에서 3-40분 버스를 타고 속초까지 갑니다.
은행에 가면 군인들 월급명세서가 여기저기 두껍게 묵여져 놓여있으면 한참을 뒤진후에 중위 김 준회라고 써있는 반가운 명세서를 발견합니다. 숫자치인 제가 세기 좋을만큼 월급이 찍혀있습니다.
그중 일이만원만 찾아가지고 속초 시장으로 향합니다. 시장안의 갑판대에는 제 손바닥만한 오징어를 주~~ㄱ 늘어놓고 한무더기에 오백원 아니면 이상하게 못생긴 생선 한무더기에 천원 어떤때 장날이라도 걸리면 커라랗고 다리가 긴 게가 두마리에 오백원입니다.
아무튼 아무거든지 저의 형제님은 해물을 좋아하니 한무더기 오백원어찌를 사들고 행복해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어느때는 커다란 게를 푸~~ㄱ 쪄 놓고 어느 때는 이상하게 못생긴 생선으로 시원하게 무수넣고 매운탕을 끓여놓고
어느때는 저의 형제님이 제일 좋아하는 오징어를 아까와서 다는 못넣고 오징어 한마리에 감자 듬뿍 양파 듬뿍 넣어가지고 오징어 두루치기인지 감자양파 두루치기인지 모를 음식을 해놓고 행복한 마음으로 저의 형제님을 기다립니다.
전화도 없던 시절 어떻게 알았는지 군부대까지 냄새가 났는지 후배장교 선배 중대장 모두들 몰려옵니다. 마누라 솜씨를 은근히도 아니고 애체 들어내 놓고 하는 저의 형제님 덕에 둘이서 알콩달콩 저녁먹으며 행복을 느끼려했던 저의 꿈은 산산히 깨지고 온부대잔치를 합니다.
매운탕 맛있다는 핑계로 코가 삐뚜러지도록 술을 마셔대고 새벽이 다되서야 잘먹었다며 다들 돌아가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행복하다고 혀도 안돌아가는 소리를(아마도 그런 말일거라고 그냥 저혼자 생각하는 것임) 하면서 이미 코를 골아대던 그때...
그후 4-5년 후엔 대천으로 교사생활 첫발령이 나서도 17일 월급날을 그리도 기다리고 월급날엔 으레히 작은아이 유모차에 태우고 저의 형제님이 유모차를 밀고 저는 우리 큰아이 손을 잡고 네식구가 단란하게 한달에 한번하는 외식을 하러갑니다.
시내까지 가깝지 않은 길인데도 택시같은것은 탈생각을 해본적도 없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이런이야기 저런이야기 하며서 늘상가는 식당에 가서 돼지갈비 2인분을 적은듯이 먹고 1인분을 더시켜먹을 것인가 아님 그냥 부족한듯 서운한채 한달을 보낼것인가를 서로 눈치를 살피며 했던 외식들...
요즘엔 저의 형제님 월급날이 언젠지 얼마를 타오는지도 모르고 그저 학원일에 매달리다가 옛이야기를 하니 새록새록 어렵게는 살았어도 행복했던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학생들이 단편소설같다고 재미있어하고 저의 형제님은 멀쑥해 하십니다. 월급탔으니 마누라 용돈이라도 좀 줘요. 했더니 당신도 돈벌쟈나 하며 웃고 맙니다. 지금에 비하면 참 힘들던 시절이였는데도 힘들었다는 생각은 하나도 안들고 그저 그런 날중에도 주님이 우리와 함께하셔서 감사하며 살게하신것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