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여자가 길을 나섰다
밤잠을 설쳤다는 이야기부터
설렘속에 보낸밤이 너무도 길었다는 이야기부터
도로변 하늘거리는 강아지풀에 탄성을 지르고
흘러가다 멈추어 버린 잿빛 구름사이를 뚫고
쏟아지는 부채살 햇살에 박수를 보내며
생각이 같다는 것처럼 좋은 친구가 또 있을까
한적한 도로는 길었던 장마를 이겼다는 자만심에
언제라도 무엇이라도 견디어 줄수 있다며
꿋꿋하게 그자릴 지키고 있었고
그많은 물난리에도
들판의 벼 나락들은 어떻게 익혔는지
하나둘 머리를 떨구는 논까지 시야에 들어왔다
어디를 보아도
이젠 청초한 푸른빛이 아닌
누런 색이 가미된 가을색이 물들어 있었는데
깊다 깊다 더 이상 깊어질 곳이 없는 녹음아래에
꿈에도 그리던 가을의 씨앗이 움트고 있음을 한눈에도 알수가 있었다
춘천으로 가는 길
봄날
숱하게 나물한다며 오고갔던 길
딸기 딴다며 새벽길 나서던 길
그길을 비가 오지 않는 하루
세 여자는 달리고 있었다.
야외 스케치라는
허울좋은 깃발을 달고
남들이 볼때는
무슨 직업이래? 하겠지만
그건 커다란 과대포장지일뿐
속은 텅텅 비어 바람만 잔뜩 들어간 풍선이란것을
유리관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모를것이다
강촌?
대학생들이 파라다이스라 여겼을 법한 구곡폭포 가는 길목에 있다
구곡폭포를 넘어 산 능성을 오르면
산꼭대기 정상에 문배마을이 있다
여긴 등산객들의 파라다이스 문배마을
몇 번을 다녀온 기억이 있는데
또 찾아가도 새로운 그곳
무슨 공사중인지 입장료 1600원을 안 받는다고
우리들이 온줄 아는가?ㅎㅎ
짐이 무거워 많이 오르지 못하고
굽이도는 길목이 아스라이 보이는곳에 자리잡고 앉아서
세 아줌마는 보이지 않는 세월을 낚았다
산을 오르내리는 젊은 연인들
등산을 즐기시는 많은 사람들이
등뒤에 서서 그림그리는 모습을 보고 가고
꼬마들은 신기한듯...조잘대며 떠들고 가고
몇시간동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앉아 있었다
계곡에서 흘러 내려오는 청량함소리는
나도 모르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게 만들고
쭉쭉 뻗어 하늘끝을 가린 나무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비추어 들어오면
많지 않은 개울물들도 햇살따라 빛을 발하며 노랠 부르니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이순간이 무릉도원이었던 것을...
춘천 KBS 방송총국 1층에서 있을
한국수채화가 5인 초대전
"한 여름의 수채화전"
김광남,김영중.김용원.윤정년.전성기
5분의 수채화를 직접볼수 있단 즐거움에
너무도 시원했던 물 흐르는 계곡을 뒤로 남겨두고도
가볍게 내려올수 있었던 것 같다.
이름만으로도 너무도 유명하신 선생님들 그림앞에서
터져나오는 탄성은 그칠줄을 모르고
한점 한점 볼때마다 예술의 정기가 나의 몸속을 파고드는지
전시장 입장 하고부터 엄습해오는 두통의 아픔
눈을 뜨고 제대로 볼수가 없어
빙빙 그 넓은 전시장을 이방인처럼 돌아다니고
더 많이 더 깊게 감상하다가는 머리가 터질것같아
아프단 핑계대고 나와야했다, 약먹어야 하는 이유를 대고
진통제 한알을 먹고
춘천시내를 벗어나 중앙고속도로에서 양평쪽으로 나올때쯤
진통제 효과인지 머리가 가벼워졌다
또 다시 이어지는 세여자의 수다
삼십대에 만났는데
50 이 내일인 한사람, 미친거 아냐 세월이
60 이 몇년남지 않아 마지막 젊음을 안 놓으려는 또 한사람
그리고
50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불도우저처럼 달리는 나
해놓은게 있느냐며
각자 미래를 예견하며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현재는 우리 셋은 즐겁다며..
현재가 가장 중요하지에 빨간 밑줄 쫙~~~
수다는 이어졌고
한 그루의 너도 밤나무를 심는 두사람
어쩜 이 세계에는 화가인척 하는 사람도 많고 진짜 화가도 많느냐고
세상사람들이 다 화가인것 같다는데
너도 밤나무를 한 그루도 아니고
두 그루도 아니고 온통 내 가슴동산에는 나도 밤나무 투성인데
너도 밤나무 나도 밤나무 전설을 아느냐?했더니 모른다고
그제서 왜 내가 나도 밤나무 전설이 내 전설처럼 느껴지는지
얘기를 해주었다
몇가지 전설이 있지만
책에서 읽었는지 어쨌는지 내 기억속에는
100개인지 1000개인지 밤나무를 심으라 했거늘
그렇지 않으면 감당치 못할 화가 온다는.
그런데 다 심었다고 했는데 막상 세어보는 날
한그루가 모자르는지라
이젠 그 화를 면치 못하게 되었는데
그 실갱이속에
상수리 나무같기도 한 밤나무 같기도 한
자그마한 나무 하나가 불쑥 나서며
나도 밤나무요..했다고
그래서 너도 밤나무냐? 하고 숫자에 끼일수 있어서
그 화를 면했다는.
