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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권남희 옮김/ 문학동네/ 2010-1판, 21018-2판 11쇄
A. <반딧불이> 외 <헛간을 태우다> 무라카미 하루끼, 개요·설명 (발제: 가은미 선생님)
February 6th 2021. 토요일 오전 8:00~9:00
I. 개요
1. 책소개
여섯 가지 짧은 이야기로 엮은 단편 소설집이다. (반딧불이, 헛간을 태우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춤추는 난쟁이, 세 가지의 독일 환상, 비 오는 날의 여자 #241·#242)
작가는 반딧불이를 ‘중앙공론’이라는 잡지의 청탁을 받아 정직한 리얼리즘 기법으로 써보려고 했다고 한다. 컨벤셔널(conventional)한 형식의 소설로 단순하고 센티멘털한 청춘소설 같은 이야기로 새로운 글을 시도한 작품으로 4년 뒤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장편 소설로 태어나게 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2. 줄거리
14~5년 전쯤, 그러니까 17세~20세에 겪었던 이야기이다. 18세 때 대학 기숙사에서 지리를 공부하는 융통성 없는 룸메이트와 지냈다. 한 치의 어긋남 없는 장엄한 국기 게양 의식을 치르는 사람들처럼 룸메이트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양보도 없는 사람이다.
시큰둥한 나, 대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앞으로 뭘 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책을 읽지만, 소설가 같은 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무것도 되고 싶지 않았다. 친구도 없고, 나는 되도록 모든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녀는 내 친한 친구의 연인이었다. 내 친구와 나는 학교 수업을 빼먹고 당구장에서 게임을 했다. 그날 밤 친구는 차고 안에서 자살했다. 열여덟 살은 그렇게 지나갔다.
반년 만에, 요쓰야 주오 선 전철 안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는 도쿄 교외 있는 여대에 다니고 있었다. 일요일에는 죽은 친구의 연인인 그녀와 데이트를 했고 그럭저럭 시간은 흘러 스무 살이 되었다. 그녀와 하룻밤을 함께 지낸 뒤, 연락이 없던 그녀는 휴학하고 산속 요양소에 갔다는 편지를 받았다. 그 후 무엇을 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던 때, 룸메이트가 인스턴트커피 병에 넣은 반딧불이를 주었다. 나는 반딧불이가 든 인스턴트커피 병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가 병뚜껑을 열고 반딧불이를 날려 보냈다.
3. 죽음에 대하여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라, 그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다.-
말을 옮겨놓고 보니 역겨우리만큼 평범하다. 그야말로 일반론이다. 그러나 나는 그때 그것을 말이 아니라 하나의 공기로 체감했다. 문진 속에도 당구대에 늘어선 네 개의 공 속에도 죽음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마치 미세한 먼지처럼 폐 속으로 빨아들이며 살아온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죽음이란 것을 타인에게서 완전히 분리된 독립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즉 ‘죽음은 언젠가 확실히 우리를 붙잡는다. 그러나 반대로 말하면 죽음이 우리를 붙잡는 그날까지 우리는 죽음에 붙잡히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극히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생각 같았다. 삶은 이쪽에 있고, 죽음은 저쪽에 있다.
그러나 친구가 죽어버린, 그날 밤을 경계로 나는 더는 죽음을 그렇게 단순히 받아들일 수 없게 되었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다. 죽음은 이미 내 안에 있다. 그리고 나는 도저히 그것을 잊어버릴 수 없다. 왜냐하면, 열일곱 살이었던 5월의 밤에 내 친구를 붙잡은 죽음은, 그날 밤 나까지 붙잡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을 확실히 인식했다. 그리고 인식함과 동시에 그것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아주 어려운 작업이었다. 나는 아직 열여덟 살이었고, 사물의 중간점을 찾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29~30쪽)
4. 가장 슬픈 장면
6월에 그녀는 스무 살이 되었다. 그녀가 스무 살이 된다는 건 뭔가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나 그녀나 원래는 열여덟과 열아홉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게 옳은 듯했다. 열여덟 다음에 열아홉이고, 열아홉 다음이 열여덟- 그건 이해된다. 그러나 그녀는 스무 살이 되었다. 나도 오는 겨울에 스무 살이 된다. 죽은 자만이 언제까지나 열일곱이었다. (35~36쪽)
5. 신선한 표현
말의 가장자리가 잡아 뜯긴 모양으로 공중에 떠 있었다. (37~38쪽)
6. 숫자 15??
