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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를 심다.
5월 13일, 어제 화순 들꽃 모임에서 모후산 들꽃 탐방을 마치고 밤 9시가 넘어서야 버스를 타고 나주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 250여평의 밭에 깨를 심기 위해서다. 어머니는 마을 아저씨를 통해 깨를 심을 밭에 비닐 치는 작업을 마쳐 놓았다. 세로로 긴 두둑 3개와 가로로 20개의 두둑이 마련되어 있었다.
아침 4시 40분에 어머니를 따라 밭으로 나갔다. 사방은 아직 어두웠다. 멀리 산자락은 짙은 검은색이고 하얀 아까시아 꽃도 보인다. 은은한 아까시아 향기가 들판의 바람과 함께 코 끝에 닿았다. 그리고 얼마 걷지 않아 길가에 찔레꽃도 보인다. 아까시아 향보다도 더 진하고 톡 쏘는 향기를 내 품고 있었다. 찔레꽃 향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는 어느 연인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조그마한 그릇에 깨를 가득 담고 두둑에 쪼그리고 앉아 깨를 심는다. 오른 손의 엄지와 검지로 깨를 집어 약 8센티미터 마다 있는 구멍에 깨알 7,8개를 떨어뜨리고 왼손의 검지로 떨어진 깨를 눌러주면 깨알은 안으로 들어가고 흙은 복원되어 완성된다. 더러 평평하게 골라지지 않은 곳은 왼손으로 흙을 골라 자리를 만들고 앞에 소개한 동작인 오른손으로 깨알을 떨어뜨리고 왼손으로 둘러 준다.
구멍 4개를 잡아 위 아래 8개를 완성하고 허리를 펴서 옆으로 이동하고 다시 깨알을 집어 넣는다. 처음에는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시간을 지나고 횟수를 거듭하자 지금까지 했던 작업이 휠씬 많은데도 남은 작업양이 점점 더 많아보였다. 어머니는 아예 버릴 바지를 입고 엉덩이로 밀고 다니면서 깨를 심으셨다. 어머니는 옮길 때마다 어깨를 이용하시니 어깨가 아프시고 아직 젊은 나는 쪼그리고 심다보니 허벅지가 아파왔다.
깨를 심는 기계가 발명되었다고는 하나 이렇게 손으로 심으면 100% 싹이 나온다는 어머니의 설명이다. 아침 햇살이 살짝 비치자 참새보다 부리가 길고 찍찍 찌찌직 소리를 내는 새들이 모여든다. 아마 맛있는 참깨을 먹으려 모여 든 것이다. 어제 윗 밭 아주머니가 아들 내외와 손자까지 동원하여 깨를 심었고 아마 이 과정에서 떨어진 깨알를 맛보고 이렇게 나타난 것이라. 새들은 우리들 눈치를 보느라 밭가에 있는 은행나무와 대추나무에 소리를 내면서 요란을 떨고 있다.
아마 저 새들은 떨어진 깨알만이 아니고 부리로 흙을 파해쳐 속에 든 알도 꺼내 먹을 것이다.
이렇게 심었지만 싹이 나오지 않은 구멍에는 다시 깨알은 넣어 줍니다. 그리고 한 구멍에서는 싹이 넣은 수만큼 나오게 되는데 이중 한 개만 남기고 모두 뽑아 주어야 하니 너무 많이 넣으면 그만큼 뽑아 주어야 하는 일의 양도 늘어난다. 2년전까지 어머니와 같이 깨을 심었던 동네 할머니는 정확히 한 구멍에 3개씩만 나오게 하여 얼마나 일을 야무지게 하신지 모른다고 칭찬하곤 했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작년에 저 세상으로 가시고 어머니와 나는 그렇게 정확히 심지 못했고 나는 많을 때는 10개이상을 넣은 경우도 있었다.
중간에 아침을 해 먹고 다시 시작했지만 오전 11시 20분에야 일을 모두 마쳤다. 시골의 밭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종래에는 일에 지치게 된다. 일어서서 허리를 펴고 모자를 고쳐쓰고 그리고 가끔씩 하늘이라도 쳐다 보아야 다시 시작할 마음이 생긴다. 더군다나 혼자 한다면 얼마나 일의 진척이 없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내가 가르치는 학교 학부모의 대부분은 이렇게 생활하시고 더러 학생들도 이런 일에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에 이렇게 적어 보았습니다.
매일 매일이 즐겁고 보람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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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농사 짓는 부모님과 살았어도 깨를 이렇게 심는 줄 몰랐습니다.
그냥 손에 한 줌 쥐고 휘휘 뿌리면 되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심어진 깨로 깨를 털어 가을이면 두병, 세병 짜 주시는 참기름이 고소한 이유를 알겠군요.
좀 더 사무치게 고마워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죄송하군요.
깨농사 풍년농사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고향이 나주신 줄 몰랐네요. 반갑습니다, 향우님!
태어난 곳은 함평입니다. 그리고 이곳 저곳을 떠돌다 1993년 어머니가 나주 노안에 안착하시고 저는 2007년부터 노안에 주소를 두고 있습니다. 농협조합원이고 자급자족할 만큼의 논과 밭을 마련했습니다. 자동차세 등 세금을 낸다는 점에서는 저도 나주인입니다.
함평이면 제 본향이기도 하죠. 김씨 성들이 모인 곳이 '나산'이곰... 어젠 조성에 선생님 '별장'이 있다 했더니 아내가 노안 어디에서 밭도 일구지 않아요? 묻더군요. 난 전에 '무' 같은 거 가져오실 때 그것이 조성에서 캐오신 걸로 연결해보았는데 말이죠.
내 친구이지만 자랑하고픈 선생님 수고 많았다.
깨심는 방법이 조금 다르네요~~^^
깨씨를 뿌리고 얼만큼 모종이 자라면 옮겨 심기를 했던것 같은데
제가 모르는 새에 방법이 바뀌었나요?...ㅎㅎ
암튼 모든 농사일이 그렇듯 파종에서 수확까지 쉬운일이 없습니다~
허리 많이 아프셨겠어요~~^^
듬성 듬성 깨를 심었던 자리가 비면
다른 곳의 모종을 옮겨 심기도 합니다.
깨알을 심기 전에 밑거름을 충분히 해주고
두둑에 친 비닐이 풀이 자라지 못하게 방지해 주기에
남녁의 들에서 흔히 보는 풍경입니다.
허리보다 허벅지가 아파서
오늘 종일 계단을 오르 내릴 때 조심 조심해야 했습니다.
즐겁고 매일 매일이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