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STOCK (4) 김순택 삼성SDI 사장◆
`4년 연속 최대 경영실적 기록, 연말 종가 기준 연평균 주가상승률 44%.` 김 순택 삼성SDI 사장이 지난 2000년 취임 이후 달성한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김 사장이 취임했던 지난 2000년 삼성SDI의 앞날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회사는 30년 넘게 브라운관 사업에 주력해온 결과 90년대 들어 세계 최고이자 최대의 브라운관 업체로 도약했지만 디스플레이 시장은 급변하고 있 었다.
브라운관 시장이 각종 평판 디스플레이의 등장으로 급격하게 축소될 전망이어 서 SDI는 브라운관을 대체할 제품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99년 기준 회사 매출 가운데 브라운관 비중은 81%에 달했고 시장의 인식도 `성장성이 부족한 굴뚝기 업일 뿐` 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 도전 없이 미래도 없다=김순택 사장은 부임 직후 브라운관 사업의 영광을 계속 이어나가는 동시에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제품으로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 널(PD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차전지라는 3가지를 선택했다.
물론 사내외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생소한 제품인 데다 매년 수백에서 수천억 원의 투자비를 투입해야 하는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선택한 3가지 사업은 높은 성장성과 시장성을 겸비했다는 확신이 있다" 며 뚝심있게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업체들보다 PDP는 5~6년, 2차전지는 10여 년, OLED는 2~3년 정도 늦게 사 업화에 착수했지만 김 사장은 연구와 생산성 향상에 사운을 걸고 매달린 결과 불과 3년 만에 업계를 선도하는 메이저 업체로 부상했다.
◆ 현장경영 실천=물론 SDI의 약진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김 사장 의 리더십 중 가장 큰 특징은 생산라인의 직원까지 직접 찾아가 얘기를 듣는 ` 현장경영, 밀착경영` 이다.
2002년에는 약 120일, 지난해에는 약 110일을 국내외 생산현장과 판매현장을 방문하는 데 할애했다.
김 사장의 기술에 대한 집착은 유난하고 독하다.
김 사장은 자택에 최신 PDP와 OLED 제품을 직접 설치해 두고 자사제품과 타사제품을 꼼꼼히 비교한다.
또 화 질을 개선하거나 제품의 부피를 축소, 전력손실을 줄이는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직접 엔지지어의 자문을 구하거나 토론을 벌인다.
이런 현장경영 결과는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출액은 2000년 5조5488억원 에서 지난해에는 7조1982억원으로 연평균 14%씩 성장했고 순이익도 2000년 545 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6494억원으로 늘어나 연평균 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재무 건전성 측면에서도 지난 2000년 129%에 달했던 부채비율은 매년 하락해 지난해 53%를 기록했고 올해는 50%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 IR는 직접 챙긴다=김순택 사장은 주가에 관심이 많다.
물론 실적 없이 주 가만 올리려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데는 최고경영자(C EO)가 앞장서야 한다는 지론이다.
지난해 7월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있었던 일화다.
김순택 사장이 2003년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계획 발표에 앞서 갑자기 1년 전인 2002년 상반기 때 사 용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펼쳐놨다.
그리고 김 사장은 "이 자료는 1년 전 제가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내용인 데 일부는 약속을 지켰지만 일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약속을 지키 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자아비판을 서슴지 않아 투자자들을 감동시켰다.
◆ 주가 언제 반등하나=삼성SDI 주가는 실적과 달리 최근 고전하고 있다.
PDP 의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라는 디스플레이산업발 지진이 IT주 전 체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배승철 삼성증권 연구원은 "PDP 분야가 경쟁 업체들의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공격적 가격전략, 다른 기종 TV와의 경쟁 심화로 가격 인하 압력에 봉 착할 전망" 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원가 절감 속도를 웃도는 가격 하락을 배제 할 수 없는 상황" 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증권사들 역시 SDI 주가에 대해 염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24일 JP모건은 "모바일디스플레이와 CRT는 긍정적 실적을 제공하겠지만 PDP 부 문은 경쟁 심화로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며 "올해와 내년 주당순익 전망치 를 각각 13%와 8% 내린 1만7968원과 2만778원으로 수정하고 연말 목표주가도 2 0만원에서 16만5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ING증권 역시 23일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종전 23만2000원에서 14만800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와의 사이에 벌이고 있는 OLED 분야 경쟁 역시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즉 LCD 때와 마찬가지로 한 회사에 집중하지 못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부정 적인 결과가 나왔듯이 OLED 분야 역시 두 회사가 나눠서 한다면 삼성LCD의 기 득권이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증권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 돼 있다" 는 김 사장의 믿음은 확고하다.
업 황에 대한 증시전문가들의 전망이 좋지 않지만 외국계 증권사는 회사측의 견해 에 동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즉 SDI의 모바일디스플레이와 CRT 수요가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면서 계절적 요 인으로 부진할 수 있는 PDP 부문 매출을 보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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