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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楚汉志) 1-049
•别宫侍女嫦娥
万里长城 축조 공사가 얼마나 가혹했던지, 老役夫로 끌려 나간 사람들은 살아온 사람들이
열에 서너명 밖에 되지 않았다.그러니까 젊은이들은 목숨을 걸고 징용을 기피하려 하였고,
그와 같은 현상은 더 심해지자 관헌들의 탄압도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시황제는 万里长城 축조 공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 두려워 모든 관리들에게, "만약 노역부의 책임
수량을 차출하지 못하는 지방관은 파면해 버린다."하는 엄명을 미리 내려 두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지방관들의 탄압은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였다. 그렇잖아도 나라를 빼앗긴 六国 백성들은
시황제에게 원한이 깊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목숨까지 빼앗아 가려하니 그들은 목숨을 걸고라도
들고 일어나 시황제에 항거할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리하여 시황제를 타도하고 자기 나라를 되찾으려는 항거 의지가 암암리에 요원의 불길처럼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시황제는 그러한 현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시황제를 둘러싸고 있는 아첨배들은 시황제를 배알할 때마다, "만 백성들은 폐하의 성덕을 입사와,
태평성대의 기쁨을 골고루 누리고 있사옵니다."하는 찬사만 늘어 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만리장성 축성 공사가 오래 갈수록 뜻하지 않았던 불상사가 자꾸만 일어나기 시작 하였다.
첫째는, 노역부로 끌려 나가면 살아 돌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진나라에는 마을마다
青孀寡妇가 넘쳐나는 현상이다.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생때 같은 남편을 빼앗기고
청상과부가 되었으니 시황제에 대한 그녀들의 원성이 얼마나 절절 했을 것인가!.
둘째는,젊은 사람들이 모조리 노역부로 끌려 나가는 바람에 처녀들은 신랑감이 없어 시집을
못가게 된 현상이었다. 시집을 가야할 나이에 처녀로 늙어 죽게 생겼으니 시황제에 대한 그녀들의
원성인들 얼마나 자자했을 것인가. 그러기에 뜻있는 늙은이 들은 하늘을 우러러 이렇게 탄식 하였다.
"시황제는 쓸데없는 토목공사로 国库를 말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백성들까지
멸종시켜 버리려는가 보구나.세상이 이러고서도 천벌을 안받을 수 있을까?"
어느날, 시황제의 비서장 趙高는始황제에게 이렇게 품한 일이 있었다. "지금 우리 진나라에는
총각보다 처녀들이 훨씬 많다고 하오니 그 중에서 미인만을 골라 각지에 있는 별궁에 <别宫诗女>로
채용하시면 어떠하겠사옵니까?"시황제는 불세출의 好色汉인지라, <처녀>라는 소리에 귀가 번쩍 틔었다.
그리하여 미소를 지으며 조고에게 말한다."총각보다 처녀들이 많은 것은 무슨 까닭인고?"
그런 사실을 조고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가 정말 충성스러운 신하였다면,
"젊은이 들이 만리장성 축조 노역부로 징발되어 많이 죽어 처녀들이 신랑감을 구하지 못해
시집을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고 사실대로 보고해야 옳은 일이었다.
그러나 조고는 시황제의 비위를 맞추려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는 하늘이 내리신 어른인지라,
하늘은 폐해를 위해 모든 여자들로 하여금 아들보다는 딸을 많이 낳게 해주신 덕택인 줄로 아뢰옵니다."
시황제는 그 대답을 듣고 크게 웃으며, "하하하, 설마 그럴리야 있겠는가." "아니옵니다.
처녀들이 많아 진 것은 폐하를 위한 하늘의 뜻이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고?"
