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치넨 미키토의 <병동>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은 나는현직 의사가
쓴 한국의 메디컬 미스터리 출간 소식에 기대감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현직 판사나 변호사,
검사가 혹은 경찰이 쓴 추리 소설이 나와있지만 이렇듯 대학병원을 그 배경으로 삼아 의사의 생활을 낱낱이
공개하며 이뤄지는 미스터리 서사는 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예약 구매를 해놓은 상태였고 배송되자마자
며칠에 걸쳐 다 읽은 터였다.
책을 덮고 난 이후의 감상평은 내 기대를 웃도는 수준의 재미와 전문성을 지닌 소설이란 것이었다.
레지던트인 현우인 초보 의사이지만 그만큼 병원의 타성에 젖지 않은 따스함을 지닌 인물이다.
그런 현우는 충수염으로 입원한 여대생 수아의 간절한 의뢰를 받아들여 그녀 아버지의 죽음을 캐게 된다.
처음에는 수아의 의심증을 가라앉혀줄 목적을 시작된 일이었지만 현우는 환자라면 절대 볼 수 없는
기록과 알 수 없는 앞뒤 정황들을 맞춰보며 상태가 좋던 환자들이 갑자기 죽은 케이스가 몇 건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화롭고 전문적인 대외 이미지와 달리 병원 내부에 숨겨진 진실들을 혼자 탐구해가던 현우는
친하게 지내던 선배와 불화를 일으키게 되고 혜성대학병원의 터줏대감인 태주와도 불가피한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집단내 약자와 최강자의 싸움으로 현우는 고군분투 끝에 진실의 밑바닥에 가 닿지만
사실상 덮으라는 말로 손에 넣은 진실을 스스로 놓아버리라는 요구에 직면한다.
범인 시점에서 일화가 펼쳐지는 교차 시점과 레지던트 현우가 대학병원 내부를 탐험하며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가독성과 긴장감이 끝까지 유지된다.
모든 걸 묻으라는 집단의 강요로 끝나는 결말 또한 아쉬운 한편 현실성을 띄고 있어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의 주인공 내면에서 존재하는 허구였다는 또 하나의 결말은 보다 소설적 재미를 더했다.
기네스 팰트로의 <슬라이딩 도어즈>처럼 한명의 인물이 두개의 결말을 맞는 구성도
꽤나 신선하게 여겨져서 작품의 전개방식과 줄거리, 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그 시도들이 성공적으로 어우러져 한편의 재미있는 메디컬 미스터리를 선사한다.
작가는 이것 말고도 또 다른 의학 미스터리를 구상 중이라고 하는데 다음 편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이제 일본의 가이도 다케루나 치넨 미키토처럼, 한국에서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메디컬 미스터리 작가가 탄생한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
첫댓글 한추연에도 남겨주시다니!! 정성스러운 후기 감사합니다 :)
작가님 신작도 언제나 기다리고 있습니당 ㅎㅎ 같이 건필해요 ^^
완전 잼나게 읽었어요. 살짝 발을 담근 것뿐인데 뜻밖의 여러 건의 살인을 맞닥뜨려 은폐된 진실을 쫓게 되는 스토리 전개도 흥미롭지만 우리 사회의 일면들을 반영하는 부분들이 많아 생각할 거리도 있었네요. 담 소설도 응원합니다~!^^
@여행자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에요 ㅎㅎ 저도 작가님 담 작품 응원합니당 ^^
@푸아로 네 저도 좋은 작품 만나 즐거웠어요. 열필하시길요~!
@여행자 넹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