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모봉
비에 축축하게 젖은 도로를 근심스럽게 바라보며 충주터미널에 도착해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고송부님과 헤어져 왕갈비탕으로 아침을 먹고 길 건너 정류장에서 충주댐 가는 300번 버스를 탄다.
짙은 비구름에 가려있는 지등산을 향해 남한강을 충원교로 건너고 가파른 산자락을 기웃거리며 들머리를 찾다가 양지말가든 옆으로 흐릿한 족적을 따라 산으로 들어간다.
낙엽에 쭉쭉 미끄러지며 길도 없는 급사면을 나무들을 부여잡고 한걸음 한걸음 힙겹게 올라가면 금방 더운 김이 솟고 구슬땀이 줄줄 흐른다.
지그재그로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송전탑을 지나고 무덤들을 만나서 잡목들을 헤치며 된비알을 숨가뿌게 올려쳐도 정상은 아직도 저 멀리에 모습을 보인다.
몇번 둔덕을 넘고 건지리에서 오는 등로와 만나서 진땀을 떨어트리며 지등산(535.0m)으로 올라가니 삼각점(엄정321/1985재설)과 이정판이 반겨주지만 운무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막걸리 한잔씩으로 땀을 말리고 흐릿하게 서있는 관모봉을 향해 밤나무지대로 내려가면 천등산에서 인등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던 조망 좋은 곳이어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뚜렸한 등로 따라 장선고개로 이어지는 593봉에서 지맥과 합류해 이정판을 지나서 무인산불감시시설이 서있는 관모봉(638m)으로 올라가니 매직펜으로 이름이 적혀있었던 작고 납작한 돌멩이는 깨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 충원교에서 바라본 지등산
▲ 지등산 정상
▲ 관모봉 정상
- 부대산
낙엽이 두텁게 깔린 완만하고 푹신한 등로를 따라서 571봉을 지나고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598.4봉에 올라 한동안 삼각점을 찾아보다 얼굴에 상채기만 내고 내려온다.
글씨 없는 이정판이 서있는 603봉에서 무심코 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남릉으로 향하다 돌아와 동쪽으로 꺽어 흐릿해진 산길로 들어간다.
전신주가 쓰러져있는 양목고개를 지나고 450봉에서 남쪽으로 꺽어 사거리안부를 지나면 까시덤불들이 무성하지만 서서이 날이 개이며 오른쪽으로 유람선이 묶여있는 선착장이 내려다 보인다.
유난히 많은 두릅나무들을 보며 녹슨 철조망을 만나서 522봉을 오른쪽으로 우회해 굵은 케이블선이 걸려있는 전주를 지나니 구름이 걷히며 왼쪽으로 가야 할 주봉산이 모습을 보여준다.
빽빽한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선착장에서 오는 등로와 만나서 부대산(627.0m)으로 올라가면 오래된 폐묘 한기가 누워있고 조금 위 덤불속에 삼각점(ROKA MC/덕산302)이 숨어있으며 또 다른 작은 삼각점도 옆에 보인다.
▲ 양목고개
▲ 부대산
▲ 안부에서 바라본 주봉산
▲ 부대산 정상
- 주봉산
시원한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동쪽으로 산을 내려가다 첫봉에서 왼쪽으로 급하게 꺽어 잡목과 까시덤불들을 헤치며 길도 없는 사면을 치고 오른쪽이 막힌 임도인 흑목고개를 넘는다.
간간이 얼굴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562봉을 올라 드디어 시야에 들어오는 진록색 충주호를 내려다보며 바위지대들이 산재한 적적한 산길을 따라간다.
마루금이 갈라지는 지점을 지나서 정상오석과 이정판이 서있는 주봉산(642.7m)에 오르니 삼각점은 없이 구덩이만 파여있고, 너른 충주호가 발아래로 펼쳐지며, 피라미드처럼 뾰족하게 솟은 고산이 나뭇가지사이로 모습을 나타낸다.
갈림길로 돌아와 흣날리는 싸래기눈을 맞으며 소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고 펑퍼짐한 너덜숲으로 들어가면 등산로 안내판이 걸려있으며 '주봉산펜션' 표지기들이 촘촘히 달려있어 길을 안내해 준다.
뚜렸한 길 따라 양아리고개로 내려서니 왼쪽 양아리로는 펜션이 있는지 밧줄이 걸린 넓은 길이 표지기들과 함께 갈라지고 서운리 능골쪽으로는 등로가 희미하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산길을 타고 억새들로 꽉 차있는 527봉으로 오르면 지형도에도 없는 이등삼각점(덕산21/2003재설)이 놓여있지만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발밑의 고산을 바라보며 내려가니 암릉이 시작되고 주위가 훤히 트여서 충주호로 함몰하는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월악산과 금수산등 주위의 고산준봉들은 모두 구름에 가려있고 등곡산과 관봉만 흐릿하게 보인다.
소나무들이 많은 암릉 따라 바위지대들을 우회하며 호운리와 서운리를 잇는 수리재 임도로 내려가니 표시석이 서있고 막 승합차 한대가 굉음을 내며 이곳에서 유일한 고개를 넘어가고 있다.
