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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치료 : 기술적 난점, 규제 현황, 윤리적 쟁점*
구 영 모**
1. 유전자치료는 시험 단계이다
최근 들어 유전자치료(gene therapy)가 암과 에이즈 등 불치병을 극복하는 새로운 돌파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존의 방사선요법(radiotherapy)과 화학요법(chemotherapy)이 환자에게 여러 가지 불편과 부작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치료 방법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인식에 따라 의과학자들 사이에서 유전자치료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전자치료란 유전자 발현체계(gene expression system)를 이용해 치료 유전자를 질병 부위에 전달하고 이상 유전자를 대치하거나 그 부위에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케 하여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말한다. 간단히 말해, 유전자 치료의 원리는 치료용 유전자를 생체 내에 적절히 발현시켜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유전자치료는 치료 대상에 따라 체세포 유전자치료(somatic cell gene therapy)와 생식세포 유전자치료(germline gene therapy)로 나뉜다. 체세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유전자치료의 효과는 그 개체 1대에 한정되는 반면, 배아세포나 발달 초기의 수정란 단계에서 유전자를 변화시켜 유전자의 표현형(phenotype)을 바꾸는 생식세포 유전자치료는 개체뿐만 아니라 그 자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연구는 동식물에서 수행되고 있지만 아직 사람에게는 적용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생식세포 유전자치료를 인간에게 적용시킬 것인가의 문제에 관하여는 찬반논란이 무성하다.1)
유전자치료는 임상에서 치료법(treatment) 또는 의약품(product)의 형태로 모두 사용될 수 있다. 가령 아래 그림과 같이 환자의 조직으로부터 세포를 추출한 뒤 이 세포에 유전적인 변형을 가하여 이를 다시 환자의 체내에 투입할 때 우리는 이것을 가리켜 체외(ex vivo) 유전자치료라고 한다. 반면, 환자의 몸에 제제화한 유전물질(유전자치료제)을 직접 주입하여 치료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을 가리켜 체내(in vivo) 유전자치료라고 부른다.
<그림 1> ADA 결손환자의 유전자 치료
현재로선 유전자치료가 초기 시험 단계이기 때문에 이 새로운 치료를 두고 치료법으로 분류할 것인지 아니면 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할 것인지 관해 이해당사자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같다. 이 점은 중요한데 왜냐하면, 유전자치료를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유전자치료를 행하는 주체, 이에 대한 규제를 담당할 부처와 규제의 방식 및 수준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과 관련하여 미국과 우리 나라의 경우를 비교해 보자. 미국의 경우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유전자치료의 초창기에는 유전자치료가 최첨단기술이기에 연구의 촉진이라는 면에서 미국국립보건원(NIH)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그러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유전자치료를 생물학적제제로 인정하여 한동안 NIH와 FDA 두 기관에서 유전자치료를 공동관리 해 오다가 유전자치료가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정된 최근에 이르러서는 NIH의 승인권한이 없어지고 유전자치료관리는 FDA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유전자치료를 둘러싼 관계부처간의 혼란은 우리 나라에서도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1996년 국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실시된 유전자치료가 사회적 물의를 빚게되자 보건복지부는 국립보건원에 유전자치료 지침을 만들도록 요청하여 유전자치료지침(안)이 마련되었다. 그러나 유전자치료의 정의에 관해 관련 부서간의 엇갈린 견해로 인해 지침(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200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유전자치료를 의약품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약사법에 따른 지침을 제정하였다.1)
2001년 말 현재 전세계를 통틀어 의학적으로 확립된 유전자치료법 또는 유전자치료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유전자치료법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있기는 하지만 모두 임상시험(clinical trial)을 거치고 있는 단계이다2). 단기간에 새로운 유전자치료법이 임상에 적용되거나 유전자치료제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유전자치료의 성공에 거는 기대가 워낙 크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할 경우 유전자치료는 엄청난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3)
이러한 미래의 시장을 겨냥하여 현재 전세계의 제약회사 및 의과학자들이 유전자치료법 또는 치료제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임상시험 2, 3단계에 들어가 신약 개발을 앞둔 유전자 치료법 등장이 보고되고 있다.
