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파주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정릉에 오는 것을 좋아한다. 파주에 갈때는 늘 남편의 인도를 받으며 간다. 어디서 내리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늘묻거나 아니면 그저 남편이 가는 길을 따라 가면 그뿐이다. 파주가는 길의 남편은 사뭇 달라보인다 . 여자 가방을 들어주는것 만큼 헐일없어보이는 이도 없다면서도 내 가방을 들어준다.
정릉집에 갈때는 입장이 바뀐다. 내 인도에 따라 남편은 나를 따라온다. 정릉에 오면 나의 감각은 살아난다. 20년이 지나도 집근처 지하철 노선도는 안보아도 훤하다. 왼쪽으로 가야할지 오르쪽인지 자동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한마디로 촉이 산다. 그리고 집에 오면 나는 모든 근심을 잊는다. 나의 근심 보따리를 한가득 어머니께 드린다. 그러면 그 무거운 짐을 어머니는 다 받아주신다.
어제는 파주를 다녀왔다. 많은 상념에 빠진 남편의 귓가에 어디선가 전철 안에서 동무생각 노래소리가 들린다. 어디두고 이 홀로 앉아서 ----.동냥하는 아저씨가 종이로 만든 돈통을 들고 구슬프게 부르신다. 고향 다녀오는 남편의 마음을 자극하였다. 5000원 있으면 하나 드려 날씨도 추운데. 지갑을 여니 5000원짜리 지폐가 있다. 당신이 줘요. 돈은 꺼냈지만 왠지 용기가 안난다. 우리 앞으로 아저씨가 다가오자 남편이 5000워을 꺼ㅐ 지어넣는다. 짤랑 짤라 소리가 나는 동전만 있던 통에 5000원짜리 지폐를 넣으니 아저씨가 화들짝 놀란다.아이고 가사합니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한해 건강하시고 .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아저씨는 할수 있는 모든 축복의 말을 찾아 우리에게 되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