▲ 주봉산 정상
▲ 주봉산에서 바라본 마루금과 서원리
▲ 양아리고개
▲ 527봉 삼각점
▲ 암릉에서 바라본 주봉산
▲ 암릉에서 바라본 고산
▲ 암릉에서 바라본 마루금
▲ 암릉에서 바라본 임도와 충주호너머의 월악산줄기
▲ 수리재
▲ 수리재 표시석
- 배개오치
'통정대부 신태하선생 묘'를 지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바위지대를 따라 올라가면 뒤로는 527봉너머로 주봉산이 듬직한 모습으로 서있다.
주민들은 수리봉이라 부르는, 암봉으로 되어있는 고산(459m)에 오르니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충주호반과 서운리일대가 발밑으로 훤하게 펼쳐지고 수려한 무명암봉을 지난 357.9봉에서 양쪽으로 갈라지며 맥을 다하는 마루금도 잘 보인다.
고사목들을 지나고 낙엽이 깔려있어 미끄러운 암릉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점차 육산으로 변하며 안동권씨의 가족묘들이 자주 나타난다.
마을의 개짖는 소리를 들어가며 서운리쪽 임도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거푸 지나서 멀리서부터 보이던 거대한 암봉을 오른쪽으로 크게 우회해 삼각점(덕산407/2003복구)이 있는 375.9봉으로 오른다.
이곳에서는 원래 죽방치를 지나 167.5봉으로 이어지는 왼쪽 명오리방향의 산줄기가 더 길지만 교통편이 전혀 없어 그나마 음달말마을이 가까운, 배오개치를 지나 274.9봉으로 이어지는 오른쪽 함암리방향으로 꺽어진다.
잡목들을 헤치며 흐릿한 야산길을 바삐 내려가니 좌우로 임도처럼 넓은 길이 지나가는 고개가 나와 오른쪽의 음달말로 내려갈 수 있는 마지막 탈출로이지만 아직 시간도 이르고 혹시나 배오개치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있지 않을까 하는 허무맹랑한 호기심으로 그냥 산으로 올라간다.
잔 봉우리들을 여럿 넘고 225봉 갈림길을 지나 내려가면 지능선이 여러갈래로 갈라져 혼돈이 오지만 앞에 높게 솟아있는 274.9봉을 바라보며 남남서쪽으로 길도 없는 숲을 내려가니 드디어 배오개치가 나오는데, 흐릿한 안부에는 고목 한그루옆에 간벌된 나무들이 쌓여있고 지금은 없어진 크라운맥주의 캔 하나만이 그간 사람들의 흔적을 이야기해 준다.
▲ 고산 오르며 뒤돌아본 527봉과 뒤의 주봉산
▲ 고산에서 바라본, 가야 할 마루금
▲ 375.9봉 정상
- 음달말
274.9봉을 아쉽게 바라보기만 하다 오른쪽으로 잠시 나아가면 바로 충주호가 나타나고 장마때 떠내려왔는지 냉장고와 스티로풀등 무수한 생활쓰레기들이 널려있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다.
발이 푹푹 빠지는 호안 따라 잠시 마을쪽으로 향하다 부질 없는 짓이라 여기고 수상낚시터가 있는 곳에서 지능선을 타고 225봉으로 올라 마루금으로 되돌아간다.
어느덧 굵어지기 시작하는 겨울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서둘러 점점 어둠에 빠져가는 산길을 올라 음달말로 이어지는 안부로 돌아가서야 마음이 놓인다.
마지막 남은 술들을 꺼내 마시고 랜턴을 밝히며 임도처럼 넓직한 길을 따라 밭을 만나서 내려가니 곧 마을이 나타나며 미리 연락을 드렸던 칼바위님 친척 한분이 승합차를 타고 기다리고 계신다. (충주 막차는 16시 35분)
차를 타고 추적추적 을씨년스럽게 내려오는 겨울비를 바라보며 꾸불꾸불 이어지는 호반도로를 따라 충주로 향하면 가랑비에 젖은 몸은 마냥 떨려온다.
첫댓글 1등이다. 어머니에게 질문결과 357삼각점 있는곳 부터는 안동권씨 선산이라 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안동권씨들묘가 많은것입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형님께 다시 한번 고마웠다고 말씀 전해주십시요. 그리고 당분간 산에도 가지말고 쉬는 게 좋을겁니다.
그래서 이번주는 쉴려고 합니다. 살살 운동해 보고 다음주에 회사에서 무의도에 있는 호룡곡산-국사봉 간다고 해서 거기나 설설 가봤다가 괜찮으면 휘리릭 다니고 시원찮으면 잠수탈려고 합니다
375.9에다가 보온밥통 놓고 왔어요. 그안에 수저도 들었는데 아까워 죽겠네요
아니~~ 375.9봉에서는 아무 것도 안 먹었잖아요? 음달말에서는 금방 올라가니 언제 벌초할 때 찾아오세요.
귤먹느냐고 배낭 내려놓았죠. 그때 그랬던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보온도시락이 있을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