2. 유전자치료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많다
비록 유전자치료가 장래성이 있어 보이긴 하지만, 앞으로 극복해야 할 기술적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를 정리해보면 대략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장애물은 유전자 전달도구(gene delivery tool)의 안전성에 관한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환자의 신체 내에 새로운 유전자를 안전하게 주입할 것인가? 지금까지는 벡터로는 감기의 원인균인 아데노바이러스가 많이 사용되어 왔는데, 이 바이러스는 인체에 침투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지만 독성 및 면역반응 등의 부작용이 동반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잘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로서 1999년 9월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발생한 유전자치료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 18세의 남자환자 제시 겔싱어(Jesse Gelsinger)는 유전질환인 ornithine transcarbamylase (OTC) 결핍증(신체에 암모니아를 증가시키는 질병)을 앓고 있었다. OTC 결핍증은 식이요법으로도 생명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시는 일부러 유전자치료 임상시험에 자원하여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치료를 받았다. 그는 OTC 유전자가 포함된 아데노바이러스를 가지고서 치료를 받던 중 치료시작 후 4일만에 호흡곤란으로 사망하였다. 사망 원인은 아데노바이러스 투여에 의한 면역독성 가능성으로 추정되었다. 투여된 아데노바이러스가 목표장기인 간 뿐 아니라 다른 장기까지 침투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수 시간 내에 면역성이 증가되고 염증반응을 보여 환자체온이 섭씨 40.3도까지 올라갔다. 다음날에는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졌고, 인공호흡기를 부착하였으나 폐는 흉수로 가득 찼고 더 이상 혈액을 산화시킬 수 없게 되어 결국 사망하였다. 환자가 사망하자 미국 정부는 펜실바니아 대학이 유전자치료 임상시험의 감독과 모니터링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펜실바니아 대학에서 시도되는 모든 유전자치료 임상시험(OTC, cystic fibrosis, mesothelioma, melanoma, breast cancer, muscular dystrophy, glioma)을 중단시켰고4), 펜실바니아 대학 당국은 사건이 발생한 유전자치료연구소(Institute for Human Gene Therapy)에 대해 더 이상 유전자치료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 앞으로는 기초연구와 동물실험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내용의 조치를 취하였다5).
이번엔 유전자치료의 두 번째 기술적 장벽에 관해 살펴보자. 두 번째 장애물은 유전자치료가 적절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유전자의 기능(function)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장래의 희망사항이다. 인류는 유전자의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기는커녕 이제 막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을 뿐이다.6)
3만 5천여 개의 전체 인간유전자 중 우리가 그 기능(function)에 관해 알고 있는 유전자는 약 1만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3분의 2에 해당하는 2만개 이상의 유전자에 관해서는 우리는 아직 그 기능을 모르고 있다. 나머지 인간 유전자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에 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유전자치료를 사용할 경우 그 효과는 몇몇 특정 질병에 국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유전자치료는 인간유전체 연구의 진행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앞으로의 인간유전체(human genome) 연구, 다시 말해 포스트게놈 연구는 각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기능유전체학(functional genomics)과 유전체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을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인간유전자연구의 방향과 미래에 관해 상반된 견해가 공존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 …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으로 미래에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우리 인간의 몸 속에서 각각의 기능을 하는 유전자가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그 역할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로 이러한 유전자들이 각 개인마다 어떻게 다른가가 바로 비교될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떤 형태의 인간인가를 비교 분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로 어떤 유전자들의 염기서열 일부가 바뀌거나 없어지거나 중복되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되어 왜 질병이 생기는가를 알 수 있게 되며 인간의 생로병사의 근본 유전자들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 …7)”
“ … 거품이 터지고 있는 지금, 이 사업은 재고되어야 하며 심각하게 보건의료 서비스에 대해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과학자들은 단지 시작의 끝일뿐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놀랄만한 의학 상품--기적의 암치료, 질병의 박멸, 유전적 향상, 유전자치료, 개인화된 약품 및 우리의 유전자 구성에 기반한 생활방식에 대한 처방--에 도달하기 전에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영국 국민들에게 병을 유발하게 하는 모든 유전자를 찾아내겠다는 잘못된 시도를 위해서, 인간게놈 연구에 앞으로 5년간 적어도 2조5천억 파운드를 투자할 계획이다.8)”
앞으로 기능유전체학 및 프로테오믹스 연구에 투입될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 및 인력, 그리고 이러한 투입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유전자치료가 실현되기 전에 반드시 거쳐가야 할 하나의 난제임이 틀림없다.
