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13) : 역답사-<대구역>
1. 대구역에는 KTX열차가 서지 않는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KTX가 서지 않는 광주역과는 다르게 여전히 대구의 중심이라는 점을 확인한다. 광주역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텅 빈 역사의 쓸쓸함과 축소된 광주의 중심이라는 인상과는 다르게, 대구역에는 많은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고, 역을 나오면 대구의 중심 거리인 동성동과 근대역사거리로 연결되고 있었다.
2. 대구의 중심을 걷는 것은 어떤 도시보다도 흥미롭다. 근대의 건축물이나 시설들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장소가 목포, 군산, 부산인데, 대구 또한 그곳들 못지않게 다양하면서 매력적인 근대와 조선의 명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구 약령시 거리에서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었고, 약령시 거리에 위치한 YMCA건물과 130년에 되었다는 교회 건물은 이 거리의 시간적 깊이를 느끼게 해주었다. 거리는 활기있고 옛 경상감영 자리에 만들어진 공원에서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광역시청은 다른 지역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도시 전체의 활력은 어떤 도시보다도 더 싱싱하였다.
3. 저녁을 먹기 위해 대구역 뒤쪽으로 이동했다. 안내 표시에 ‘시장’이 있다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뒤쪽에는 수많은 공장과 물류센터들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조금 더 이동하자 능금시장, 칠성시장 등이 나타난다. 시장 먹거리 공간으로 이동했는데, 파는 것은 오로지 돼지 부속물과 닭과 같은 고기 종류뿐이었다. 농담처럼, 보수는 ‘고기’를, 진보는 ‘채소’를 선호한다는 어떤 이야기가 생각났다. 역은 항상 두 개의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는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얼굴, 그리고 다른 하나는 원래 자신이 갖고있는 본래적 얼굴이다. 어떤 얼굴이 더 매력적인 것인가는 걷고 나서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대구역에서는 압도적으로 보이고 싶은 장소가 끌린다. 3시간 이상 여유롭게 걷고 싶은 공간이었다. 시장에서 식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역 바로 옆에 있는 롯데백화점 식품코너에서 샐러드를 곁들인 식사를 하였다. 돼지 냄새가 진동하는 식사는 여전히 쉽지 않다.
첫댓글 - 음식에 대한 끌림은 어릴 때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DNA 구조처럼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