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8, 낭송 토끼전/심청전, 구윤숙, 손영달 풀어 읽음, 고미숙 기획, 2015, 총176쪽
낭송본 판소리, [토끼전]은 신재효 본 [토별가]를 뼈대로 삼아 윤문했다고 한다. 거기다가 신재효 본에 없는 용왕의 병과 토끼의 마지막 고생담을 다른 판소리 창본에서 가져다가 삽입하여 한층 재미를 더하였다. 요즘 퇴근길에 ebs 라디오 프로 '고영열의 풍류풍류'를 듣게 되었는데 이번 주에는 '춘향전'을 한 주간 내내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내 나이에는 춘향이 이야기보다는 이몽룡과 월매의 이야기에 내 귀가 더 집중이 되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읽은 '낭송 토끼전/심청전'을 다시 꺼내어 읽어보고 고전의 멋에 듬뿍 취해보았다.
마당에 붉은 감 떨어지는 소리가 '툭!툭!' 들리는데 마음은 또 어찌 이리 심란한지, 소란한 토끼전을 읽노라니 한 시름 놓고 책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또 심청전은 어떠한가? 아비를 위해 목숨바치기를 꺼리지 않는 옛날 사람들의 생각에 두 눈 꼭 감고 명상에 젖어 생각해 본다.
'아하, 고전의 맛이 이런 것이구나. 옛 사람들의 생각에 들어가 보고, 현재를 돌아보고, 내 몸을 어디 두어야 할 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구나.'
토끼전을 읽자하니 어깨춤이 절로 난다.
특히 재미난 35쪽을 함께 읽어보면
"효도는 백행의 근본이요, 충성은 삼강의 으뜸이라. 천성으로 할 것이지 가르쳐 하오리까. 신의 선대 할아비가 멱라수에 사셨는데 절강에서 처를 얻어 굴원의 고기는 할아비가 얻어먹고 오자서의 고기는 할미가 먹었습죠. 부부지간 두 뱃속에 충혼이 잔뜩 들어 자손이 나는 대로 뼛속까지 충신이요 대대로 충신이라. 수궁은 고사하고 세상의 사람들도 충신 의리 있는 이는 우릴 잡는 법이 없고, 어부에게 잡힌 것도 사서 물에 놓아주니 종족이 번성하되 벼슬자리 욕심 없고 높은 벼슬 마다하며 문중에서 상자 뽑아 주부 벼슬 이어 주니 황하가 마를 때까지 편안 근심 함께하며 국가를 모시리다. 신의 간을 잡수어서 대왕 환후 낫는다면 바로 빼어 올리련만 토끼 간이 좋다하니 소신이 정성 다해 기필코 구하리다."
만조백관이 다 놀래어 에워싸서 살펴보니 평생 모두 멸시하던 주부벼슬 자라여든 용왕이 의혹하여 자세히 묻는구나.
위의 글을 읽어보면 참말로 별주부는 충신이자 영웅이다. 과연 사람이 저런 헌신하는 마음을 낼 수 있으랴? 보통 우리가 열광하는 영화 속의 영웅이나 어벤져스(The Avengers)들은 개인적 원한이나 어떤 피지 못할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영웅의 짐을 떠맡게 되는데 우리 [별주부]는 그렇지 않다. 자청해서 임금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 홀홀단신 떠나는 것이다. 특히, 이 이야기는 노래처럼 낭송하기에 무척이나 적합하고 무엇보다도 한 문장 한 문장이 웃음과 해학이 넘치는 말로 이루어져 있어 나같은 낭송 초짜도 네박자로 아무렇게나 읽기만 해도 소리가 멋들어지게 흘러 나왔다. 더하여 입가에 웃음까지 실룩실룩 삐져나오니 오늘 하루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금세 [토끼전]을 다 읽고 말았다.
그다음엔 심청전이었다. 심청전도 토끼전과 매한가지로 소리 높여 낭송하면 일사천리로 노래가 되고 웃음이 절로 나오니 누구든 직접 읽어보면 드라마 보는 것보다 더 재미 지니 이쯤에서 심청전 읽기를 권고하고 독후 감상문은 생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