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논란 버나드 쇼 묘비문을 정부정책 설명 때 활용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명“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사진”은 국내 대부분의 문헌과 인터넷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로 번역돼 있어 오역논란에 휩싸여 있다.
일부에서는 원문을 “나는 알았지. 무덤 부근에서 머물 만큼 머물면 이런 일(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이라고 번역한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around’라는 부사 다음에 ‘the tomb’이라는 명사가 감추어져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버나드 쇼가 1856년에 출생해 1950년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점을 감안하면 “오래 살다보면(세상에 오래 머물다보면) 이런 일이 일어날 줄(죽을 줄 또는 묘비문을 새기게 될 줄) 내 알았다”로 해석하는 것이 가장 쇼에게 어울리는 번역 일 수 있다. 더구나 희극작가로서 코미디언 기질이 있는 버나드 쇼로서는 죽음을 앞두고 조크를 섞은 묘비문을 남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stayed around long enough’는 ‘lived long enough’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옥스퍼드대학교출판부가 펴낸 ‘옥스퍼드 動詞句 사전’ 제2판(Oxford Phrasal Verbs Dictionary for Learners of English, Second Edition)을 보면 ‘stay around’의 뜻은 ‘to not leave somewhere’(어떤 장소를 떠나지 않다) 이다. Macmillan Dictionary를 찾아 봐도 ‘stay around’의 뜻은 ‘to not leave a person or place’(어떤 사람이나 장소를 떠나지 않다)이다. 둘다 ‘우물쭈물하다’와는 거리가 멀다. 한 두 개 예문을 소개해 본다.
-I’ll stay around in case you need me.(네가 날 필요로 할지도 모르니까 난 안 가고 있을게)
-His grades stay around at the bottom of the class. (그의 성적은 학급에서 바닥을 맴돌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오역논란이 있는 이 문구가 정부관계자나 방송, 신문 등에서 거침없이 인용되고 있다.
2007년 KBS2가 진행한 쇼 프로그램에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이 무엇인지 알아 맞히는 문제가 나왔는데 정답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였다. 오역논란이 있는 답을 정답으로 택한 것이다. 2013년 7월 4일 KBS2가 방송한 한 저명의사의 건강특강에서도 버나드 쇼의 이 구절이 인용됐다.
한편 윤중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1년 2월 15일 주요 20개국(G20) 파리 재무장관 회의 참석 출국에 앞서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일부 야당과 노조, 시민단체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버나드 쇼의 묘비명을 언급하며 “미래를 선점하기 위한 시간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즉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는 말이었다. 신문에서 북한의 천안함폭침사건, 연평도포격도발사건, 서해 NLL(북방한계선)침범사건 등 계속적인 불법도발사건에 대해 ‘우물쭈물’하는 정부와 군을 질타할 때도 버나드 쇼의 이 묘비문이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오역의 제국-그 거짓과 왜곡의 세계(도서출판 도리, 2013)에서 발췌
첫댓글 사전에 고어' 용법으로서 우물쭈물 하다는 의미도 있고,..
구어적 용법으로서 지내다..견디다 라는 의미도 있으니
꼭 특정 공간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누군가는 詩는 번역불가라고도 했으니..
각자 상황에 따라 해석을 달리할 수는 있겠지만..
무덤' 죽음이라는 상황에 처하고 나서야 허송한 지난 날을
우물쭈물.. 이라는 표현으로 해석해 보는 견해가 가장 무난하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