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두 편____최장락
백열등 외 1편
최장락
슬레이트집 30촉 백열등 불빛
호박꽃등처럼 은은하다.
문을 열 때마다
낮은 천장 아래 흔들리는 태양.
표면의 뜨거움과 빛이 방안을 채운다.
아이들 장난치며 웃는 소리
300촉으로 빛난다.
일어서 손 내밀면
우주의 일식 쇼로 방 한쪽 어둠이 내린다.
유성이 떨어지고
아이들은 별나라로
베개를 타고 날아다닌다.
로켓의 굉음이 온 우주를 가득 채운다.
태양은 여전히 뜨겁고 우주는 대낮이다.
빛을 잃은 별들이
아이들의 눈 속으로 들어가 초롱하다.
유성처럼 빠르게 불빛이 진화한다.
엘이디LED 세상
사라진 우주.
수리수리 마하수리
신문사 책상은 전쟁터다. 책꽂이에 꽂히고 쌓인 인쇄물들. 어느 칸은 너무 빽빽하게 꽂혀 책을 빼내기도 힘들다. 책꽂이 위에 얹어 둔 신문과 잡지가 어지럽다. 분각기가 없어도 그들이 눕고 선 각도는 안다. 밀도 높은 책꽂이 책들이 숨조차 쉬지 못하고 얇게 저민 가슴만 드러낸다. 책꽂이에는 매일같이 쌓여드는 인쇄물로 넘쳐난다. 신문사의 인쇄물들은 모두 생물들이다. 재생산을 위해 기다리는 숨 가쁜 아우성. 미처 읽지 못한 것들은 큰 입 벌려 으르렁거린다. 개봉조차 하지 않은 잡지들이 쌓여 애처롭게 쳐다본다. 여기저기 포스트잇에 적힌 약속들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광통신 인터넷으로 세상 안으로 들어가면 화면을 채운 정보들이 끝없이 마우스를 따라 다니며 유혹한다. 클릭 한 번에 뒤집어지는 세상. 숨이 막힌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최장락 / 1963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시집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있다. 현재 <겨울숲>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울산매일 신문사 경제부 기자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