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 목사님,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는 저도 옥 목사님이라고 불렀지만 몇 사람만 있는 격의 없는 자리에서 하용조 목사와 저는 언제나 형님, 혹은 옥 형님 그렇게 불렀지요. 그래서 지상에서 한 번 더 저는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형님! 형님의 소천이후 많은 분들이 형님에 대해 너무 좋은 소리들만 하시기 때문에 저는 형님의 흉을 보는 것으로 조사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형님은 늘 자신의 이름처럼 나는 ‘한’없이 ‘흠’이 많은 ‘한흠’이라고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 형님의 가장 큰 흠은 별로 흠 잡을 것이 없어 보이는 것이 옥 형님의 ‘옥의 티’인 것을 아시는 지요? 그래서 저는 형님을 언제나 “고결한 완벽 주의자”라고 불렀습니다.
형님, 형님은 이제는 전설이 된 유명한 기독교 100주년 기념 설교를 하시기 사흘 전 저에게 팩스로 설교 원고를 보내셔서 당신이 좀 첵크해 보라고 하셨지요. 그래서 제가 “형님, 완벽한 설교입니다”고 했더니 화를 내시며 “완벽한 설교가 어디있냐”고 다시 검토하라고 불호령을 내리셔서 할 수 없이 몇자 극적 극적해서 보냈더니 한숨을 쉬시며 “나 할 수만 있으면 안하고 싶은 이 설교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그 한국 교회사에 남을 위대한 설교가 탄생했지만 본인은 설교 후에도 그 설교에 만족하지 않으신다고 하셨지요. 그것이 바로 옥 형님의 완벽지향의 결벽증이셨습니다. 그래서 옥 형님이 이 땅에 사시며 유일하게 욕을 잡수신 일이 무엇인지 기억하시나요? 그것은 집회 약속을 해 놓으시고 다시 그 집회를 취소하시는 소동을 벌리신 사건들입니다.
물론 형님의 건강 상태도 중요한 원인이었지만 저는 더 중요한 원인이 다른데 있는 것을 옛날부터 알아차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집회 취소라기보다도 고통스럽게 설교 준비를 하시다가 본인의 완벽 성향에 만족이 안 되시면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없으셔서 피한 것들 아니신지요? 그런 자신이 설정해 놓으신 그 고고한 수준에 도달 못한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를 늘 괴롭히며 인생을 살아오셨습니다. 그래서 하용조 목사가 늘 지적한 것처럼 옷차림과 심지어 헤어스타일 까지도 깔끔하게 완벽하지 않으시면 심지어 마음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우리 아우들 앞에도 나타나려 하지 않으신 형님, 매사에 그런 형님의 성정이 바로 형님의 육체의 가시이었습니다. 그래서 중환자실에 계실 때, 면회를 통제한 탓도 있지만 제가 치고 들어가면 뵐 수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형님이 아파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저에게도 보이고 싶어하시지 않으실걸 너무나 잘 알았기에 조용히 울면서 그냥 물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많이 많이 울었습니다.
형님, 옥 형님! 그렇게 인생을 살고 그렇게 목회를 해오셨으니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어요? 형님에겐 목회의 하루하루가 최선을 위한 고통이었고 설교 한편 한편이 그런 고통의 산물이셨습니다. 제가 보다 못해 어느 날 당신의 제자 방선기 목사는 “설교 준비는 즐겁다”는 책을 쓰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그렇게 즐겁게 준비하는 너희들은 참 좋겠다”고 하셨지요. 그러니 형님이 어떻게 아프지 않으실 수 있었겠어요. 거기다가 시원찮아 보이는 한국 교회의 몰골까지 다 살피시며 걱정하시려니 어떻게 아프지 않으시고 사실 수 있으셨겠습니까? 솔직히 지금까지 형님이 버티고 살아오신 것도 저는 성령님의 도우심이라고 믿고 있어요. 형님 소천이후 조사나 기도하시는 분들이 천국에서도 형님은 한국 교회를 걱정하시고 중보해 달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런 부탁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형님, 옥 형님! 제발 거기 천국에서는 쉬셔요. 우리가 걱정되거든 야단은 그만 치시고 정 우리가 못마땅하시면 예수님께 고자질 하시고 이 땅의 모든 걱정은 다 그분에게 맡기시지요. 그리고 이제 우리 부족한 아우들과 제자들을 믿으시고 쉬시면 안 될까요? 형님의 제자훈련을 받은 ‘작은 예수들’이 희망을 만들고 있는 모습을 보시고 응원은 해 주셔요. 그리고 이 땅에서 한 번도 해보시지 못한 푸른 초장 잔잔한 물가를 거니는 골프도 해보시지요. 시편 23편 암송 숙제 하시면서 말입니다. 우리 아우들도 형님 덕분에 아니 형님 눈치 보느라고 그 흔한 골프도 한번 못해 보았지만, 우리가 거기 도착하면 좀 골프 제자훈련 해 주시면 어떨까요? 저는 형님이 천국에서 골프채를 어깨에 휘감고 “주의 막대기와 지팡이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라고 고백하는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
옥 형님, 그리고 다시는 거기서 “고통에는 뜻이 있다”-그런 책은 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 책은 지상에서의 한권으로 족합니다. 그리고 맏형님답게 제일 먼저 천국으로 출발하셨으니 거기서 우리를 세 아우 기다리셨다가 마중 나오셔서 예수님 모시고 즐거운 4인방 천국 파티나 준비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리고 거기서 옥 형님이 먼저 도착해서 사귀고 더 잘 알게 된 예수님 이야기를 끝없이 들려 주셔요. 그러면 거기서 이제 우리를 향한 즐거운 천국 제자 훈련이 이어지는 셈이 되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이 지상에서 우리가 목격한 형님의 제자 훈련으로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형님의 사역의 결과로 일어난 한국 교회 부흥의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그때 거기서 그렇게 기쁨으로 뵈올 때 까지 편히 쉬시고 마지막으로 형님이 사랑한 가족, 아우들, 제자들, 그리고 성도들을 대신하여 이 땅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드리지요. 형님, 옥 형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주후 2010년 9월 5일 사랑에 빚진 믿음의 아우, 이 동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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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한음목사님께서 생전 사랑의교회 성도들을 위해 남긴 기도문>
“자비로우신 하나님 아버지.
나의 한 생이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선을 그어놓은 법대로 그 길을 달려 가,
마지막까지 시종일관하는 삶이 되길 원합니다.
그리고 주님께 한 번 드린 나의 마음,
그 마음 한 번도 후회하는 일 없이 주님을 기쁘게 하는 삶이 되길원합니다.
아버지 하나님
그래서 주님이 원하시면 나의 이 생명도 나의 이 건강도 나의 이 시간도
바칠 수 있는 준비된 삶이 되게 하옵소서.
영원한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한 생을 선한 싸움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고 바울처럼 말할 수 있게 하소서.
그래서 나의 인생이 마치 관제와 같이 부어지더라도
마지막까지 주님께 드려지는 산 제사가 되게 하시고
주님께서 주신 육체적 죽음이 제게 영원한 힘을 주며 자유함을 주고
나그네의 삶을 끝나게 하여 하나님나라를 체험하는 영원한 축복을 주옵소서.
죽음 앞에서 비극적인 삶이 되게 하지 마시고
주님 앞에서 말한 마디 못하는 부끄러운 자가 되게 하지 마소서.”
옥한음목사님께서 생전 사랑의교회 성도들을 위해 남긴 기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