15분쯤 걷자 등에 땀이 뱄다~(반딧불이 20쪽), 십오 분이면 깨끗하게 태워버릴 수 있지요(헛간을 태우다, 68쪽), 나는 시계를 본다. 열한 시 십오 분(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115쪽), 버스가 오려면 아직 십오 분 가까이 시간이 있었다(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122쪽),우리는 보통 일주일에 열다섯 마리의 코끼리를 만든다(춤추는 난쟁이 140쪽), 15번 작업대에서 발톱을 붙이는 애야(춤추는 난쟁이 153쪽)
(토론) 60분 중 15분은 1/4 부분이기에 80인생에서 20세 젊은이들을 지칭하듯 초반의 성격 또는 심리를 저자가 의도하는 것 같다.
7. Ending
나는 몇 번이나 그런 어둠 속에서 가만히 손을 뻗어보았다. 손가락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 작은 빛은, 언제나 내 손가락 조금 앞에 있었다.
II. 토의 안건
1) 반딧불이의 의미, 상징, 모티브? C. <반딧불이>의 곤충과 작품 비교 분석 참고
2) 날아간 반딧불이는? 친구의 죽음, 떠난 여자 친구, 주인공에게 엄습해 오는 불안과 공포를 날려버리는 의미로 공감하다.
3) 친구의 자살 이유는?
『상실의 시대』에서도 뚜렷한 이유는 밝히지 않지만 여자 친구가 주인공을 사랑하지 않았나 하는 상상 밖에 할 수 없다.
또한 저자가 젊은이의 죽음을 다루는데 대해? 소설의 장치로 보아야 하지 않나. 젊은이들은 '죽음'이란 용어조차 싫어하는데 소설에서 자꾸 등장시킨다는 것은 소설가, 철학가, 신학자가 보는 시각 차이로 해석해야 하지 않나 싶다.
4) 청춘의 성장소설?
5) 그 외 단편 소설에 대해
<헛간을 태우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춤추는 난쟁이>
<세 가지의 독일 환상>
<비 오는 날의 여자 #241·#242>
<참고> - 인터넷에서 옮겨옴
III.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모든 책들
1. 중국행 슬로보트 (1983)
2. TV피플 (1990)
3. 렉싱턴의 유령 (1996)
4. 반딧불이 (1984)
5. 빵가게 습격 (1981)
6. 빵가게 재습격 (1986)
7. 태엽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1986)
8.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1981)
9. 꿈에서 만나요(= 소울 메이트)[15] (1981)
10.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단편집) (1999)
11. 쿠시로에 내린 UFO (1999)
12. 다리미가 있는 풍경 (1999)
13. 태국에서 일어난 일 (1999)
14.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1999)
15. 벌꿀 파이 (2000)
16. 밤의 거미원숭이(단편 작품 모음집) (1995)
17. 도쿄 기담집 (2005)
18. 사랑하는 잠자 (2013)
19. 드라이브 마이 카 (2013)
20. 예스터데이 (2014)
21. 기노 (2014)
22. 독립기관 (2014)
23. 셰에라자드 (2014)
24. 여자 없는 남자들 (2014)
25. 여자 없는 남자들(단편집)
26. 버스데이 걸 (2018)
27.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1~3, 도서출판 백암)
28. 그러나 즐겁게 살고 싶다 (문학사상사)
29.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문학사상사)
30. 먼 북소리 (문학사상사)
31. 우천염천 (문학사상사)
32. 스크랩: 그리운 80년대의 추억 (문학사상사)
33. 하루키의 여행법 (문학사상사)
34.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문학사상사)
35. 또 하나의 재즈 에세이 (까치)
36. 슬픈 외국어 (문학사상사)
37. 하루키 일상의 여백 (문학사상사)
38.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 (문학사상사)
39. 무라카미 라디오 (까치)
40.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동문선)
41. 비밀의 숲 (문학사상사)
42. 승리보다 소중한 것 (문학수첩)
43.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문학사상사)
44.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45.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 (비채)
46.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47. 저녁무렵에 면도하기
48.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49.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문학동네)
50. 밸런타인데이의 무말랭이
51. 백암판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1에서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 수록.
52. 세일러복을 입은 연필
53. 백암판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2와 동일한 내용 수록.
54. 해 뜨는 나라의 공장
55. 백암판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집 3에 수록된 ' 해 뜨는 나라의 공장' 수록.