그러자, 조고는 간들거리며 이렇게 대답하였다. "생각해 보시옵소서,
지금 폐하께서는 지방을 순행하실때 거처하시려고 전국 각지에 별궁 열다섯 개를 지어 놓으셨사옵는데,
그 별궁에는 아직 궁녀들을 들여 놓지 못하였사옵니다. 하늘은 그 사실을 알고, 폐하께서 궁녀들을
널리 모아 들이게 하려고 처녀들을 많이 낳게 하신 것이옵니다. 이 기회에 각 지방 마다 궁녀들을 천 명씩
선발하여 별궁시녀로 배치해 놓으심이 좋을줄 아뢰옵니다." "하늘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이리하여 조고는 시황제의 이름으로 전국 각지에 다음과 같은 조서를 내렸다.
<각 지방관은 18세 미만의 처녀들을 모조리 소집하여 그 중에서 미인 1천명을 선발 별궁시녀로
배치해 놓으라, 모든 비용은 국고에서 지출한다>그야말로 언어 도단의 어명이었다.
阿房宫에만 3천명의 궁녀가 있는데, 일년에 한번도 들리지 못할 지방 별궁에 시녀들을
천명씩이나 상주시키라고 하니, 그 한가지 사실만 보아도 시황제의 폭정이 얼마나 심했던가를
가희 짐작할 수 있었다. 그로인해 각 지방 관청에서는 별궁 시녀들을 선발하느라 야단 법석이었고
처녀를 가진 집에서는 가족들이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부모들은 시집을 못가고 처녀로 늙어 죽을지언정
임금의 얼굴조차도 보지 못하게 될 시녀로 보내기는 싫었던 것이다. 그점은 처녀 자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별궁시녀가 되기를 자청해 온 처녀가 한명 있었으니,
그 처녀는 斉나라 출신의 嫦娥라는 17살의 소녀였다. 옛날 斉나라의 영토였던 平原津이라는 곳에도
시황제의 别宫이 있었다. 따라서 평원진 별궁에서도 시녀들을 뽑기로 했는데, 상아라는 처녀는
시녀 선발에 자원을 하고 나왔던 것이다.모든 처녀들이 한결같이 기피해 오고 있었건만 상아만은
무슨 까닭으로 시녀가 되기를 자원하고 나왔던 것일까. 거기에는 기막힌 사연이 있었다.
평원진이란 곳은 본디 济水(黄河)의 강변에 위치한 벌판이었다. 그러나 강물은 사시 장철
유유히 흐르고, 들에는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하고 철새들이 날아 오고 가는 철새들의 낙원이었다.
시황제는 지방 순찰 중에 우연히 평원진을 지나가다가 그곳 경관이 마음에 들어서 평원진에
별궁을 하나 지으라고 했던 것이다. 허허 발판인 강가에 별궁을 짓는 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공사가
아니었다. 홍수에 대비하여 50장이나 높게 造山을 만들어 그 위에 별궁을 짓자니,
거대한 공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로인해 제나라 백성들이 7만 여명이나 동원되었고 희생자도
천여명이나 났었다. 그 희생자 중에는 罗乙이라는 청년도 있었는데 나을에게는 열일곱 살의
꽃다운 약혼녀가 있었다. 상아는 원래 斉나라의名医華龙 노인의 외동딸로서 얼굴이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고 四书三经에 통달하여 학문이 심오하기로 널리 알려져 있는 처녀였다.
그녀는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홀아버지 그늘에서 자랐는데, 상아가 나을이라는 청년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자 아버지는 두사람을 짝지어 주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결혼식을 막 올리려고 했을 그 무렵에
나을은 평원진 별궁 공사에 労役夫로 강제동원 되었다가 아깝게도 흙더미에 깔려 죽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엄밀하게 말하면 상아는 시집도 못가보고 青孀寡妇가 된 셈이었다.
상아는 그로인해 하루도 눈물 마를 날이 없었고, 華龙老人도 슬픔이 병이되어 병석에눕고 말았다.
관가로부터 화룡노인에게 <처녀동원 통고문>이 하달되어 온것은 공교롭게도 그 무렵의 일이었다.
