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 300만명 시대] [6·끝]
생계 힘들 땐 의료·주거비 지원 재취업 도울 직업훈련체계 절실
워킹푸어 4대 유형별 처방
한국의 워킹푸어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들 각자가 가장 절실하게 바라는 소망, 그 소망을 이뤄주기 위한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봤다.◆생활고로 이혼한 한부모 가장: IMF 외환위기 직후 남편과 헤어진 태연희(43·서울 노원구)씨는 주민센터에서 일해 월 80만원을 벌어 초등학생 둘을 키운다. 태씨는 "교육비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급식비와 우유값은 국가에서 지원해주지만 학습지는 초등학교 1학년을 끝으로 혜택이 끊어진다. 수련회나 야외수업을 갈 때 드는 비용도 부담스럽다. 태씨는 "지난 달에 큰 아이 학교서 단체로 수영장에 세 차례 갔는데, 그때마다 6000원씩 1만8000원이 들었다"며 "동네 사람에게 급히 돈을 꿔서 간신히 보냈다"고 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구인회 교수는 "한부모 가장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주거 안정과 자녀 교육비 지원"이라며 "수련회 등 정규 교과 과정 이외의 활동도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워킹푸어 자녀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부방과 지역아동센터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다. 구 교수는 "주거비의 경우 미국에서 시행 중인 '주거급여(housing benefit)'제도를 도입해볼 만하다"고 했다. 주거비를 대기 벅찬 워킹푸어 가정에 주거비 일부를 보태주는 제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 기초보장연구실장은 "워킹푸어는 고용보험·산재보험 등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가장이 몸이 아프면 의료비와 생활비가 동시에 필요해 집을 팔거나 빚을 지게 된다. 완쾌한 뒤에도 예전처럼 일하기 힘들어 가세가 회복되지 않는다. 김 실장은 "가장이 아플 때 의료비 외에 일정한 생계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실직하거나 자영업을 하다 망한 50대: 외환위기 이후 은행에서 퇴출된 김모(49·충북 청주)씨는 생맥주집을 열었다 망했다. 지금은 물류회사에 다니며 월 150만원을 벌어 아내와 대학생 두 딸을 부양한다. 김씨는 "이 나이에 새 일을 찾기 쉽지 않은데, 힘쓰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기계가 고장 났을 때 하루 뒤에 고치면 제 기능을 하지만 멈춘 지 3년 지나면 고쳐봤자 시장에 새 기계가 나와 있어 가치가 없다"도 "근로자도 실직 직후 곧바로 전직훈련을 받고 다음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는 시스템이 확충돼야 한다"고 했다. 전직훈련 시스템이 부족해 영세자영업자 과잉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취업난 시달리는 20대: 김민수(28·서울 동작구)씨는 부모가 이혼한 뒤 스무살 때 상경했다. 고졸 학력으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주유소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했고, 간판회사에 근무하다 회사가 망해 한때 노숙 생활도 했다. 그는 "노숙인 시설에서 배운 자전거 수리 기술로 폐자전거를 수리해 저소득층에 파는 사업을 생각해 봤지만, 나이도 어리고 자본금과 담보도 없다"며 "취직하기도 힘들 것 같아 막막하다"고 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채창균 연구위원은 "청년 워킹푸어들을 대상으로 집안 살림·재정상태·성장 환경·좋아하는 일 등을 심층적이고 구체적으로 상담한 뒤 맞춤형 직업교육을 해서 취직을 알선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초기에는 대상자 자격을 엄격하게 정해서 가능성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