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다.
애들이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3마리나 사왔다.
이그! 그 어린 생명을 어쩔 수 없어 물과 좁쌀을 주었다.
마당엔 3마리 병아리가 쫑쫑 돌아다니고
3명의 애들은 그 뒤를 쫓느라 마당은 어린 것들로 가득찼다.
한 낮에는 푸른 나무 그늘 밑에서 노랑 병아리들이 삐앗거리며
애들과 노는 모습이 예뻐서 나는 노는 것을 내버려뒀다.
아이들은 직접 보리와 쌀을 섞어 모이를 주면서 쌀만 골라서 먹는다고
닭들이 맛을 안다고 엄마를 부르며 손뼉을 치고 난리 굿을 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두마리는 가고 한마리만 남았다.
애들 친구인 병아리는 장닭이 되었다.
장닭은 몸이 아주 커졌으며 기름이 번드레한 붉은 자줏빛 깃털에다
늘어진 긴 꽁지 깃이 보라 파랑 노랑 검고 갈색 색깔이 썪여 햇살을 받아
환상의 빛을 냈다.
또한 두툼하게 주름진 빨간 벼슬은 꽃이 핀 것 같았다.
어느 날 새벽에 크게 울어 나에게 일어날 시간을 알려주었다.
낮에도 집에 누가 온 것 같으면 날개를 활짝펴 제몸을 크게 만들고 소리를 쳤다
이 닭대가리도 돌아가는 머리가 있는지 더울 때 나무 그늘 밑에
화초밭 흙을 파고 앉아있는 것이다.
난 닭이 똥을 여기 저기 싸고 말썽 피우는 것이 싫어 급한 김에 곁에있는
바느질 굵은 실로 이 닭의 발목에 묶고툇마루에 작은 받침대에 묶어놨다.
학교에서 오자 마자 아이가 이 실을 가위로 잘랐다.
그런데 끊어진 실이 발목에 바짝 묶어졌나 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물을 주고 먹이를 주며 세월을 보냈다.
복날이다. 애들이 울고 불고 야단이지만 어머니는 와서 보시고
처치곤란한 닭과 장에서 사 온 딴 닭들과 함께 삼계탕을 만드셨다.
동생들이랑 어머니랑 모두 모여 삼계탕 한 그릇씩 안고있다.
그런데 내 앞에 놓인 닭의 발목에 아주 가는 실이 달렸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실에 묶인 발목이 옴팍 패였다. 바로 내가 키우던 닭이다.
난 가슴이 먹먹했다. 내가 무심코 묶은 실을 이 닭은 죽을 때까지 달고 다녔다니...
살이 폭 패여있으니 피도 잘 통하지 않았을 텐데
날이면 날마다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열심히 먹이주고 정성을 다해 키웠으나 단 한번의 무심코 저지른 일로
어린 생명에게 큰 고통을 주게 되어 키운 공이 허사가 됐다.
애잔한 마음으로 나는 이 고기를 먹을수가 없었다.
난 닭을 건져 화초밭에 묻었다.
잘가라 닭아.
닭아. 나를 용서해라.
복날 삼계탕을 대할 때 마다 난 이 닭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내 생활하는 중 모르고 내 주위에 고통을 주고 상처를
주며 지은 죄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날은 오히려 마음이 숙연해진다
또한 여름날 예쁜 자줏빛 맨드라미 꽃을 보아도 빨갛고 칠칠한 벼슬을 단
닭이 마당에 어슬렁거리며 다녔던 생각이 나 마음이 찹찹하다
복날 삼계탕을 보면 생각나는 장닭이야기다.
첫댓글 즐감
초산님 머무르시고 흔적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고 어쩌나요
아이들의 상처와 낭만님의 지난 후회를...ㅎ
네 목연님
애들은 울고 저는 모르고 저지른 죄를 후회하고 있었지ㅇ요
이렇게 읽어주시고 댓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생명은 누구나 다 귀한 것인데
닭이라는 운명에는 짧은 생애에
많은 시련을 겪었네요
마음이 시립니다 웬지 닭고기를
못 먹을 것 같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네 차마두님
생명있는 것들은 살아잇는 동안 아프지 말고 즐겁게 살아야하는데
전 어린 생명을 괴럽게 했으니 마음이 불편했지여
댓글 감사합니다
에구 ~낭만 샘 제가 다 맴이 애리네요
우리 어렷을 적만 해도 애완견 개념이 없고 때 마다 구구 하며 모이 주던 닭이나 학교 갔다오면 꼬리 흔들며 닦아들던 개의 구분이 없었던 같아요
요즘은 시대가 변하여 ~~
네 복매님
저 어릴 때마다 단독주택이 많아 뒷마당에
닭들을 키웠지요.
예쁜 것은 모르지만 아침에 닭이 낳은 알을 줍는 재미가 있었어요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저희 아들도 학교앞에서 노란병아리 사다 아파트에서 키우는데 한마리는 날개도 나고 잘도커서 못키우게하고 쥐새끼 같은걸 아들방에서 또 키우고 저는 무섭고싫고 애 설득 시키느라 늘 협상 했어요
낭만님 닭고기 못드실거 이해갑니다
복날이라 미안타시는줄 알았네요..ㅎ
네 찬미님
예전엔 학교문앞에 병아리들을 팔아서
집집마다 노랑병아리 키우는 집이 많았어요.
대부분 집은 병아리가 죽었지요
며칠 전 얼굴을 한번 뵈니 얼마나 반가운지요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울낭만님 글 잘 읽고 갑니다.
