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식 수업에서 학생 주도형 수업으로
종전의 수업은 교사의 강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강의식 수업은 한 학기에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진도에 맞춰 진행할 수 있지만 앉아서 듣기만 하는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수업은 강의식에서 벗어나며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이 모둠별로 주제를 정해 발표를 하거나 토론을 하기도 한다.
달라진 수업의 대표적인 예는 플립 러닝이라고도 하는 ‘거꾸로 수업’이다. 학생이 온라인으로 미리 공부해 오면 수업 시간에는 관련 내용을 토론하거나 문제 풀이를 비롯해 추가 활동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학생은 자신의 학업 수준이나 학습 속도 등에 맞춰 조절하면서 공부할 수 있으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수업 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학 과목이라면 기본 개념을 먼저 공부하고 온 뒤 수업 시간에는 그 풀이법을 다양하게 고민해 보거나 실생활과 연결해 개념을 확장하는 식이다.
융합 인재 교육으로 불리는 STEAM 교육도 새로운 수업 방식 중 하나다.
STEAM 교육은 과학기술 기반의 융합적 사고력과 실생활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으로, 과학(Science)·기술(Technology)·공학(Engineering)·인문예술(Art)·수학(Mathematics)을 연계해 학습한다. STEAM 교육은 주어진 문제를 학생이 주도적으로 재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분야의 학문을 통합해 사고하고 지식을 깨우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감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로 문제 해결하기
학교의 새로운 분위기는 수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디자인 싱킹(디자인 사고)’을 교육에 접목해 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겪는 문제 또는 자신이나 친구들과의 문제에 스스로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디자인 싱킹은 디자이너들이 새 제품을 디자인하며 문제를 풀어가던 방법을 활용한 창의적 문제 해결법이다.이 방식은 사회 또는 개인적 문제 해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물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미얀마 농부들을 도우러 간 스탠퍼드 공대 학생들이 농부들과 생활하며 그들의 고민에 공감하면서 진짜 문제는 물이 아니라 조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학생들은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농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조명을 고민하게 되었고 대안으로 태양열을 이용한 저전력 LED 조명을 설치해 문제를 해결했다.
디자인 싱킹의 교육적 장점은 대안을 찾기에 앞서 먼저 공감을 하며 다양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기 때문에 학생들의 다양성을 살리며 아이디어를 마음껏 나눌 수 있어 실패나 좌절에 대한 불안이나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협업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나눔, 협력도 배운다.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학교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디자인 싱킹 세미나와 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15개 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디자인 싱킹 캠프를 진행했다.
중등교육과 전현진 장학사는 “디자인 싱킹 캠프에 학생 자치회가 참여해 학교의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진단해보고 개선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보도록 했다.이런 활동을 통해 학생 자치회 중심의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싱킹으로 새로운 학교 만들어가요
용인교육지원청 주최 디자인 싱킹 캠프에 참가한 용신중 회장단 학생들은 새로운 문제 해결 방식에 빠져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강의를 들었다. 회장인 3학년 최무경 학생은 “물을 나르느라 고생하는 아프리카 친구들을 돕기 위해 만든 신개념 물통 ‘큐드럼’이 디자인 싱킹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강의와 함께 여러 활동을 하면서 직접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볼 수 있어 좋았”고다 전했다.
새로운 문제 해결법을 접한 학생들은 자신들만 알고 지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에 학급 반장들을 대상으로 내용을 전달하기로 했다. 3학년 부회장 오혁주 학생은 디자인 싱킹을 다시 공부하면서 발표 준비를 도맡았다. 혁주 학생은 “처음 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다시 공부하면서 확실하게 이해가 높아졌다. 학급 반장과 부반장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싱킹을 소개하고 조별로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에 적용해볼 계획이다. 2학년 부회장 김우현 학생은 “내년에 임원이 되면 학급별 부스를 운영하는 학교 축제에 디자인 싱킹을 적용해보고 싶다”며 “다양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축제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윤 교감은 “보통 생각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디자인 싱킹 같은 새로운 방식을 통해 발상의 전환을 해보는 것은 중요한 체험이 될 수 있다”며 “올해로 끝내지 않고 내년에도 이런 기회를 늘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이어서 “교사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싱킹 연수를 진행하면 다양한 교과 수업에 연계할 수 있고 학생들을 관찰하고 평가할 때에도 다면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학 원리, 실생활과 연계하니 흥미 높아져
경기 백송고는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함께 하는 STEAM 교실’을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3D 프린터, 코딩, 전자기학, 창의 공학과 관련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건담이 살아 있다’의 경우, 고2 <미술창작> ‘매체의 표현’ 시간에 평면 도안을 이용해 입체적인 페이퍼 아트 작품을 만들고 이 작품에 <화학 Ⅰ>에서 배우는 화학 전지(숯 전지, 리튬 이온 전지, 태양광 전지, 과일 전지, 다니엘 전지, 볼타 전지 등)를 도입해 ‘키네틱 아트(움직이는 예술)’를 구현한다. 이 과정에서 전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미래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방안을 토론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또 ‘현대 과학으로 만나는 우리 옛 별자리 28수’에서는 지구 공전운동에 따라 나타나는 계절별 별자리의 변화를 이해하고 전도성 펜, LED, 적외선 센서로 우리 옛 별자리 28수 설명기 제작하기, 스마트 앱 코딩을 적용한 설명기 만들기를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 국어, 물리, 기술가정 등 여러 교과와 연계된 융합적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1학년 김준수 학생은 “과학 수업에서 이론으로 배운 내용을 실험으로 연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2학년 박윤지 학생은 “STEAM 수업에서 배운 내용 중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탐구과제나 과학 동아리 활동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STEAM 수업은 학생들의 진로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해 건담을 제작하는 STEAM 수업을 들은 학생들 중에서 세 명이 기계공학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 STEAM 수업 자료를 개발한 배상일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주도하는 수업이 되어야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자연스럽게 창의성도 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