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 윌리엄스는 팔찌등 악세사리류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선수중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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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Why] 팔찌는 장신구인가, 승리의 부적인가
◀ 오리를 흉내 낸 모형으로 장식한 고대 페르시아의 금팔 찌. 동물 모양의 팔찌엔 주술적 의미가 담긴 경우가 많다. 국립제주박물관이 작년 전시회에서 선보였던 팔찌다. / 국립제주박물관 제공
팔찌의 다양한 의미 다산•풍년•종교•장신구 자선•富•지위•의료•구속…승리
아프리카 축구 선수들도 '조상 방패'의 보호를 받기 위해 의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선수가 염소나 소의 가죽으로 만든 팔찌를 차고 있다면, 이는 피의 의식을 거친 직접적 증거라고 볼 수도 있다. 본지 6월 7일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팔찌 수요가 늘고 있다. 장식이 아닌 응원용이다.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를 팔찌에 담았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달 브라질의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선 팔찌가 이상한 의미로 해석돼 논란거리였다.
이성에게 스킨십을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색깔 있는 팔찌로 표현한다는 식이다. 흰색은 입맞춤, 노란색은 포옹, 검은색은 성관계로 통했다. 이와 관련된 성범죄가 잇따르자 팔찌 착용이 금지됐다. 비슷한 사례가 작년엔 영국 초등학교에서 유행했다. 국내에선 금팔찌 차고 주먹을 불끈 쥔 남성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사귀던 여성 몰래 다른 여성과 결혼을 준비하다 들통났다는 그의 금팔찌는 부(富)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팔찌는 목걸이와 함께 대표적인 액세서리로 꼽힌다. 원래는 몸을 치장하는 장신구에 불과했는데 최근 들어서야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팔찌의 유래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람들은 원시시대부터 조개껍데기를 줄에 꿰어 팔목에 찼다. 기원전 5000년 이집트에선 동물뼈, 돌, 나무 등으로 팔찌를 만들었다. 당시엔 장식보다 종교적인 상징성이 더 컸다.
신성시한 풍뎅이 모양을 새겨넣고 다산과 풍년을 기원하는 식이었다. 남미에선 지금도 갓 태어난 아기에 금이나 산호로 만든 팔찌를 채워주는 풍속이 있다. 이 팔찌가 악귀를 물리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보석으로 장식된 팔찌를 차고 테니스 경기에 나선 세리나 윌리엄스. / AFP
오른손에 차는 은팔찌는 지금도 의료 표지로 통한다. 당뇨나 협심증 등을 앓는 환자가 길거리에서 갑자기 쓰러질 경우를 대비해 팔찌 안쪽에 병명과 연락처를 새겨넣는 식이다.
고대사회에서 상류층 장신구로 사랑받던 팔찌는 옷으로 몸을 최대한 가렸던 중세 들어 주춤했다. 그러다 노출을 개의치 않는 시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하게 변했다. 최근 들어 주목받는 형태가 의식팔찌로도 불리는 '자선팔찌'다.
빈곤퇴치나 인종차별 금지 등 사회적 메시지를 팔찌에 담아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다. 실리콘이나 고무 등으로 만들어 값이 싸고 가볍다. 팔찌를 판매한 수익금은 공익을 위해 쓴다.
'Be the bridge(세상의 다리가 되자)', 'I love children(어린이들을 사랑합니다)' 등 국내단체들이 선보였던 자선팔찌의 문구도 다양하다. 남아공 빈곤 아동을 돕기 위해 최근에 나온 '비프렌드 팔찌(Bfriend For South Africa)'도 눈길을 끈다. 수익금은 남아공의 식수공급, 학교건축, 급식 사업에 사용된다.
이 같은 자선팔찌의 원조로 꼽히는 게 전설적인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의 팔찌다. 암을 이겨내고 '투르 드 프랑스'라는 세계 최고의 사이클 대회 연속우승 기록을 세운 그는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암환자를 도왔다.
◀ 암 환자들을 돕기 위해 자선팔찌‘LIVE STRONG’을 만 든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 로이터
이때 만들어 판매한 팔찌에 '강하게 살자(LIVE STRONG)'라고 새겨져 있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테니스 선수 크리스 에버트의 팔찌다. 전 세계 여성 랭킹 1위였던 그는 수많은 다이아몬드로 꾸민 팔찌를 차고 테니스를 쳤다.
팔찌가 끊어져 시합이 중단되는 '사고'가 터져 다이아몬드로 반짝이는 팔찌를 줍는 그의 모습이 TV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됐다. 그때부터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은 얇은 팔찌가 '테니스 팔찌'로 불리며 대유행했다.
요즘엔 '구속•속박' 수단으로서의 팔찌의 의미가 부각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전자팔찌다. 국내에선 5~6년 전에 성폭력 범죄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자는 논의가 진행되다 형태를 전자발찌로 바꿔 재작년에 시행했다.
우리는 성폭력 범죄에만 적용하지만 미국에선 음주관련 범죄에도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한다.
음주운전과 마약소지 혐의로 보호관찰형을 선고받은 할리우드 여배우 린제이 로한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음주감시 전자발찌를 차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전자발찌를 찬 사진을 팔아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로한은 장신구로서의 의미를 잃은 전자발찌가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그는 최근 트위터에 이런 불평을 털어놓았다. "투박한 모양의 전자발찌가 내 스타일을 망치고 있다. 명품회사 샤넬의 협찬을 받고 싶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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