예전 아이 들이 사온 닭을 잠시 키우던 생각도 납니다. ^^~
네 수피님
아주 옛날이죠.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나면 병아리 한 두 마리는 사 갖고 집으로 갔으니
당시에 학부형 되신 분들은 모두 병아리 키운 기억이있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중간에 거의 죽어 버려 애들이 징징 울던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낭만님의 닭을 추모하는 마음이 따뜻합니다
그 닭도 좋은 곳으로 갔을겁니다
옛날에 학교앞에서 병아리 많이 팔았지요
다는 아니었겠지만 대부분은
버리는 수평아리를 가져다 팔았을겁니다
그러니 벼슬이 크고 예뻤겠지요
요즘도 그런 병아리장사들 있는지...
모두 아파트에 사니 병아리 키우는거
쉽지 않을겁니다
잘 보고 갑니다
네 병아리가 아주 잘 커 닭이 됐는데
깃이 붉은 자줏빛 그리고 늘어진, 보라를 띤 꽁지 깃이 멋이 있었어요.
물론 벼슬도 크고 잘 생겼고
턱아래 붉은 살을 흔들며 다닌 것이 얼마나 멋이 있었던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닭 키우는 집을 보지 못했어요.
댓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낭만 선배님 닭이야기
우리 어릴땐 노랑 병아리 너무
귀엽고 예뻣지요
한번쯤 모두 키워봤을 것 같아요
그때 그시절 잊고
저는 삼계탕 잘 먹어요.ㅎ
네 청담골님 며칠 전 얼굴을 볼 수 있어서 넘 반가웠어요.
우리 젊었을때는 봄이면 마당에 노랑벼아리들이 놀고 잇었어요.
아주 옛날예요
그것도 추억중에 고운 추억으로 남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바느질 굵은실이 닭발목을 파고
든 복날 사연에 저도 학교앞
병아리 한마리 우리 아이들과
애지중지 키우다 어느날 담벼락
작은벽돌이 한장 넘어진바람에
칭겨서 그자리서 죽는바람에
두아이와
이 철없던 애미랑 셋이서 마당
한 가운데서 울던생각이 나네요.
선배님 복날에 그런 사연이
잊혀지지 않겠어요.
잘봤어요.
어머나 애틋해라
어린 병아리가 그렇게 갔다니
당시에는 뿌뜨리님이시나 애기들이 얼마나 슾프고 놀랐겠어요
그 심정 이해가 갑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미안한 그 마음,
저도 깊이 공감이 됩니다.
불쌍한 동물들, 가축들..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편하고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네 매화향기님
정말 맞는 말씀예요
살아있는 것들은 사는 동안은 아프지 말고 잘 살아야하는데
제 가 마음 아파한 것도 그런 이유죠
감사합니다
비록 닭이지만 낭만님의 사랑에 용서 했을터이지요....
그나저나 좀 애잔합니다....ㅎ
네 장안님
아무리 동물이지만 키우면서 무심코 한짓이 결국 동물을 괴롭힌 결과가 되어
저도 지금까지 닭에게 미안하고 용서를 받고 싶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낭만 선배님~
용서를 해 주었을 것입니다.
너무 마음 아파 하지 마세요.
좋은 곳으로 갔을 것입니다.
네 샛별 사랑님
그래도 복날 삼계탕을 보면 엣날 실수가 생각나
닭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그래 용서를 빌고 있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오~~그런실수를 하셨네요.
그런데 닭이 다리가 묶인곳이 아파서
절륙거릴텐데 그러지를 않았나봅니다.
닭한테 미안은 하셨겠네요.
네 망중한님
닭이 절름거렸더라도 전 제 실수를 몰랐을거예요
지나놓고 보니 이렇게 닭에게 잘못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닭은 배설물을 가리지 못해 애완 동물이 될 수 없지요
어쨌든 정들여 키운 생명을 잡아 먹는 인간의 잔인성이라니~~
허기야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인간이라고 다른 동물과
다를 수야 없겠지요
나도 어릴 적에 집에서 키우던 개를 몽둥이로 때려 잡는 현장을
목격했기에 그 후로 절대로 개고기를 입에 대지 못합니다
낭만님의 고은 심성이 엿보이는 글에 잘 머물다 갑니다
네 송지님 정말 그래요
소도 한 식구처럼 지내다가 잡아먹고
돼지 개도 그렇죠
참으로 인간처럼 잔인한 동물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 닭이야 오죽하겠어요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미닭이 날개 속으로 병아리 재우는거 보고
엄마사랑 보았답니다
혹시라도 뭔가 나타나면
날개를 양쪽 으로 크게 벌리고 힘껏 발돋음해서 낭대보다 크게 보여 힘을 과시 한답니다
정말 그렇죠.
아무리 미물이라도 자식 귀여워하는 것 보며
에미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다는 것을 알죠.
!오 그리고 날개를 양쪽으로 크게 벌리고 힘껏 발돋음해서
남대보다 크게 보여 힘을 과시 한다는 말씀에 재미있는 동물의 세계를 알고 갑니다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봉긋한 집 한 채가 개나리밭이었으면...
장례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하세요
화장도 있고 매장,수장,목장등 다양하잖아요
흙으로 보내는 과정이니 아파하지 마세요
어쩌면 태우는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유무이님 오셨네요
넘 반갑습니다.
그럴까요?
그래도 흙에 묻었으니 나을까요
그렇게 마음의 위로를 삼겠습니다.
늘 건강하셔서 좋은 글 읽게 해주십시요
낭만선배님의 장닭이야기며 닭과 삼계탕 실이 묶인닭얘기 삶의 얘기글로 접하니 참 새밀하고 정갈함을 배웁니다.후기글 가슴에 않고 갑니다.
흐릿한 목요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