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가던 모 사이트에서 나로선 생전 처음 듣는 문경희라는 생소한 여자의 존재를 언급하는 분들이 계셨음
나로선 모르는 존재이긴하지만 그냥 가볍게 흘려듣기엔 사연이 특이한 일이 아닐까란 막연한 추측과 예감이 들어 내딴에 이리저리 관련정보를 찾아보았음
그런데 워낙 오래전 사건이라 그런지 그리고 당사자가 스타로 부상한 게 아닌 유망주 시절에 발생한 일이라 나름 정보를 잘 찾아낸다고 자부하던 나로서도 이번 건은 정말 찾는데 애를 많이 먹었으며 그나마 포털에 몇개 남아있지 않은 희귀자료들도 대부분 연배있는 분들의 아득한 기억들이라 그런지 오류나 뒤죽박죽이 많아서 정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며 애초 정확한 이름 석자 알아내는데도 얼마나 애먹었는지 모름
어느 정도 정리해서 본론부터 얘기하자면 남자 잘못 만나 비극적으로 최후를 맞고 사라진 여배우가 있었다 이게 팩트가 되겠음
사건시점은 무려 40년 전인 1975년 여름 발생한 어느 교통사고 사망사건
당시 문경희라는 이름의 모델 겸 여배우가 있었는데 바로 저 위 사진의 주인공
사건이 일어날 당시 22세였던 그녀는 동양방송사 TV탤런트로 출발해 안방극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청초하고 단아한 미모를 인정받아 당시 미녀연예인들의 전유물이자 스타의 산실인 화장품 광고모델로 전격발탁됨
사진이 좀 작은데 여기서 우측 상단 드레스 차림으로 계단 앞에서 춤을 추는 여인이 바로 문경희
지금은 개성시대라 미녀가 아니어도 그리고 남자들도 여성용 화장품모델을 하는 시대지만 그 시절은 철저히 전형적인 미녀들만 모델이 될 수 있었으며 그녀가 맡은 쥬단학 화장품(지금의 한국화장품 전신)은 그 시절 아모레 화장품사와 함께 국내 화장품업계 넘사벽 양대산맥이었다고 함
지금은 엘지 드봉 등에 밀리고 야심차게 내놓은 로드샵 브랜드 더샘의 운영적자로 인한 심각한 자금난으로 완전히 몰락했지만 그 때는 국내 굴지의 업체로 잘 나갔으며 덩달아 전속모델들도 맡기만 하면 자동 스타덤 예약이었다고 함
(참고로 이 문경희 이전 전속은 1대 트로이카 중 한명이자 오래전 고인이 된 남정임과 전설의 한국영화 영자의 전성시대로 당대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던 여배우 염복순 등이 있었음, 문경희 이후에는 유지인, 장미희, 이혜숙, 김희애, 채시라, 김혜선, 양금석, 심은하, 이요원 등 지금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당대 탑여배우들이 무명 혹은 막 존재를 알리던 초창기 때 전속으로 채용돼 스타발판을 얻은 게 이 쥬단학 모델)
그렇게 쥬단학 모델로 얼굴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던 문경희
어느 분이 묘사한 당시 상황은 `정윤희 데뷔 때보다 더 돋보이는 참신한 비주얼과 깜찍함 귀여움을 두루 갖춘 스타성이 두드러졌던 존재로 기억된다`
스크린 데뷔작인 빛은 어디에, 하명중, 김희라와 공연했으며 젊은 느티나무의 작가 강신재 원작, 정소영 감독 연출
두번째 출연작이자 유작인 된 밀행, 이 두 편의 영화 모두 비디오나 DVD 출시는 물론 TV방영된 적이 없다고 함
1대 트로이카들의 은퇴와 유학 등으로 인한 공백과 2대 트로이카 등장 이전 시점인 한국영화계 최대침체기에 가뭄의 단비처럼 등장한 문경희는 그렇게 가능성을 크게 인정받고 부각이 되면서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이어 히로인으로 발탁되며 승승장구 하는 듯 했으나 단 두편의 영화만 남기고선 어이없는 죽음을 맞게 되었다고 함
저 위에 보이는 영화포스터 `밀행`이라는 작품의 촬영을 끝낸 직후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즉사, 채 피워보지도 못 하고 져버리는 가련한 운명이 되었던 것
당시로서는 파격적 소재인 스톡홀름 증후군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의 촬영을 끝낸 그녀가 천안으로 놀러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사고인데 문제는 이 사고가 평범한 사고가 아니라고 하며 이 얘기를 꺼낸 이유도 이 때문인데 여기서 먼저 짚고 넘어갈 점이 있음
당시 사건기록이 자료로 인터넷에 남아있는 것들을 보면 `여배우 문경희 차를 직접 몰고 가다 사고를 당해 사망하다`라고 되어 있음
하지만 실제사건은 그녀가 차를 운전한 게 아니라 그녀와 연인관계이던 남자의 차를 타고 이동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것
<`문제의 남자는 그녀와 작품을 같이 하면서 알게돼 연인사이로 발전한 동료남자배우로 정작 중요한 점은 그는 유부였다는 사실