56.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57. 시드니! (비채)
58.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현대문학)
59.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문학동네)
60.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IV. 무라카미 하루키
출생 1949년 1월 12일, 일본데뷔
1979년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수상
2016년 안데르센 문학상
2014년 벨트 문학상
2012년 제12회 고바야시 히데오상
2011년 제23회 카탈로니아 국제상
처음으로 소설을 쓴 것은 29살 때였다. 첫 소설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였는데, 1978년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히로시마 카프와의 경기를 도쿄 진구구장에서 보던 중, 외국인 선수였던 데이브 힐튼 선수가 2루타를 치는 순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949년 일본 교토부 교토시에서 태어나 효고현 아시야시에서 자랐다. 국어 교사이자 다독가였던 양친의 영향으로 많은 책을 읽고 일본 고전문학에 대해 들으며 자랐으나, 일본적인 것보다는 서구문학과 문화에 관심을 가졌다. 중학교 시절에 러시아문학과 재즈에 탐닉했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 손에 사전을 들고 커트 보너거트나 리차드 브라우티건과 같은 미국 작가들의 작품을 탐독했다. 1968년 와세다대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해 격렬한 60년대 전공투세대로서 학원 분쟁을 체험한다. 1971년 학생 신분으로 같은 학부의 요코(陽子)와 결혼, 1974년 째즈 다방 '피터 캣'을 고쿠분지에 연다.「미국영화에 있어서의 여행의 사상」이란 제목의 논문으로 7년간 다녔던 대학을 졸업하고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82년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고, 전혀 다른 두 편의 이야기를 장마다 번갈아 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1985년 제21회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1987년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함으로써 일본 문학사에 굵은 한 획을 긋게 된다.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들의 한없는 상실과 재생을 애절함과 감동으로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전 세계 누적 1000만 부 이상을 기록하며 '무라카미 붐'을 일으켰다. 또한, 1997년에는 옴진리교 '지하철 독가스 사건'을 취재한 특이한 르포집 『언더그라운드』를 발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에 대한 평론집이 일본에서만 수십 권에 이르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단정 짓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모든 작품을 통틀어 그는 현대사회의 소외된 군상들의 고독을 '나'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집요하게 파헤쳐왔다. 또한 하루키에 대한 평론에서 그치지 않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을 받고 자란, 이른바 ‘하루키 칠드런Haruki Children’이라 불리는 작가들이 등장, 하루키 리믹스 붐을 일으키고 있어 그의 문학이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다. 리믹스 소설이란, 다른 작가의 원작 소설을 작가 자신만의 개성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혼합, 변형, 재창조한 소설을 일컫는다. 모토기 후미오의 『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REMIX』, 이누카이 교코의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REMIX』 등이 있다.
하루키는 어렸을 때부터 일본 문학을 좋아하지 않았고 오히려 영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일본적인 것들이란 단지 등장하는 여러 가지 일본어로 된 지명과 이름들 뿐이다. 그래서 일본의 일상과 이야기를 작품에서 다루고 있으면서 전혀 일본에 국한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않는다. 작가는 '슬픈 외국어'에서 의미 없는 하나의 언어에 의존하여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일이 슬프다는 얘기를 꺼낸 바 있다. 그럼에도 하루키는 언어로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개개인의 심리묘사와 의식세계를 탁월한 그만의 문체로 묘사해준다. 또한, 언제나 작품의 끝에서 던져주는 여운들과 미완성인 듯한 느낌을 주는 스토리 구조는 더 없는 감동으로 독자들을 다음 작품으로 안내한다.
그의 대부분의 작품은 세계 40여 개국에서 번역, 출판되었는데 특히 미국과 유럽 쪽은 ‘하루키 전집’이 발행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그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이미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2005년 [뉴욕타임스]는 아시아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해변의 카프카』를 ‘올해의 책’에 선정했다. 또 2006년에는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해럴드 핀터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바 있는 체코의 ‘프란츠카프카 상’을, 2009년에는 이스라엘 최고의 문학상인 ‘예루살렘상’을, 2011년에는 카탈루니아 국제상을 수상하며 문학적 성취를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빵가게 재습격』, 『댄스 댄스 댄스』, 『태엽감는 새』, 『언더그라운드』, 『스푸트니크의 연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어둠의 저편』, 『도쿄기담집』,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1Q84』,『더 스크랩』,『중국행 슬로보트』,『이상한 도서관』 등 수많은 장·단편 소설, 번역물, 에세이, 평론, 여행기 등을 발표했다.
1981년에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가 영화화되었다. 2005년에는 이치가와 준 감독이 『토니 타키타니』를, 2010년에는 트란 안 훙 감독이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을 영화화 했다
[토론 후 제안]
1) <반딧불이>에서 저자는 곤충의 속성이 그의 작품에 녹아 스며 든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더하다.