세 번째 장애물은 복합 유전자 이상(multigene disorder)에 의한 질병이다. 대부분의 유전병은 두 개이상의 유전자와 관련이 되어 있다. 반면, 특정한 하나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100% 그 질병에 걸리는 식--헌팅턴병9)이 여기에 해당한다--의 유전병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대부분의 질병은 개인의 몇몇 유전자와 환경과의 상호작용(interaction)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많은 암환자들은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있거나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가 비활성화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개인의 식습관, 운동, 흡연 및 여타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개인의 암 발병 여부가 영향을 받게 된다. 또한, 100%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는 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그들이 성장하면서 항상 동일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환경적 요소가 개인의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에 있어서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우리가 여기서 ‘환경’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우리 몸밖의 환경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 주의하자. 유전자의 ‘환경’ 또한 고려해 보라. 유전자의 환경은 대개 다른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여기서 우리가 말하고 있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에는 유전자들 사이의 상호작용도 포함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책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에서 각각의 유전자는 규칙도 없이 복잡한 방법으로 서로서로 그리고 외부 환경과 협력하여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은 조정 선수의 비유를 든다.
“ … 한 사람의 조정 선수는 자기 혼자만으로 옥스퍼드 대 케임브리지의 조정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그에게는 8명의 동료가 필요하다. 각각의 선수는 항상 보트의 특정 부분에 앉는 전문가이다. 즉, 뱃머리에서 노젓는 자든지 조정수든지 키잡이든지 그들은 각각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 보트를 젓는 것은 협동 작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는 다른 사람보다 팔심이 좋은 자가 있다. 코치는 … 매일 각 위치의 후보자를 무작위로 조합하여 3 개조의 크루(crew)를 짜서 서로 경쟁시킨다. 이것을 몇주간 계속하면 이긴 보트에는 종종 동일 인물이 타고 있는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인물은 우수 선수로서 기록된다. 또 그 중에는 항상 뒤지는 크루 속에 얼굴을 보이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자들은 결국 제거된다. 그러나 특별히 팔심이 좋은 선수라도 때로는 뒤지는 크루에 들어 있는 수가 있다. 다른 멤버의 팔이 나빴던 탓이든지 운이 나빠서--반대편에서 강풍이 불어와서--이다.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이긴 보트에 있다는 경향은 그저 ‘평균’해서 그런 것이다.10)
도킨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선수들은 유전자를 나타낸다. 보트의 각 위치 경쟁자들은 염색체상의 동일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있는 대립 유전자이다. 노를 빨리 젓는 것은 생존에 성공하는 몸을 만드는 것에 해당되며, 이때 바람은 몸밖의 환경에 해당된다. 교체 요원의 집단이 유전자 풀이다. 그리고 한 보트에 타고 있는 조정 선수들은 하나의 몸에 속한 유전자 전부에 해당한다.
