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기간교통망시설 확장에 대한 자치도의 지나친 과욕
2012. 07.16. 00:00:00
최근 정부가 주도하고 천문학적 사업비가 투자되어 제주도외지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 구축논의가 국민적 관심사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의 발단은 제주자치도가 자체 논리개발을 통하여'신(新)공항 건설'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내는 와중에서 전라남도가 "제주도와 호남을 연결하는 해저고속철도 건설"을 재천명함으로써 비롯되고 있다. 물론 전자에 대하여는 2014년에 가서 그 타당성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고시(告示)한 상태이고, 후자에 대하여는 그 타당성 분석결과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도로·철도·공항 등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최상위 국가 기간(基幹)교통망계획을 20년 단위로 수립시행하고 있다. 우선 도로는 고속도로와 일반국도가 기본 골격을 이루어 간선망을 구축하고, 각 지역을 연결하는 지방도·군도·시가지 도로망이 상호 연계되어 유기적인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도로가 경제발전·거점도시 형성 등에 기여하였으나 최근 민자 도로 건설 등으로 국고지원 문제 등 병폐가 드러나 있다. 제주의 경우 불필요한 도로의 남설(濫設)이 우려되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둘째로 철도는 다른 교통수단보다 유리하고 장거리 및 대량수송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속철도는 전국을 일일생활권화 시키는 교통수단이 되고 있으나, 수도권지역 도시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붐이 조성된 도시철도사업은 해당 자치단체에 재정압박 등 부정적 문제들을 양산시키고 있다.
셋째로 공항은 국가역량의 총체적 결집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중추공항 기능을 선점하기 위해서 세계 각 국가 간의 그물 노선망의 확보, 수준 높은 서비스와 저렴한 시설 사용료 제공 등 국가역량을 결집하여 공항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중점성장, 고속철도와 고속도로의 확장개통과 확충 등으로 인하여 대다수 지방공항들은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4차 공항건설 종합계획에서도 이런 사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에 따르면 특히 고속철도의 확장, 고속도로 등 도로망의 확충으로 대다수 공항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항공운송의 미래전망 또한 밝지 않다. 국민 여가활동의 다양화로 국제선 이용이 증가할 것이나, 철도중심의 고속철도망의 확장으로 국내선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는 중국관광객의 항공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제주간의 직항로개설을 꿈꾸는 제주자치도의 기대와는 전혀 달리 정부는 앞으로 인천공항의 경쟁우위를 강화시켜 국제선 항공수요를 주도적으로 흡수하는 공항으로 키우려 하고 있다.
현재 기간교통망에 관한한, 불리한 여건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제주자치도는 지나친 과욕을 부리고 있다. 관광객이 넘쳐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저고속철도, 해군기지내 민항, 신공항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눈치다. 과욕은 나중에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 우선 불필요한 지방도로의 신설과 확장은 두고두고 유지관리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둘째로 해저고속철도 건설은 육지부와의 근접성을 크게 강화시킬지 모르나, 관광산업의 진흥이나 경제적 실리보장에는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특히 인구유출을 조장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제주자치도의 도제(道制)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셋째로 현재의 30%대 제주 중국간 직항로 탑승률과 정부의 기존 항공정책을 감안하면, 신공항건설의 당위성은 크게 떨어질 것이고, 건설될 경우도 반드시 성공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어떻든 이런 일련의 거대 토목사업 추진은 난개발 또는 환경파괴, 에너지확보, 폐기물처리 등의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이런 점에서 행정은 냉정하게 모든 것을 신중하게 대처했으면 한다. <백승주 C&C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재경대정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