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도 서러움이 되면 어떠냐>
- 2006. 5. 15. 월. 백장미-
오월이 내 가슴으로 들어오던 날
다 들어내어도 끝없을 것 같든
산자락 하나 하나 헤치며
작은 파도치는 코발트 영덕 포구에 서 있었다.
분명 어딘가 바다를 보며
세상으로 나왔을 그 곳은 기억도 없고
해풍에 찌든 아낙들의 억센 말투
덜 여문 날의 호객
바다는 내 가슴에서 울고
아낙은 나를 쫓아 들어
통통배로 건져 올린 해말간 영덕 게
뒤뚱거린 해녀 손에 꿈틀대는 전복
내 배는 그득 하고
내 그리움은 배 보다 가슴을 채우지 못해
먹어도 허허 하던
내 그리움의 자락을 한 울음 삼켜 봤다.
어린 날 한 모퉁이 같든
빛 바랜 아버지 손 때 묻은 앨범도
한 가방도 넘게 온 연애편지 뭉치도
다 버리지도 다 안지도 못 했다.
고향은 그렇게 나를 먹고도
나를 알지도 알은 체도 아니 하여
속상하고 부끄런 마음
뒤로하든 양파 같든 산자락 속에 묻고 왔다.
가슴은 더욱 외로워
들킬세라 후닥닥 세월 안고
내가 선 자리로 돌아 와
또 하나의 별이 된다.
이번 여행은
즐거움이 서러움으로
서러움이 체념으로
체념을 사랑으로 표현하고 왔다.
내 멋대로 보기엔
내가 별이고
내가 달이고
내가 해인걸
그래서
난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언제나 뜰 수 있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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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와 앉은자리에서
미련의 여운을 몰아 쓴다.
오면 아니고
가도 아니라서 말이다.
<거제도 망산 산행>
- 2006. 5. 15. 월. 신형호-
새벽바람과 함께 출발 한 지
4시간 남짓
햇살과 부대끼며
남녘하늘을 향하던 전세버스는
그림 같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더 이상의 갈 길을 잃어 버렸다.
이름조차 밝은 모래알이라는
명사마을을 출발한 산행.
거제도 섬 전체를 능선으로 이어 놓은
산자락의 초입부터
만만치 않은 가파른 산길이라
가쁜 숨길이 턱밑까지
헉헉 차올라
푸른 하늘이 더욱 하얗게
아른거렸다.
칼바위를 지나
망산 정상에 다다르니
드디어
눈앞에 펼쳐지는 떨리는 신선도 한
장.
망산(397m)이라는 표석 아래로
몇 개의 아름다운 섬들이
눈이 시리도록 아프게 안겨왔다.
그 푸른 바다와 함께
건강한 어깨를 들먹이며
어깨동무하듯 싸고 있는 뭇 섬들
아득히 멀리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매물도와 장사도의 아득함
무지개 타고 부서지는
햇살에 부끄러움은 보석되어 바스락거리고
눈을 감아도 살아나는
그리운 사람의 뒷모습이 살아오고
푸른 해원의 끝자락을 향해
가늠할 수 없는
외로움과 그리움의 잔영이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온 종일 가슴을 흔들고 있었다.
해미장골, 천년송을 지나
내봉산을 거쳐
저구고개로 하산을 마치니
시간은 벌써 오후 4시를 향해
미끄러지고 있었다.
학동 몽돌해수욕장에
몸과 마음을 내려놓았다.
밀려오는 파도와 함께
쉴새 없이 자그락거리는
몽돌들의 끝없는 속삭임이
나그네의 마음을
한없이 시퍼런 바다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나오고...
언제부터
몽돌들은 이렇게 자리했을까!
아치형으로 반원을 그리면서
활처럼 굽은 해안가 전체를
반들반들하고 가무잡잡한
몽돌들이 끝없는 누워
별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바다를 눈에 넣고
몽돌위에 맨발로 앉아
방금 바다에서 낚아 올린
싱싱한 회와 소주의 이중주에 맞춰
에메랄드빛보다 더 푸른
그리운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데이트...
곱게 누운 바다가 있고
넘실대는 파도가 가쁜 숨을 쉬고
푸름보다 더 맑은 그윽한 눈빛이 있고
한 잔의 소주가 있고
방금까지 펄떡이는 생선의 분신이 있고
영원토록 자그락거리는
몽돌의 속삭임이 살아 있는 곳.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길게 꼬리를 끄는 불빛만이
외롭게 반짝이다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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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바다에 다녀왔구나.
모든 것을
사랑으로 바꾸어 볼 줄 아는
너는
언제나 볼 수 있고
어디서나 뜰 수 있는
영원한 별이로구나.
카페 게시글
메일 보관방
20여 년 전 이메일을 펼쳐보며 240
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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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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