도킨스의 비유처럼 좋은 유전자가 나쁜 동료들 사이로 들어가 치사 유전자와 한 몸 속에서 동거하는 수가 흔히 있다. 이런 경우 치사 유전자가 그 몸을 어릴 때 죽게 만들고 이때 좋은 유전자도 다른 유전자들과 함께 파괴된다. 때로는 좋은 유전자의 많은 사본이 버릇 나쁜 유전자와 한 몸에 동거했기 때문에 그것에 이끌려서 멸망하는 수도 있고, 또 머물고 있는 몸이 벼락을 맞는 등 불운한 일에 휩쓸려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좋은 유전자가 치사 유전자를 갖지 않는 다른 몸 속에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은 유전자의 발현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새로운 유전자치료법 개발을 위해서는 인체를 대상으로 실험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하므로 유전자치료에는 매우 엄격한 규제(regulation)가 요구되는 것이 보통이다. 아래에서는 유전자치료에 대한 각국의 규제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3. 각국에서는 유전자치료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
1) 미국
미국에서 유전자치료를 관리하는 기관은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과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이다. 1989년부터 시작된 유전자치료연구의 초창기에는 유전자치료가 최첨단기술이기에 연구의 촉진이라는 면에서 NIH에 의해서 주도되었다. 그러다가 FDA에서 유전자치료를 생물학적제제로 인정하여 한동안 NIH와 FDA 두 기관에서 유전자치료를 공동관리 하다가, 유전자치료가 비교적 안전하다고 인정된 최근에 이르러서는 NIH의 승인권한이 없어지고 유전자치료관리는 FDA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간단히 역사를 살펴보자면, 유전자재조합의 위험성이 학자들 사이에 제기되어 NIH내에 재조합유전자자문위원회 (Recombinant DNA Advisory Committee; RAC)가 1974년 발족되고, 1976년 재조합유전자연구에 관한 "NIH guideline for research involving recombinant DNA molecules"(간단히 NIH 가이드라인이라고 부름)이 제정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유전자재조합실험의 바이블로 사용되고 있다.
유전자재조합연구의 일환으로 유전자치료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1986년 NIH 가이드라인에 유전자치료 부분이 포함되게 되었다. NIH 가이드라인에는 유전자재조합실험이 여섯 가지 종류로 분류되는데, 유전자 치료는 이 중 가장 까다로운 승인절차를 요하는 세 번째 종류의 실험, 즉 환자등록 전에 기관내안전위원회(Internal Biosafety Commiittee; IBC) 승인,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승인, 재조합유전자자문위원회(RAC) 심사가 필요한 실험으로 분류된다. 한편, FDA에서는 1986년 유전자치료를 생물학제제로 정의하여 1991년에 지침을 제정하였다. NIH와 FDA의 차이는, NIH에서는 유전자치료의 과학성과 윤리성을 검토하는 반면 FDA에서는 유전자치료의 안전성을 심사한다는 것이다.
연구책임자가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면 우선 재조합유전자자문위원회(RAC)에서 계획서를 심사한 뒤에 수정된 연구계획서가 인정되면 연구책임자는 연구기관의 IRB, IBC 승인을 받고 NIH(OBA)에 접수한다. 그런 뒤에 연구계획서는 FDA에 제출되어 신약개발과정을 따르게 된다. 만약 연구계획이 새로운 전달시스템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질병, 특이한 유전자전달 응용 등의 경우에는 NIH에서 전면적인 심사를 맡게된다.
2) 영국
영국의 경우 1989년에 CEGT (Committee on the Ethics of Gene Therapy)가 구성되어, 유전자치료의 타당성이 검토되었고, 1993년 GTAC (Gene Therapy Advisory Committee)가 설립되어 유전자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GTAC는 1994년 "Guidance on Making Proposals to Conduct Gene Therapy Research on Human Subjects" 라는 유전자치료 지침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3) 일본
일본에서는 1991년 후생성 산하에 유전자치료에 관한 전문위원회가 발족되어, 1993년 "유전자치료 임상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었다. 일본에서는 다음의 모든 요건에 적합한 질환일 때에 유전자치료가 가능하다. 치사성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기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면서, 유전자치료 임상연구에서 치료효과가 현재 가능한 다른 치료방법과 비교했을 때 우수함이 충분히 예측되는 질환, 피험자에게는 유전자치료 임상연구에서 얻는 이익이 불이익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는 질환이 여기에 해당한다.
4) 우리 나라
우리 나라의 유전자치료 관련 규정은 두 가지이다. <유전자치료제 허가 및 임상시험관리지침> (식품의약품안전청고시 제2000-61호, 2000. 12. 4)과 <의약품등의 안전성 유효성심사에 관한 규정> (식품의약품안전청고시 제1999-60호, 1999. 12. 22)이 그것이다. 전자의 지침은 유전자치료제의 허가범위, 안전성 유효성 심사자료 범위, 독성시험기준, 기시법 작성요령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고, 후자에는 세포치료제의 정의 및 제출자료 범위, 신속심사제도 및 선허가 후임상제도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 유전자치료제로서 허가될 수 있는 것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암, AIDS, 유전질환 등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는 질환 치료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질환 치료제, 현재 이용 가능한 다른 치료법과 비교하여 우수함을 예측할 수 있는 치료제 등. 반면, 사람생식세포의 유전적 변형을 이용한 치료제와 생식세포의 유전적 변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치료제는 우리 나라에서 허가가 제한된다.