2) 그의 작품을 처음 대하면서 제목 하나에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독자로 연구 분석하도록 이끈다는 점을 알게 되다.
<직업으로서의 소설> 같은 한 편 더 읽고 싶다.
B. 독후감 시 2편
<반딧불이 친구> / Eunmi Ga
난 스무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넌 열일곱이다
더 이상 나이를 먹지 못하는 친구야
죽음은
저 쪽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어
내가 마시는 공기였고
미세한 먼지처럼
폐 속으로 빨아 들이며 살아왔다
말의 가장자리가 잡아 뜯긴 모양으로
공중에 떠 있던 너
깊은 밤에 더 선명하게 빛나던
반딧불이 친구야
15년이 지난 지금
병 속에서 불빛이 희미해져 가는 널
이제 꺼내줄게
옥상에서 널 날려 보냈을 때
내 머리 위에서 열다섯 바퀴나 돌다 간
반딧불이 친구야
가장 높은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보다 더 밝게 빛나렴
<반딧불만은 비추련다> / Andrew
밤하늘 분쿄 구 기숙사
반딧불이 한 두 마리씩
성냥갑에 채워지듯
룸메이트는 1.2학년 몫
막막한 공기의 벽 때문일까
방황 자살 바람이 교정에 분다
뿌연 커피병의 반딧불이
유리벽에서 번번이 떨어지니
세 남녀의 모습 다를바 없네
村上春樹 ホタル1)
무라카미 하루키 반딧불이
언제 넣었는가
병뚜껑을 열어
금수탑 모서리에 올려놓는다
아!
자유 하늘길 열리는구나
세 친구를 등에 태워 날자
무덤으로 떠난 와타나베
요양원으로 떠난 나오코
어둠에 둘러싸인 기즈키
갓 20세 이들의 답답한 사랑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기에
그러나
저 멀리 떠난 반딧불이 회항한듯
그 어둔 손가락을 떠돌며 비춘다
항로를 잃을리 없을 터인데
약하디약한 발광기 때문인가
죽음 방황 이별 사랑이란
평생 날려버릴 수 없어서...
차라리 날개를 접는다
궤적을 맴도는 영혼처럼
나홀로 이들의 수호신되어
반딧불만은 비추어 주련다
목숨이 다하는 그순간까지
February 7th 2021
Andrew
1) 村上春樹 ホタル(호다루,반딧불이)
C. <반딧불이>의 곤충과 작품 비교 분석/ Andrew
딱정벌레 目, 반딧불이 科인 곤충으로 한국 천연기념물이다. 개똥벌레라고도 하며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형광빛을 뿜는 ‘반딧불이’는 순수 우리 말이다.
반딧불이(firefly)는 황홀하고 경이로우며 설렌 감정을 불러일으킨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 하루키가 이러한 반딧불이의 속성을 작품에 잘 녹아들게 한 점을 필자는 높게 평가하여 곤충과 작품을 아래와 같이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1. 유충으로 18개월 동안 다슬기, 다른 곤충 특히 달팽이는 70마리나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외피는 네댓 차례 갈아입고 몸집은 300배 가량 키워 성충으로 자란다. 빛은 뱃속에서부터 발광한다. 이러한 반딧불이의 모습은 대학 입학 전의 성장 과정과 같다.
2. 성충 또는 성년이 다 되어 갈 무렵 17세에 한 친구가 자살한다. 이로 인해 연인으로 지내던 그녀에게 공허가 찾아온다. 한 동네에서 살던 그녀를 그의 소개로 주인공이 고 2년에 만난 적이 있다.
이들 셋의 관계는 친구가 호스트, 주인공은 게스트, 그녀는 어시스트 겸 주인공 같고 그 친구의 경우 그렇게 친절하고 예의 바른 친구로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3. 룸메이트가 성충 반딧불이를 병 안에 잡아넣는다. 그들은 유리병에서 기어오르다가 마치 세 명의 친구들처럼 계속 미끄러져 내린다. 대학 기숙사도 마찬가지로 1-2학년은 2명씩, 3-4학년은 독방에 몰아넣는다. 전망 좋은 위치와 아름다운 건물이지만 학교 운영진은 융통성 없는 룸메이트처럼 극우재단의 육군 나카노 학교 출신들로 규율이 삼엄하다. 자유스런 젊은이들에게 이러한 기숙사는 답답한 생활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
4. 성충이 되어서는 하나같이 먹이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다. 이제 성충의 머릿속에는 온통 ‘성(性)’에 대한 애착뿐이다. 암컷이 불을 밝히는 것은 세 가지 이유이다. 하나는 애초 잠재적 포식자를 물리치기 위한 경고신호이다. 두 번째로 짝짓기 신호이다. 세 번째로 제 독성을 동네 방네 알리기 위해서 이다.
