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 밤 배 감)가 맞아, 조율시이가 맞아?” 누군가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차례상이지만 그 앞에서는 심심찮게 진설(陳設·제사 때 법식에 따라 상을 차리는 것)법에 대한 집안 어른들의 논쟁이 벌어진다. 가가례(家家禮)라고 해 ‘도랑을 건너면 다르다’는 게 진설법이다. 그중 가장 의견이 분분한 게 차리는 사람 입장에서 제일 앞줄인 ‘과(果)’다.
어떤 집은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놓지만 어떤 집은 감과 배가 바뀌고, 기타 과일을 그 뒤에 놓는 집이 있는가 하면 대추-밤과 배-감 사이에 잡과를 놓는 집도 있다. 물론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음)를 따르기도 한다. 과 줄을 순서대로 조율시이로 쓴 기록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최고(最古)는 겨우 1919년이다. 해당 기록은 경북 경산의 유학자 정기연 선생(1877∼1952)이 1919년 놀이로 진설법을 익히도록 창안한 습례국(習禮局)의 진설도다.
그럼 조선의 유학자들이 펴낸 수많은 예서(禮書)에는 어떻게 돼 있을까? “고려 말 들어온 주자의 가례(家禮) 이후 모든 예서가 ‘과, 과, 과, 과’이다. 과일을 6종류 또는 4종류 올린다고 돼 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일을 놓아야 할지 정하지 않았다. 조선 후기 학파와 무관하게 사용된 예서 사례편람(四禮便覽)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중반 쓰인 ‘금곡선생 문집’에 집안 제사에 조율시이를 차린다고 나오지만 이게 늘어놓는 순서는 아니며 이전까지는 이것저것 집에 있는 과일로 차리다가 19세기 들어 이 4종류 과일이 제사상, 차례상 차림으로 정착했다. 대추, 밤, 감의 특징은 말리거나 묻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벽장 속에서 꺼낼 수 있는 과일을 차린 것이다.
좌포우해(左脯右해)니 두서미동(頭西尾東)이니 하는 방식이 집집마다 퍼진 것은 1970년대 이후다. 주자의 가례도 기존 중국 예서의 논리를 과감히 뒤집은 책이다. 그럼으로 복잡한 진설법에 구애받지 말고 조리된 음식을 사서 차례상에 올리는 것도 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