이 남자가 운전하는 차에 타서 천안에서 밀월데이트를 하고 상경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가로수를 들이받아 사고가 나자 그녀는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남자는 팔만 다치는 경상을 입음
원래 교통사고란 게 거의 이런 식으로 운전자보다는 동승자가 더 많이 다치는 경우가 많은 모양
운전자는 사고발생시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본능적으로 자신이 안전한 방향으로 운전대를 틀기 때문에 모든 사고충격이 방어태세가 안 된 동승자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있음
그래서 운전자는 경미한 부상을 당해도 동승자는 사망하는 일이 잦은건데 이 사건도 그런 케이스였나 봄
* 다만 이건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실이 아닌 주변분에게 전해들은거라 아직도 사건경위에 대해선 여전히 알쏭달쏭 반산반의 중>
그렇게 어이없는 사고로 인해 당대 촉망받던 유망주 여배우는 허망하게 삶을 마감하고 출연예정이던 작품들은 줄줄이 대타기용에 들어갔는데 이 때 지윤성이라는 여배우가 그녀가 출연 예정이던 드라마에서 대타로 기용 되어 부각 되었다고 함
그리고 남자배우는 사건의 책임을 물어 연예계에서 전격퇴출당하는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영구퇴출이었다는 것
지금은 연예인들이 음주운전 마약 불륜 심지어 사회매장 징역감 범죄수준의 제아무리 중대한 대형사고를 쳐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복귀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
하지만 이 때는 달랐다고 함
당시 사회가 엄격하기도 했지만 지금 같은 기획사빨이 없다보니 이런 경우 곧바로 연예인협회 배우협회 등에서 제명 당하고 그 길로 영구은퇴를 당하는데 이 남자배우의 경우 당시 개성파 조연급으로 제법 잘 나가다 사건이 나자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에 대한 사죄심경을 토로하고 자신의 운전부주의로 사망한 여배우의 가족들에게 공개용서를 구했지만 두번 다시 카메라 앞에 서지 못 했다고 함
어떻게 보면 이 때 연예계 대처방식이 지금보다 더 적절했다는 생각이?
아무튼 당시 언론들의 초기보도는 사건파장을 우려해 그랬는지 사건주체가 뒤바뀐채 어린 여배우의 운전부주의로 몰고갔지만 얼마 못 가 진실이 밝혀진 사건이며 이 사건을 통해 여자란 존재가 남자 잘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하는 케이스가 아닌가 함
이 여배우는 내가 저 조악한 몇장 안 되는 옛날 사진으로만 지금 시점으로 봐서 그런지 예쁜 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어이없게 된 점은 지금 생각해도 안타깝기 그지 없음
잘은 모르지만 당시 얘기 종합해보면 조금만 더 있으면 탑스타는 정해진거나 마찬가지인데 왕좌를 눈앞에 두고 그리 되었다고 하며 지금까지 살아있었다면 현재는 예쁜 어머니 전문 중견배우로 활약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
* 덧붙일 점이 문제의 쥬단학, 당시 전속이던 그녀가 그렇게 되자 황급히 광고를 중단하고 대타를 구하는데 그게 지금의 유지인이라고 함
당시 유지인은 갓 데뷔한 신인으로 뚜렷한 힛트작 없이 얼굴을 막 알리기 시작할 시점인데 이 여배우의 불행으로 인해 엉뚱하게 기회를 잡아 곧 스타덤에 오르며 이 회사의 오랜 간판이 되었고 이후 하나둘 등장한 정윤희 장미희와 함께 이른바 2대 트로이카로 한국연예사에 확실한 획을 그었으니 `누군가의 행복과 행운은 다른 누군가의 불행을 밟고 올라선다`는 속담을 나름 입증한 셈
만일 이 문경희가 더 오래 활동하고 스타로 부상했으면 이들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장담 못 하니까
어쨌거나 그녀의 죽음이 유지인에게 하늘이 내린 기회를 본의아니게 제공한 것만은 분명하고 그저 죽은 사람만 억울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하다는 것 뿐
아무튼 이래서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게 사람팔자고 인생이며 또 어떤 의미로 보면 그게 애초부터 정해진 그들 각자의 운명일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새삼 하게 됨
삶의 역사에 있어서 `만약에`라는 건 어쩌면 처음부터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일지도?