2002년 현재 준비중인 보건복지부의 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안)은 유전자치료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11) 1) 유전자치료의 시술을 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복지부령에 따라 국립보건원장으로부터 기관의 지정을 받아야 한다. 2) 승인 받은 유전자치료 시술을 행하는 경우 국립보건원장에게 그 결과를 보고하여야 한다. 다만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치료의 시술은 승인하지 아니한다. 3)유전자치료 기관의 장은 치료기술의 안전하고 윤리적 시술을 위하여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의 <생명윤리기본법(가칭)>의 기본골격(2001. 7. 10.)은 유전자치료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생식세포, 수정란, 배아 및 태아에 대한 유전자 치료는 금지한다. 이를 위배한 경우, 해당기관 및 그 책임자와 행위자는 형사․행정상으로 처벌한다. 2) 암, 유전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사망률이 높고 난치성인 질환과 다른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는 만성 질환의 경우, 체세포에 대한 유전자 치료는 허용될 수 있다. 3) 유전자치료국가관리기관은 관련 법령에 따라 유전자치료의 안전성과 윤리성을 심사 평가하여 허용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정 내용과 유전자 치료의 관리 현황을 국가생명윤리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4. 유전자치료에는 어떤 윤리적 문제들이 있나?
유전자치료에 관련된 윤리적인 질문들이 여러 가지 있다. 이제까지 윤리적 논쟁의 많은 부분이 인간에게 생식세포 유전자치료를 적용할 것인가의 여부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체세포 유전자치료에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FDA가 1991년 제정한 “Points to Consider in Human Somatic Cell Therapy and Gene Therapy"에는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질문 핵심적인 질문들이 나타난다. 첫째, 어떤 질병에 대해 유전자치료를 할 것인가? 둘째, 이 질병들을 치료하기 위한 다른 치료방법이 있는가? 셋째, 현행 모든 유전자치료방법은 실험적인(experimental) 것이다. 이에 따른 잠재적 또는 예상되는 해악(harm)은 어떤 것인가? 넷째, 유전자치료방법을 사용할 경우 잠재적 또는 예상되는 이득(benefit)은 어떤 것인가? 다섯째, 유전자치료를 받을 환자를 선정함에 있어서 공정성(fairness)을 기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가? 여섯째, 유전자치료법을 사용하기 위해 의료진은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반드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절차가 마련되어야 하는가? 일곱째, 환자의 사생활권(privacy)과 의료기밀(confidentiality)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아래에서는 이 질문들에 관해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어떤 질병에 대해 유전자치료법을 사용할 것인가? 암이나 에이즈 등 치명적인 질병에 대해 유전자치료법을 사용하는 데에는 아마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한편, 성별, 인종, 피부색 등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유전자치료법을 결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양극 사이에는 판단하기 까다로운 여러 상황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미한 비만이나 비뚤어진 코, 보통보다 큰 귀 등도 유전자치료의 대상이 되어야 할까? 류마치스 관절염이나 고혈압과 같이 만성적인 질병은 또 어떠한가? 더군다나 지적능력(예: 기억력) 향상, 노화방지, 신체기능 향상12) 등을 목적으로 유전자치료라는 ‘치료’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까?13) 어쨌든, 현재의 세계적 추세는 암, 유전질환, AIDS와 같은 치사성질환에 한정하여 유전자치료를 허용하고 있다.
