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일신초등학교 4학년 어린이들을 만나고, 뜻밖에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선생님, 저 기억하세요?"
웬 중년의 참한 인상의 여인이 다가오며 물었다.
"어어, 낯이 익는데, 혹시 저하고 같은 학교 근무했어요?"
"아뇨, 저 선생님 제자 O성옥예요. 간석북초등학교 3학년."
"어머나, 그래? 여기 선생님이야?"
"아니요. 학부형인데 선생님 오신다고 해서 일부러 왔어요, 뵈려고."
나는 그만 성옥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살려 보니 간석북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의 얼굴이 어렴풋이 스쳤다.
오늘 만난 제자는 얌전하고 말수가 적었지만, 늘 성실하고 예쁜 아이였다.
성옥이는 기억나는 일들이 많다고 한다.
방과 후에 아이들을 남겨서 글쓰기를 지도한 일, 몇몇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노래를 블렀던 일 등등.
아, 그때는 열정이 있었고, 아이들과의 시간이 즐거웠지.
더구나 간석북초등학교는 교사들과의 분위기도 좋아서 늘 그리웠던 학교였다.
교장교감선생님도 나를 특히 예뻐하셔서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고도 아침 출근길 무심결에 그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는 얼마나 황당했던지...... .
내가 기억하는 제자들을 성옥이는 또 잘 모르겠다고 한다.
사람의 기억이란 각자 나름대로 따로 편집하여 저장하는 듯 하다.
오늘 40을 갓 넘긴 제자는 어느새 초등생 딸을 둔 엄마가 되었고,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래도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