이 단계에서 작가는 18, 19, 20살 성년에게 신기한 느낌을 그려낸다.
5월 어느 일요일 오후 주인공은 답답한 기숙사를 빠져나와 전철에 몸을 맡긴다. 거기에서 그는 우연히 그녀를 두 번째 다시 만나 요쓰야 역에서 함께 내려 선로를 따라 이치가야 방향으로 약간 떨어져 걷는다. “공동생활이 즐거워? 내겐 체질에 맞을까?” 궁금한 듯 그녀가 묻는다. 6월 스무살 그녀의 생일에 신주크에서 케이크를 준비한 그는 그날 저녁 사랑의 손길로 스무 개의 촛불을 하나하나 꽂고 와인도 따르고 담뱃불까지 붙인다. 기뻐야할 생일인데 그녀의 눈에서 주체 없이 눈물이 볼샘을 타고 흘러 내린다. 영혼 없는 모양으로 그의 가슴 깊히 묻힌 채 소리 없이 그녀는 울기만 한다.
5. 한 달 후, 일년 간의 데이트에 대해 열 번도 더 고쳐 쓴다며 그녀는 그에게 아쉬운 감사 편지를 띄운다. 학교는 일 년 휴학하고 아파트는 비우고 교토 산속의 요양소에서 안정을 찾기로 한다는 짧막한 내용이다. 아마 이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며 다시 만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이러한 그녀의 편지는 그로 하여금 몇백 번이나 읽고 또 읽어 보도록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나버려 더욱 애간장을 들끓게 만든다. 첫사랑의 실연이 얼마나 큰 상처인지 그녀 스스로 겪으면서도 죽음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는 것 같다.
성충 반딧불이를 보면 주인공처럼 수컷이 받는 고통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먼저 수컷은 자녀의 아비가 되는 결정권이 전혀 없다. 암컷은 주머니에 보관된 다른 경쟁자들의 정액을 받아서 밀어내더라도 어떤 수컷이 가장 많은 선물을 지녔는지 그 수컷의 불빛을 살펴서 최후 취사선택의 권리를 당당히 누린다. 이때 암컷은 수컷에게 세 가지 이득을 얻는다. 하나는 더 오래 살 수 있는 영양분을 받는다. 게다가 더 많은 자손을 낳게 해주는 선물도 받는다.
때로는 포식성 반딧불이는 동료 반딧불이를 잡아먹지만, 암컷은 심지어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수컷의 신체 부위까지 느긋하게 씹어먹기도 한다.
6. 이런 면에서 볼 때 반딧불이가 지극히 온화하고 아름다운 생명체의 로맨틱한 명성과 달리 모계 중심의 포악한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지만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지막에서 ‘나’ 란 주인공 기즈키를 두고 멀리 떠난 나오키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주인공이 날려 보낸 <반디불이>는 그에게 다시 찾아온 듯 어두운 그이의 손가락 앞에서 빛의 궤적으로 맴돌며 떠날줄 모르고 위로와 사랑의 반딧불로 환하게 비추어 곤충과 주인공의 로맨틱한 장면을 배경으로 하루키는 막을 내린다.
7. 끝으로 저자가 <반딧불이>란 제목을 막연히 소설화 하지 않고 작은 곤충을 연구하여 세심한 배려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누구나 첫 인상을 받은 반딧불이의 동심을 그대로 유지하게 하려는 의도를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
결론적으로 이 소설에 대해 문학작품으로서는 흠이 없지만 집필 당시 1984년에 반딧불이의 독성 연구 자료가 있었다면 저자는 이 작품을 이대로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보면서 필자는 8항에서 <반딧불 독성 정보 참고자료>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7~8항 교정, 21.02.12)
8. (참고, daum) 『반딧불이가 천천히 날아다니는데도 새나 박쥐가 못 잡아먹는 이유』:
반딧불이에게 어마어마한 독성이 있기 때문에 잡아 먹는 쪽에서 죽기 때문이라네
(2020.12.06 『반딧불이 삼킨 두꺼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D. <헛간을 태우다> 독후감. 詩
독후감/ 권희진
'헛간을 태우다'는 영화 버닝의 원작이 된 단편이다.