모월 모일 모시에 별궁에서 시녀를 선발하기로 되어 있으니 모든 처녀들은 그 날 平原津别宫으로
반드시 출두하라. 만약 관명을 어겼을 경우에는 본인은 물론이고, 일가 친척까지 참형에 처한다.
화룡노인은 그와 같은 무시무시한 통고문을 받아 보고 눈앞이 캄캄해 왔다. 사위 될 청년이
죽어서 사랑하는 딸을 처녀로 늙게 된 것만도 가슴이 터질 노릇인데 관가에서는别宫侍女로
뽑아 가겠다고 야단이니,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단 말인가. 화룡노인은 관가에서 보내 온 통고문을
받아 놓고 혼자 한숨 짓다가 어쩔 수 없이 통고문을 상아에게 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관가에서 이런 엄명장이 내려왔는데, 이 일을 어찌했으면 좋단 말이냐." 상아는 통고문을 읽어보고
아무말도 없이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1-050편에 계속
초한지(楚汉志) 1-050
華龙老人은 가슴이 메어져 와서 마침내 자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관가에서는 너를 처녀로 알고
이런 통고문을 보내 왔지만, 너는 罗乙 청년과 약혼했던 몸이므로 엄밀히 말해 처녀가 아니다, 그러므로
내가 관가에 출두하여 모든 과거를 사실대로 말해 侍女 선발에 너가 면제 받았으면 어떻겠느냐."
華龙老人으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嫦娥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렇게 대답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아버님은 조금도 염려 마시옵소서, 少女는 시녀 선발에 자원할 생각이옵니다"
너무나 뜻밖의 대답에 화룡노인은 까무러칠 듯이 놀란다. "아니 시녀 선발에 자원을 하겠다니? .....
네가 정신이 있느냐!"상아는 침착하게 대답한다. "이 문제는 소녀에게 관한 일이오니
모든 것을 소녀에게 맡겨 주시옵소서" 그 말을 듣자, 화룡노인은 화가 불같이 일어났다.
"너는 <侍女>라는 명칭에 현혹되어 秦시황제를 측근에서 모시는 것이 영광스럽게 여겨져서 그러는
모양이지만, 그것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아무리 철이 없기로, 자원하여 시녀 선발에 응하겠다는 것이
말이되는 소리냐, 나는 너를 그렇게는 가르치지 않았는데, 어째서 그 모양이냐."
화룡노인은 사랑하는 딸이 시녀라는 자리에 눈이 어두워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 줄로 알고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리고 또 이렇게 말했다. 秦始皇은 천하의 荡客이어서, 阿房宫에 만도 궁녀들을 3천명이나
거느리고 있다.게다가 이번에는 열다섯 군대의 别宫에다 천명씩의 시녀들을 뽑는다고 하니,
너가 설사 平原津 별궁시녀로 뽑힌다고 해도 진시황의 얼굴을 구경이나 할 수 있을것 같으냐,
그런데 어째서 시녀가 되겠다는거냐?.아버지는 길길이 날뛰며 호통을 쳤지만 상아의 태도는
놀랍도록 침착했다. "아버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아도 소녀는 모든 사실을 다 잘 알고 있사옵니다.
아버님께서는 마치 소녀가 허영심에 들떠서 시녀가 되기를 원하는 줄로 알고 계시지만 소녀는 결코
허영심에서 시녀가 되려는 것은 아니옵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시녀가 되겠다는 것이냐."
