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를 보고나니 정약전 선생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어졌고 <자산어보>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알고싶어 도서관에서 몇가지 책을 읽었습니다.
자산어보(玆山魚譜)의 이름 부터 논란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생물교사인 이태원 선생이 <현산어보를 찾아서>라는 책에서 자산어보가 아닌 현산어보라고 주장한 이래 현산어보가 맞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신의 연구에 의하면 자산어보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정설이 되는 듯 합니다. 玆라는 글자가 <자>로도 읽히고 <현>으로도 읽히는데 흑산(黑山)이 어두운 느낌이 들어 무서워서 자산(玆山)으로 바꿔 부른다고 자산어보 서문에 씌어져 있는데, 흑(黑)보다도 더 깊은 검은 색을 가리키는 현(玆)으로 읽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원래 현(玄)이 검을 현인데 현(玄)을 두개 쓴 현(玆)을 쓸리가 없다는 것 입니다. 자(玆)로 읽을 때는 검은 색의 뜻이 있지만 아주 진하지 않은 검은 색을 나타낸다고 합니다.
<자산어보>가 정약전의 단독저작이 아니고, 이청(李청)이라는 사람과의 공저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청은 정약용 선생의 제자로 정약전 선생이 쓴 <자산어보>의 초고를 다듬고 보완해서 완성시킨 사람인데, 현존하는 <자산어보> 내용의 42%를 썼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정약전 선생이 "충효를 근본으로 하는 나라에서 제사를 거부하라니 차라리 배교하고 말겠소"라는 말을 하고 천주교와 절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원래 천주교에서 해외 선교를 적극적으로 주도 한 단체는 <예수회>라고 합니다. 예수회는 선교하는 나라의 풍속과 제도에 유연하게 대처해서 중국에 천주교를 처음 소개할 때도 제사를 용인하고 천주교가 충효를 저버리는 종교가 아니라 오히려 장려하는 종교라고 소개해서 선교에 성과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마테오 리치도 예수회 출신이고 이 사람이 저술한 <천주실의>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경기 남인을 중심으로 서학에 관한 학문적 호기심으로 연구되었다가 결국 신앙으로 발전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뒤늦게 해외 선교에 뛰어든 <도미니크 수도회>와 <프란체스코 수도회>에서 중국에 와서 보니 우상에게 절하는 제사를 예수회에서 허용한다고 해서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교황청으로 하여금 제사를 금지하게 합니다. 그래서 조선에서도 윤지충과 권상연이 신주를 불태우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고, 조선 조정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천주교가 천륜을 저버린다고 생각하여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시작된 것입니다. 지금은 천주교에서도 각 나라의 전통의례를 허용하고 있어서 제사를 지내고 있습니다. 결국 허용할 수도 있는 의례때문에 수만명이 순교하는 사건이 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조선의 성리학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폐쇄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지만 불교와 공존한 것 처럼 탄압을 해도 다른 종교나 사상을 가졌다고 죽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그 후에 황사영이 종교의 자유를 위해 다른 나라의 침략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려 했으니(백서사건) 천주교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