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늘 쌍방으로 흐르고 있었다.
-일이 즐거우면 인생은 낙원이다. 일이 의무라고 생각하면 인생은 지옥이다. - <막심 고리키>
여권을 발급받아야 할 일이 생겼다. 해외를 자주 나가는 일이 없다보니 갈 때마다 갱신 시기를 놓치고 신규 발급을 하게 되어 스스로 생각해도 참으로 딱한 일이다. 미용실을 운영하다보니 잠깐 자리를 비우는 사이 손님이 오셨다가 볼 일을 보지 못하고 되돌아가실 것을 생각하면 늘 미안하고 불안하다. 이것은 자리를 지켜서 손님을 놓치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개념보다는 되돌아가시는 손님의 허망한 마음을 짚어보면 사실 주일이 아니면 아플 수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만다. 그러나 급한 일과 중요한 일에도 순서가 있듯이 미룰 수 없는 일이라 군청으로 향했다. 그런데 여권 발급을 의뢰하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이름의 끝자리가 두음법칙에 의하여 “님”자와 “임”자를 혼용해서 쓰다 보니 신원증명이 어렵게 된 것이다.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본적지에 가서 해결하고 다시 오라는 것이다. 공무원 퇴근시간은 다가오는데 세상은 참으로 스피드하고 스마트하게 변해가고 있건만 이만한 일에 본적지까지 다녀오라니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뻔히 알면서도 어린아이처럼 억지를 부리고 싶어진다. 담당직원은 이와 같은 사실에 조목조목 설명을 해주시고 나는 이유 없이 청을 나와 다시 본적지로 향했다. 그곳에만 가면 아무런 문제없이 순조롭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이름을 단순 정정하게 되면 내 일상의 모든 부분을 정정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거나 또 다른 방법으로 개명 신청을 하게 되면 한 달여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급한 것과 중요한 것 중 어떠한 방법을 택해야 할지 순간에 매듭을 지어야 할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름에 관한 한 늘 나는 아버지를 탓하고 살아왔다. 출생신고부터 잘못되었다는 생각이었고 따라서 언젠가는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그런데 이곳 담당직원의 설명을 듣고 비로소 아버지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본적지에서는 다시 주소지로 가서 일을 보아야 한다는 것, 살짝 어이없음과 함께 쓸데없이 화도 나려한다. 덥석 의자에 주저앉아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퇴근시간이다. 아마도 담당직원은 처리하여야 할 방법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주소지의 기관과 전화 소통으로 하여금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꼼꼼하게 챙겨보고 애써 처리해주시는 모습에 기다리는 시간이 내게는 감동이었다. 담당 직원의 친절한 응대는 나에게 안정감이었다. 설령 냉정하거나 무심한 태도로 주소지에 가서 해결하라면 민원인은 또 어쩔 방법이 없지 않겠던가 말이다. 그로 인하여 당연히 거처야 할 일임에도 큰 불만을 품게 되고 심지어는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도 있겠더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친절한 응대는 대단한 고마움이었고 따뜻함이었다. 그렇게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해결을 하고 다음 날 다시 군청을 찾았다. 들어서자마자 낯설지 않게 환하게 웃어 맞이하는 모습에 마치 날마다 보아왔던 이웃처럼 반갑고 편안하다. 아무리 가벼운 일이라도 해결해야 할 민원을 가지고 기관을 찾는 일은 누구에게나 부담이면서 어려움도 큰 것이다. 그러나 어제 방문하여 미뤄 둔 민원을 기억하고 차 한 잔의 대접과 함께 이모저모 불편함은 없는지 멀리서 바라보거나 순간순간 체크해주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등짝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사전적인 민원이란 “국민이 정부나 시청, 구청 등의 행정 기관에 어떤 행정 처리를 요구하는 일”이라 나와 있다. 즉 어떤 구체적인 일과 관련하여 주민 개개인이나 집단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이는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모두에게 해당되는 일이라 혹은 민감하거나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민원을 상대하는 각 기관 공무원의 역할은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불만을 표출하는 민원인에게도 친절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응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과정의 친절과 편안함이 어디 공무원의 몫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되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공무원의 전문성과 업무능력을 잘 보여줌으로써 긍정적인 인상을 받게 될뿐더러 민원인 역시 그들의 업무 능력과 신뢰성을 높게 평가해주는 가지런한 자세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국가와 국민을 섬기는 직업인으로서 민원인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필수적인 가치로 여기며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국민이 공무원을 대하는 태도 또한 상호 존중과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여야 한다. 이제 우리는 그만한 국민 수준의 정서는 되어있지 않던가 말이다. 가끔 보도를 통하여 만나는 진상의 고객들을 우리는 많이 보아왔듯이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도도하고 거만한 태도로 공무원들을 하대하는 경우랄지 무슨 판사나 검사가 죄인 대하듯 마님이 머슴 대하듯이 막무가내 각자의 성향대로 진상을 부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늘 쌍방으로 흐르고 있다. 공직자가 이해와 공감으로 친절하게 업무를 처리할 때 국민들은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 역시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효과적인 소통이며 공공 서비스의 효과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상호간의 기본 메너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공직생활 중 민원업무 처리과정에서 때로는 힘들고 안타까운 고비가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직업에 임하는 각자의 목표가 무엇이든 자신을 낮추고 성실함으로 임하는 우리 영암군의 모든 공직자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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