둘째,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다른 치료방법이 있는가? 대안이 있을 때에는 유전자치료를 권해서는 안된다. 만약 어떤 한 질병에 대해, 심각한 부작용이 없고 합당한 정도로 비용이 드는 치료법을 시행함으로써 그 질병의 가장 심각한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면 그 질병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는 유전자치료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예들 들어, 선천적인 유전질환으로 신생아에 나타나는 phenylketoneurea(PKU) 경우, 식이요법을 통해 뇌손상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으므로 유전자치료를 처음부터 치료의 방법으로 선택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당뇨병(diabetes)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인슐린요법으로 당장의 당뇨병의 해악을 통제할 수 있으므로 당뇨병은 (지금으로선 유전자치료의 대상이 될 수 없겠지만) 미래에는 유전자치료의 대상이 될 지도 모른다.14)
셋째, 현행 모든 유전자치료방법은 실험적인(experimental) 것이다. 이에 따른 잠재적 또는 예상되는 해악(harm)은 어떤 것인가? 이 질문을 달리 표현하면, 유전자치료의 안전성은 확보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당연히 임상시험 전에 세포배양과 동물실험을 통하여 유전자치료법의 안정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유전자치료에서는 주로 바이러스 전달체를 유전자치료에 사용하기 때문에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실시되어야 한다. 앞서 소개한 1999년 미국의 유전자치료제 사망사고의 경우에도 전임상시험에서 두 마리의 원숭이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통보되지 아니하였던 점이 후에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넷째, 유전자치료방법을 사용할 경우 잠재적 또는 예상되는 이득(benefit)은 어떤 것인가? 바로 앞의 세 번째 질문을 만족시키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만약 유전자치료법이 환자에게 심각한 해악을 가하지 않지만 환자한테 별 이득 또한 주지 않는 경우, 유전자치료법은 허용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선행의 원칙에 관해 생각해 보자.
생명의료윤리의 여러 원칙들 중 하나인 선행의 원칙(the principle of beneficence)은 우리에게 적극적인 선(good)을 행할 것을 요구한다.15) 즉, 하나의 판단이나 행위가 윤리적인 것이 되기 위해서는 이 선행의 원칙이 필요조건으로서 만족되어야 한다. 이 원칙을 유전자치료에 적용해 보자. 만약 유전자치료법이 환자에게 심각한 해악을 가하지 않지만 환자한테 별 이득 또한 주지 않는 경우 그 치료는 선행의 원칙에 의거하여 비윤리적인 것이 된다. 왜냐하면, 유전자치료가 윤리적인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그 치료가 환자에게 반드시 이득(beneficience)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별 이득도 예상되지 않는 실험적 치료법을 단지 연구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환자에게 행한다면 그것은 비윤리적인 행위가 된다. 따라서, 유전자치료법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이득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적어도 이득을 줄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유전자치료법은 과학적으로 탁월하게 설계되어야만 하는데, 그 이유는 지금 유전자치료를 받는 환자로부터 얻어진 데이터가 나중에 유전자치료법을 받게 될 환자들에게 이득을 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유전자치료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이 질문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대답이 주어져야만 한다.
다음으로, 유전자치료를 받을 환자를 선정함에 있어서 공정성(fairness)을 기하기 위해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가? 만약 유전자치료를 받기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많을 경우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환자를 선발해야 하는가? 예를 들어, 미국에서 행해진 뇌종양 (glioblastoma multiforme) 유전자치료 경우(Osfield & Culver at NIH) 계획서상 20명이 승인된 연구에 무려 1,000명이 신청하였다. 그 중에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친척, 친구들 심지어는 주지사와 국회의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누구에게 우선권을 줄 것인가? 먼저 신청한 사람에게? 병이 위중한 사람부터? 실험적 치료의 위험성을 이유로 어린이들을 제외할 것인가? 의학적 기준외에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조건을 고려할 것인가? 이런 경우 환자선발위원회 같은 기구가 있다면 환자 선발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16)
여섯째, 유전자치료법을 사용하기 위해 의료진은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반드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어떤 절차가 마련되어야 하는가? 환자의 동의는 유전자치료의 윤리문제에 있어서 가장 중요시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는 의료진으로부터 유전자치료법에 대하여 설명을 들은 후에 충분한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동의해야만 한다. 환자가 미성년자인 경우는 부모가 대리로 동의할 수 있다. 이때 의료진은 환자에게 유전자치료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 또한 정확하고 공정하게 설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환자에게 설명할 때에는 비전문적인 용어로, 필요하다면 반복해서 설명해야 한다.17) 이 점에 관해 1997년 유네스코의 <인간게놈과 인권에 관한 보편선언>18)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제5조 b.모든 경우에 관련 당사자의 자유의사에 의한 사전 인지된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 만일 관련 당사자가 동의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 당사자의 최대의 이익에 근거하여 법에 의해 규정된 바대로 동의 또는 인가를 얻어야 한다... ...