상아는 슬픔에 잠긴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룡노인은 어떻게든 딸을 설득해 보려고
이렇게도 말해 보았다. "너의 어머니는 부처님에게 千日祈祷를 올려서 너를 낳았는데, 너를 밸때에는
月世界에서仙女를 만나는 胎夢을 꾼 일이 있었다. 네 이름을 嫦娥(달 속의 선녀)라고 지은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달 속의 선녀처럼 아름답게 살아 가야할 네가 천하의 폭군에게 몸을 바치는 시녀가 되겠다고 하니,
그게 어디 있을 수 있는 일이냐. 백년 해로를 철석같이 맹서했던 나을 청년이 죽어서 너가 상심이
대단하리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을 청년과의 맹서를 생각해서라도
백성들의 증오의 대상이 되어있는 폭군에게 몸을 바치는 시녀가 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상아는 고개를 조용히 가로저으며 대답한다. "저는 罗乙郎君에게 대한 저의 맹세를 저버린 것이 아니옵니다,
오히려 죽은 낭군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위해 시녀가 되기를 자원하려는 것이옵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화룡 노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죽은 낭군에게 의리를 지키기 위해 시녀가 되겠다니, 세상에 그런 궤변이 어디 있느냐."
"아버님께서 이해하기가 어려우시다면 제가 좀더 자세히 설명해 올리겠습니다.
제가 시녀가 되기를 지원하는 것은 세가지의 구체적인 목적이 있사옵니다."
"첫째는, 죽은 낭군의 원수를 갚으려는데 있사옵니다. 소녀는 시녀로 들어가 돌아가신 낭군의
원수를 갚을 생각인 것이옵니다." 화룡노인은 딸의 말을 듣고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죽은 나을의 원수를 갚겠다고?..... 과연 네가 아니고서는 생각조차 못할 일이로구나.
그러나 시황제는 힘이 장사인데 네가 과연 원수를 갚을 수가 있겠느냐?" "힘으로 대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이옵니다. 따라서 방법을 달리 해야 할 줄로 알고 있사옵니다.
소녀는 이미 죽지 못해 살고 있는 未亡人이므로, 죽음을 각오하면 무슨 일인들 못해낼 수 있으오리까."
화룡노인은 무릎을 치며 감탄해 다시 묻는다. "너는 세가지 목적이 있다고 했는데, 둘째 목적과 세째 목적은
어떤 것들이냐?"화룡노인의 물음에 상아는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한다.
"두번째는 진시황을 내손으로 죽여 없앰으로써 만백성을 도탄 속에서 구하는 것이옵니다.
세번째는 진시황을 죽여 없앰으로써 궁녀라는 이름으로 생지옥 속에서 허덕이는 수천 수만의 꽃다운
처녀들을 해방시켜 주려는 것이옵니다. 진시황이라는 폭군 한 사람만 죽여 없앰으로써 이상과 같이
세가지 목적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겠기에 소녀는 굳은 결심을 하고 시녀를 자원하고 나서려는 것이옵니다."
화룡노인은 딸의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며 감탄했다. "오오~~~ 너는 과연 하늘이 내려 주신 사람이구나.
이 애비는 네가 그처럼 고메한 뜻을 품고 있음을 모르고 너를 허영에 들뜬 탓이라고 나무라기만 했으니,
실로 부끄럽기 짝이 없구나.""아버님께서는 별 말씀을 다 하시옵니다. 그런데
소녀는 아버님 전에 부탁 말씀이 하나 있사옵니다." "무슨 부탁이냐.네 부탁이라면
이 애비는 무슨 부탁이라도 다 들어 주겠다." "진시황에게는 전국 각지의 별궁에 시녀들이
여러 만명이나 있기 때문에 제가 시녀로 선발되더라도 진시황을 직접 만날 기회가 있을지
그것은 매우 의심스러운 일이옵니다. 그러나 천우 신조로 진시황을 직접 만날 기회가 오기만 하면
기필코 그를 죽여 버릴 생각입니다.그러나 그 경우에도 流血劇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참극만은
피하고 싶사옵니다.""사람을 죽이는데 어찌 피를 흘리지 않게 할 수가 있겠느냐."
"아버님께서는 천하의 명의이신 만큼,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서도 사람을 자연스럽게 죽일 수 있는
秘方藥을 가지고 계신 줄로 알고 있사옵니다.아버님께서는 소녀를 위해 그와같은 비방약을 한 사람 분만
지어 주시옵소서."
