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산책 ㅣ 안주철

[이철]

천변산책

천변을 따라 걷다가 가슴이 답답해서

가슴을 열고 나를 한 마리 꺼낸다

멱살을 잡고 꺼내서 한 마디 건넨다

가만히 좀 있어 산책할 때는

한참 천변을 걷다가 가슴이 시끄러워서

가슴을 열고 나를 한 마리 또 꺼낸다

멱살을 잡고 두 눈을 노려보면서

아까 그놈은 어디 있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를 향해

사람이 지나가든 말든

지나가던 사람이 쳐다보든 말든

싸대기를 올려붙인다

내 가슴에서 나온 나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이제 당신 차례야

내 가슴에서 나온 내가

내 멱살을 잡고

싸대기를 하천 건너편까지 올려붙이며 말한다

네가 찾던 그 새끼 나도 보고 싶어졌어

그 새끼 어디 있어?

왼쪽 뺨은 천변 건너편에

오른쪽 뺨은 자전거 전용도로에

내가 잘못 꺼낸 내가

내 가슴에 더러운 손을 집어넣고

나를 한 마리씩 꺼낸다

천변은 온통 나로 북적이고

천변은 온통 내 뺨들이 날아다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