여기에 아이러니한 팩트가 또 하나 있음
이런 문경희를 발탁해 스크린으로 이끈 주역이 바로 몇해전 작고한 정소영 감독
1968년 한국영화사상 당시로서는 역대최고흥행을 수립한 전설의 힛트작 `미워도 다시 한번`을 연출한 정 감독은 당시 트로이카로 막 부상하긴했지만 라이벌 윤정희 남정임에 비해 다소 밀리는 위치에 있던 문희를 캐스팅해 일약 국민연인이자 트로이카 중 선두주자로 끌어올린 주역으로 여배우를 정말 잘 캐스팅하는 걸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인물
그런 그는 73년 당시 막 유망주로 부상하던 MBC 탤런트 양정화를 눈여겨보곤 스크린으로 이끌어 스타로 부상시켰고 이 때 양정화를 `문희 이래 최대 대어급 여배우`라고 평가하며 선견지명을 인정받았음
그리고 얼마 뒤 TBC 탤런트로 활동하던 문경희도 역시나 가능성을 보고 양정화처럼 충무로에 입성시켜 배우로 만들었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자신이 총력을 기울이던 두 여배우 모두 그만...
양정화는 박동명 사건에 어이없게 휘말려 은퇴하고 이와 동시에 문경희는 교통사고로 허망하게 유명을 달리해 사라지고
정 감독은 이 때 졸지에 자신의 두 날개를 한꺼번에 잃게 되는 비운을 맞은 것인데 참 기구한 스토리
양정화나 문경희나 조금만 더 활동 했다면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지 모르는 일인데...
어느 분이 이 문경희 사건을 이제라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해서 올려본건데 그 분이 이런 말씀도 하셨습니다
`내가 문경희 그녀를 처음 본 건 당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갔을 때 영화상영 직전 한편의 광고였다
당시에는 영화상영 전 대한늬우스와 개봉예정작 예고편 그리고 TV용 광고들을 틀어주는데 때마침 그녀가 출연한 쥬단학 광고가 흘러나왔다
서양 공주 같은 드레스 차림의 그녀가 화려한 호텔계단을 왈츠 리듬에 맞춰 사뿐사뿐 걸어내려오는 설정이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황홀하게 아름다운지 관객들이 `우와~` 하는 탄성을 일제히 여기저기서 질러대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게 내가 본 그녀의 마지막 모습으로 그 광고 출연 후 사고로 세상을 떠나 해당모델은 유지인으로 긴급교체 되었는데 문경희가 너무 예뻐서 후속타자인 유지인은 봐도 눈에 아예 안 들어왔다
스타로 부상해 그 미모와 매력이 아시아 전역으로까지 퍼져 크게 인정받은 정윤희와는 달리 허무하게 사라져 이름조차 잊혀진 문경희는 그래서 더욱 아깝단 느낌으로만 남아있다
만일 더 오래 활동 했다면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 트로이카와 함께 한 시절을 풍미하지 않았을까 싶다
스타의 위치를 눈 앞에 두고 감정을 주체 못 해 불운을 당한 그녀`
첫댓글 드리스님 잘봤읍니다^^
그런데 제가 올러 드리라했던분이 문경희씨가 아닌가봅니다
자료란에 올러 드릴테니 누군지좀 가르쳐 주십시요^^
네 지금 바로 확인해 볼게요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독보적인 미모는 아니었고 상당히 서구적인 용모로 기억합니다. 연기는 신인이라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는데 신선한 이미지로 스타덤에 오르던 찰나였죠. 참 아까운 배우였다는 생각 그때도 많이 했어요. 동승한 남자배우는 이름이 한국남이었나...액션영화에 주로 나온 분이었는데... 정말 서로 안어울리는 두 사람이란 생각 그때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