e.법에 규정된 바대로 개인이 동의할 능력이 없는 경우, 개인의 게놈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는 법에 규정된 보호조건과 인가된 상태에서 그 또는 그녀의 건강에 대한 직접적 혜택을 위해서만 행해질 수 있다. 개인의 건강에 직접적 혜택이 기대되지 않는 경우의 연구는 최대한 제한된 상태에서, 개인에게 최소한의 위험과 부담이 되며, 연구목적이 동일 연령대나 같은 유전적 조건의 다른 사람들에게 건강상의 혜택을 주는 것이고, 법에 규정된 조건에 부합되며, 개인의 인권보호와 합치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
끝으로, 환자의 사생활권(privacy) 또는 의료기밀(confidentiality)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환자의 사생활권 보장과 비밀 유지는 시술을 받는 환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특히, 유전자치료에 관한 보도는 언론 매체에 의해 크게 다루어지곤 하기 때문에 환자 보호를 위하여 환자의 인적사항이 함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언론보도가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사전심의를 거쳐 연구자가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으로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환자가 어린이인 경우 신분노출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상에서 체세포 유전자치료와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을 살펴보았다. 체세포 유전자치료에 관해 미국 FDA가 제기한 일곱 가지 질문은 유전자치료에 고유한 윤리적 질문이라기보다 일반적인 실험적 치료법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질문들이다. 다시 말해, 위의 일곱 가지 질문들은 실험적인 치료법에 있어서 윤리적인 고려 사항들을 체세포 유전자치료의 경우에 적용한(apply)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체세포 유전자치료가 실험적인 치료에 따르는 주의사항을 엄격히 지키는 가운데 주의 깊게 시술되는 한, 생식세포 유전자치료와는 달리, 체세포 유전자치료에 대해서는 윤리적으로 반대할 만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ABSTRACT=
Gene Therapy : Technical Hurdles, Regulations and Ethical Issues
KOO Young-Mo*
Gene therapy, a novel approach to treat, cure, or ultimately prevent disease by changing the expression of a person's genes, is still in its infancy. Current gene therapy is primarily experimental, with most human clinical trials only in the research stages. There are three major hurdles that prevent researchers from developing successful gene therapy techniques. The first hurdle is the safety of the gene delivery tool. Viruses, the most common vectors, while effective in delivering therapeutic genes into human cells, introduce other problems to the body--toxicity, immune and inflammatory responses. The Second hurdle is understanding gene function. Of the estimated 35,000 human genes, scientists know the function of less than one third of them. The third hurdle is multigene disorders. With very few exceptions of genetic diseases, most disease involve the interaction of several genes and the environment.
With a set of extremely strict regulations, the NIH in the U.S. took the lead in regulating gene therapy from mid 1970s to early 1990s when it classified gene therapy to be an experimental human research. Since the FDA's takeover in late 1990s, however, gene therapy has usually been considered as a pharmaceutical product. Similarly, the Korean FDA is now in charge of regulating gene therapy in Korea. There are two guidelines prepared by KFDA available for gene therapy, both of which was recently drafted.
There are seven major ethical questions concerning gene-therapy research. First, what is the disease to be treated? Second, What alternative interventions are available for the treatment of this disease? Third, what is the anticipated or potential harm of the experimental gene therapy procedure? Four, what is the anticipated or potential benefit of the experimental gene therapy procedure? Five, what procedure will be followed to ensure fairness in the selection of patient-subjects? Six, what steps will be taken to ensure that patients, or their parents or guardians, give informed and voluntary consent to participating in the research? Seven, how will the privacy of patients and the confidentiality of their medical information be protected? After short discussion of each question, this article concludes with the remark that, unlike germline gene therapy, somatic cell gene therapy seems morally acceptable, as long as the due procedures have been ta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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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partment of Medical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University of Ulsan College of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