너도 밤나무 이야기를 해주었다
금방 무슨 이야기인지 알차차린 두 사람은
웃느라 정신이 없고
미술세계들어가보니 이세상 사람이 다 화가라고
무슨 화가가 그리도 많냐고?하는 말끝에
탁구세계 들어가보니 그곳 또한 모두가 다 탁구인이고 선수이더라
그뿐이던가?
노래세계 들어가보니 그곳 또한 모두가 가수이고 모두가 스타더라
인터넷 글 바다에 세상에 가보니
그곳 또한 모두가 시인이고 모두가 글쟁인데......
유유상종이라 묶이어서 그런가보다며
그래도 언니들은 너도 밤나무 한그루만 가꾸니
내보단 낫지 않느냐
나는 앞,뒤 .좌,우.
사방이 너도 밤나무 투성이라고
요 대목에서 완전 쓰러졌다, 세사람은
언젠가 이천 엘리트 탁구대회선수로 갔는데 아는 언니 왈
남옥아 너도 선수니? 요기서 너도 밤나무니? 하는 비웃음이
야스가서 그림그릴때....등뒤에서 하는 들려올듯한 말들
아줌마도 화가인가보다. 하는 시선
이젠 노래까지 했으니
분명 어디에서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저 아줌마도 가수니? 왠일이래?
온통 사방이 너도 밤나무 숲
그래도 뭐
아무 나무도 아닌 이름없는 나무보다는 낫지 않느냐며
세 사람은 긍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너도 밤나무는
다른 진짜 밤나무와 악에 빠질뻔한 사람들을 구해준 나무이다
너도 밤나무가 있기에
진짜 밤나무향이 천리 만리를 가는 것이다
너도밤나무의 알멩이가 없기에
진짜 알밤이 가을이면 토실 토실 사람들에게 영양을 주는 것이다.
고로,
내 인생 너도밤나무 나도밤나무 역할로 한세상 산다해도
희생정신이라 생각하며 봉사정신이라 생각한다면
외롭거나 쓸쓸할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먼길
운전한 피로도 잊고
잠시 쉬어가느라 들린
머무름.....막국수 식당에서
너도밤나무들의 수다는 끝을 놓았다
아무나 하나?
너도 밤나무들 홧팅.......하며.....
진정한 여름휴가는 오늘이었다
춘천으로의 여행삼아 떠났던 야스...
201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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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ㅎㅎ 너도 밤나무 나도 밤나무 ㅎㅎㅎ 정말 너도 밤나무 열매보면 진짜 밤인데 ㅎㅎㅎ 속은 아니더라구 ㅎㅎㅎ 그렇게 같이 밤나무가 되고 싶었나봐 ㅎㅎㅎ 재미난 글에 미소짓고 간다 한가로울때 다시 찬찬히 볼게 ㅎㅎ
그 너도 밤나무 열매를 꼭 한번 봐야겠어..나처럼 생겼는지..ㅋ.ㅋ...
저도옆에 동행했던 인처럼 즐거웠고 재미있게 읽었네요. 막국수도 맛있었고~~~^^
ㅎㅎㅎㅎㅎㅎㅎ..이것으로 점심 해결 하신것은 아니시죠?ㅎㅎ....
너도 밤나무 꼭 밤알 같아서 속아요 풍경님 글이 구수하고 정감있네요춘천 강촌으로 악산으로 갔다온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막국수 먹고좋았답니다세자매가 세아줌마가 부러워요
글속에 푹 빠져있다가 헤어나오기 힘들었어요
희빈님하고 나랑 둘이서
완행열차타고
추억은 아름다운것
어마야..다들 아시네요?
전 정말 전설만 알고
직접 본 기억이 었다네요..
강촌 가보셨으니까 더 새로웠겠어요..ㅎㅎ..구곡 폭포..
울주인님 어쩜 글을 썼다하면 이렇게 줄줄줄 거미 거시기에서 거미줄나오듯이 ...아마도 머리속엔 온통 글귀로 가득채워져있나보다 보는게 온통다글이고 싯귀니 참으로 작가며 시인의 자질이 가득차있네 아무리봐도 범상치않아 이런네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울옥이 언제나 까르르 웃음속에서 행복하렴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암튼...ㅎㅎ..칭찬은 좋은것이죠..ㅎㅎ..이제 들어왔어요. 탁구장에서
그래 나도 밤나무야. 적어도 풍경님 따라 이젤 들고 따라나설수 있으니까.
보라색 소녀는 어느 덧 세월을 저만치 비켜서며 청초하게 서있는데....
세여인의 동화같은 이야기에 나도 소년으로 돌아간 느낌입니다. 넘 분위기 좋아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에..즐거움이 배어있는지 슬픔이 배어있는지는 한줄의 문장에서도 나타나나봐요..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습니다.많은 생각이 머리에 남습니다. 그리고 정말 글을 잘쓰신디는것...
에구..넘 길어서 지루하셨겠어요..ㅎㅎ..
그림만 보아도 더위가 싹 가시내요 더위에 수고 하셧구요 항상 감명깊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삼악산 다녀온지가 7년 정도 되었나 가물가물 하네요 항상 건강하세요
맞아요..그곳에 삼악산이 있어요..의암호수가에..참 멋진 산이죠..저도 다녀왔지만요..행복한 꿈 꾸세요
소금연주가 쥑여줍니당 글은 제마음이 안정될때 다시와서 읽으리다 좀읽다가 그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