"뭐야? 이 애비더러 사람 죽이는 비방약을 지어 달라는 말이냐?" 화룡노인은 뛸듯이 놀라더니
대번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것만은 안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안 된다." 하고 완강히
거절하는 것이 아닌가. "제가 부탁하는데도 안 되겠다는 말씀이시옵니까." "누가 부탁하더라도
그것만은 안된다. 지난날 스승께서는 나에게 그 秘方藥方文을傳授해 주실 때에, <이방문은
알고만 있을 뿐이지 어떤 경우에도 사용해서는 안된다.医者는人术인 까닭에, 사람 죽이는 약을
단 한번이라도 쓰면 그 사람은 医者일 수가 없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누구한테도 그 약을 지어 주면
안 된다고 신신 당부하셨다. 그런데 진시황이 밉기로 의자인 내가 어찌 사람 죽이는 비방약을
지어 줄 수 있겠느냐. 비록 너의 부탁이라도 그것만은 안아무리 되겠으니 그리 알라."
名医인華龙老人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거절이었다. 상아는 아버지의 말씀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의사란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내는 것이 본업이지 죽이는 직업은 아니다.상대가 원수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니, <人术> 이라는 말은 그래서 생겨난 말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따지고 보면,
명의인 아버지가 사람 죽이는 비방약 만은 지어 주지 못하노라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심정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그러나 상대방은 만백성을 무참하게 살해하는 杀人狂일 경우에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상아는 아버지를 이렇게 설득하였다.
"사람을 죽이는 비방약 만은 지어 주지 못하시겠다는 아버님의 말씀은 잘 알아 듣겠습니다.
아버님으로서는 당연한 말씀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진시황이라는 인물을
살려 줌으로써 수많은 백성들을 생지옥 속에서 몰아넣게 하는 것과, 진시황 특정 인물 하나를
죽여 없앰으로써 억조 창생을 지옥 속에서 구출해 내는 것과, 과연 어느편이 인술에 가깝다고
말 할 수 있겠습니까. 아버님께서는 조그만 인술만 생각하지 마시옵고, 보다 더 큰 참다운
인술을 생각해 보아 주시옵소서.""의사에게는 오직 인술만이 있을 뿐이다.
인술에 어찌 大小의 구별이 있을 수 있단 말이야." "그렇다면 아버님께 한 말씀만 더 여쭈어 보겠습니다.
제가 도탄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백성들을 구출하기 위해 진시황을 죽이려는 계획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라는 말씀이시옵니까."상아가 논리 정연하게 따지고 들자,
화룡 노인은 무척 괴로운 듯 두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대답을 못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한동안 침묵이 흘렸다. 마침내 화룡 노인은 굳은 결심이라도 한 듯 얼굴을 힘있게 들며 말한다.
"네 소원이 그토록 확고하다면 네가 원하는 비방약을 지어주기로 하겠다. 그 대신 이 애비는
의사로서는 이미 죽어버린 사람이나 다름이 없게 되었으니 오늘로서 医业은 폐업을 하기로 하겠다."
그리고 즉석에서 가루약 한봉지를 딸에게 지어 주면서 말한다. "이 약을 음식물이 타서
세 번에 나눠 먹이면 그 사람은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여 한 달 안에 반드시 죽게 되리라"
"아버님 고맙습니다. 진시황 한사람을 죽임으로써 만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출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옵니까." 상아는 아버지를 부둥켜안으며 크게 기뻐했지만, 정작 화룡 노인은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그로부터 며칠 후에 상아는 별궁시녀로 선발되어 평원진 별궁으로
들어가게 되었다.嫦娥가别宫侍女로 뽑혀 들어간 바로 그날 밤, 名医華龙老人은 독약을 마시고
조용히 목숨을 끊었다. 医者로서 사약을 지어준 죄책감과 사랑하는 딸을 보내야만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스스로를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그러면 상아嫦娥에게는 과연 秦始皇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올지는,
그것만은 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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