이 단편에는 두명의 남녀가 등장한다.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비춰지는 여 주인공이라는 젊은 여자는 현실과 상식이라는 교과서와 일찌감치 멀어지는 인물이다.
궤를 이탈한 물체와 인간의 습성이 그렇듯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찾게 된다. 외딴 곳을 찾게 되고 엉뚱한 상상에 정착할 때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서는 이유다.
매우 냉철하면서도 이성적인 남자는 이 여인에게 타인과 유지할 수 있는 거리의 축을 점점 단축시켰다. 그 남자의 거리감이 여자와 가까워질 수록 여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커진다.
여인은 타인의 헛간을 태우는 취미가 있다고 대답하지만 사실 그것은 남자의 취향이었다. 다만 남자의 담담한 서술에서 헛간을 태우는 행위는 사유 없는 일탈임을 알 수 있다.
젊은 여자를 관조하는 남자에 대해 의구심이 들지만 화자는 의심이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타인적 관점'을 유지한다.
결국 여인이 사라졌다. 어떠한 흔적도 남김 없이 사라졌다. 불에 탄 헛간과 그녀의 차이점이 있다면 여자는 헛간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자가 사라지고 난 후 두 명의 남성은 타인의 배려적 '거리'를 유지한다. 그들의 대화는 한 인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이토록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만큼 건조했다.
그녀가 사라진 배경에 대해 어떠한 궁금증을 갖지도 않고 그녀가 마치 15분 만에 타 버리는 헛간이 된 사실을 존재의 명멸이라는 꽤나 상식적 메타포를 전달할 뿐이다. 오히려 남자가 여자를 죽였다는 추론이 상식의 선을 넘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여자가 헛간처럼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남자를 의심하지 않은 것이 인물을 통해 작가의 눈이 현대인의 딱딱한 감정을 찌르고 있다.
남자에게 여자는 타인의 헛간에 불과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대로 어느 순간 존재를 말살해 버려도 아무 탈이 없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여가를 즐겼을 뿐이다.
<헛간을 태우다> / 김혜진
알리바바의 지혜로 극복한
대문앞에 숨겨진 그림의 비유는
위기의 꿈속에서 나의 지혜가되고
구원의 대상을 찾아 헤메는 그녀의
사실은 인어공주처럼 한낱 거품이 되었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어쩌지도 못한
태워주기만 기다리는 메타포
처음부터 존재 하지 않은 것은 없어
슬퍼하지 않고 사라지는 것도 없어
단지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뿐
판단도 하지마
도덕은 물림쇠같은 균형이 아니라
슴베처럼 품어주고 이어주는 것
쇠붙이와 나무는 어울리지 않지만
숨겨놓은 이음줄로 엮어주는 것
거기 무엇이 없다는걸 잊어버리는
공허함을 쫒아내고
한 생명이 다시 태어나
기능적으로 움직일수 있도록 도와주는
올바른 선이 되는 것.
동기도 자비도 없는
잘못된 믿음과 편견을 벗어버리는
빛나는 봄의 헛간을 나는 생각한다
(후기: 발제자 가은미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헛간을 태우다> 독후감/ 권희진 선생님, 시/ 김혜진 선생님, 영상 기술로 수고하시는 Gorden 선생님, 또한 청강하신 Pearl 선생님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독자분들에게도 내일부터 설, 코로나 19 잘 극복하시고 즐거운 명절 행복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21.02.10 Andrew)
<독서일정>
발제자: 김혜진 선생님 시간: 2021년 2월 20일 토요일 오전8:00~9:00 도서: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파주: 창비, 2020. p.243 모임: 인원 제한 없음- 『글로벌 온라인 독서 토론회』 참여방법: 카톡방 「PeacE 010-2090-1432」(시작 전에 올리면 바로가기 클맄 후 참여) 도서목록: 2월20일/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김혜진 선생님 3월 6일/ 씬 짜오 춘향/풀빛미디어, 2020. 권희진 선생님(저자 발제) 3월19일/사랑의 역사/니콜라우스/문학동네, 2020. Andrew 선생님 4월 3일/노자-도덕경 Humanist/ 저자 / 출판사. 가은미 선생님 4월17일/언어의 온도/이기주/말글터/2016. p.308. 김혜진 선생님 철산도서관 (02) 2680-6049, sh6049@korea.kr daum 대표 1577-3321 종류 다양한 경우 저자와 출판사, 연도 기록하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