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전라도여행
오랫만에 가족동반 여행길에 오른다. 아이들이 운동을 하는 관계로 별도로 휴가를 못내고 경기일정에 맞추어 지방을 다녔는데 올 여름에는 태백을 안가는 바람에 아이들 방학을 이용하여 호남지방을 둘러보기로 한다. 우리는 한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면서 구경을 하는 편이라 계획없이 여기저기를 다니는데 이번에는 보성녹차밭을 가자고하여 전라도 끄트머리까지 가는 먼길이다.
영광~강진~보성~장흥을 둘러보고 올라오면서 지방도로 드라이브를 할 계획이다.
휴가기간이라 차가 막힐까봐 금요일 저녁 10시넘어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기로 한다. 보통 평택까지 많이 막히는 편인데 장마가 끝나고 휴가가 한꺼번에 몰려서 인지 오늘은 차가 더 많은듯하다. 우리같은 사람이 많은가 보다.
기름소비때문에 보통 120을 전후로 운전을 하는데 서해대교에서 네비를 보니 새벽2시반은 되어야 영광에 도착을 한다. 휴가길은 짜증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부안을 지나니 차들이 속력을 내기 시작하여 과속을 하면서 온다고 왔는데 영광톨게이트를 나오니 새벽3시가 넘었다.
처갓집에서 짐을 풀고 아침에 눈을 뜨니 11시다. 난 운전을 하면 유독 피로를 느끼는 편이라 새벽에 도착하여 정신없이 골아 떨어졌나부다. 요기를 하고 영광장이 서는 날이라 읍내에도 가보고 우리나라에 최초로 불교가 들어온 '불교도래지'와 아름다운숲으로 선정된 '느티나무군락지' 그리고 우리나라 해안도로중 손꼽히는 절경의 77번국도를 보기로 한다.
매월 1일은 영광장이 선다. 모시떡 반죽을 하기 위해 방아간에 먼저 들른다. 영광읍내가 이번처럼 복잡하기는 처음이다. 터미널 큰 도로가 2열 주차를 하여 차들이 간신히 빠져나간다. 멀찍이 주차를 하고 떡방아간에 가서 말을 했더니 쥔장왈 "군수가 이번에 처음됬는데 또 한번 해먹을려고 주차단속을 안해요"한다.
모시잎과 쌀을 갈아서 밀가루반죽같이 하여 냉동보관해서 필요할때 개떡이나 송편을 만드는데 모시잎의 향과 색깔이 떡중에는 최고다. 도시에선 시금치를 넣어 색깔만 내고 모시잎은 잘 갈아주지도 않는다.
법성포구. 매립하여 엄청큰 부지에 공원을 만드는지 들어갔다가 한참을 헤맸다
22번 국도를 타고 홍능방향으로 접어들어 법성으로 간다. 호남지방의 도로에는 유독 백일홍(베롱나무)이 많다. 22번국도변에도 백일홍이 빨갛게 피어 지루한줄 모르고 운전을 한다. 전에는 영산성지가 있는 구수리방향으로 백수해안도로를 탔는데 이번에는 법성을 들려 모레미해수욕장으로 갈 예정이다.
이곳에서 숲쟁이숲과 불교도래지로 갈라지는데 이곳은 마을회관 구실을 하는 것 같았다.
한쪽 정자에서는 마을 노인분들이 담소를 나누는 장소다.
법성포는 맨 굴비가게만 보인다. 가게마다 새끼줄에 엮인 굴비들을 내놓고 말리고 있다. 식당들도 굴비천지다. 포구를 한바퀴 둘러본다. 포구라는 것이 실상은 볼것이 없다. 어느포구를 가나 녹슬은 배가 널려있고 하나같이 무슨공사를 하고 있다. 그래도 포구를 찾는다. 포구에는 삶이 있고 그것을 느낄수가 있기 때문이다.
포구 뒷길로 언덕을 향해 오르면 우리나라 아름다운숲10선에 선정된 1000년이 넘은 진내리 느티나무숲과 꽃동산이 있는 정상주차장에 다다른다. 이 느티나무숲은 영광굴비를 유명하게 만든 한 요소라 한다. 북서풍을 막아 겨울에는 푸석푸석해지지 않도록 하고 여름에는 뜨거운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역할을 한다고 한다. 또한 이곳에서 단오제가 열린다.
꽃동산 위쪽길은 나무계단으로 되어 있는데 잘 다니질 않았는지 풀이 무성하여 반바지를 입고 오르기엔 않좋았다. 이곳에서 정면으로는 법성포가 한눈에 들어오고 왼편으로는 멀리 둥그런 원전이 보인다. 관람동선을 따라 돌과 잔듸가 깔려 있어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이며 곳곳에 전망데크를 만들어 놓아 휴식과 관람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곳곳에 하나는 앉고 하나는 누워있다. 곁눈으로 보면 하나같이 다리를 베고 있다.
법성꽃동산
꽃동산을 둘러보는데도 시간이 꽤걸린다. 쉬엄쉬엄 산책삼아 걸어야 하는데 오늘은 노을을 봐야하기 때문에 구석구석을 둘러보지 못하고 아이들은 동산뒷편으로 걸어가고 나는 한바퀴 돌아 둘러본 후 차를 갖고 산을 돌아서 불교도래지로 간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철쭉이 피는 저녁에 와야겠다. 동산 중간에 인공계곡을 만들어 맨 꼭대기에서 물을 내리게 만들어 놨는데 연못과 나무홍교가 있고 경관조명시설이 있어 야간에 보면 천상화원에 있는 것 같은 곳이다.
대법당이 있는 부용루와 사면상
꽃동산반대편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도래지가 있는 좌우두마을이다. 이곳은 일반 절집과는 다른분위기가 나는 곳으로 간다라양식으로 지어져서 이국적인 분위기가 있는 곳이다. 완공된지는 2년정도 되지 싶다. 예전엔 이곳은 볼 것이 없어서 대신리쪽으로 바로 갔었는데 이번에는 맘먹고 돌아서 들어온 곳이다.
막내 마눌 작은애. 아이들이 운동을 해서 서로 휴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큰애는 7월에 4일간 휴가를 얻어 강원도에 갔었는데 제주대에 다니고 있어 일정을 못맞춘다.
입구에서 왼편쪽으로 간다라유물관이 자리하고 해안에는 상당히 넓은 전망데크를 설치하여 행사와 마라난타가 법성으로 들어왔던 뱃길이 훤히 보이고 밀물때는 오가는 고깃배를 볼 수가 있다. 곳곳의 조각상은 미술책에서 보던 것과 같이 성적인 노출이 많아 우리나라 정서와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부용루 1층에는 석가모니 생에 관한 것과 여러 조각품이 있는데 여자는 가슴과 남자는 고추가 사람손때가 묻어 시커멓다. 아마도 출산과 관계있는 미신때문이리라.
왼쪽사진은 먼지 까먹었고 오른쪽사진의 가운데 큰나무가 보리수며 어디절에서 기증했다고 했는데 까먹었네요
간다라유물관과 멀리서도 보이는 사면대불상
이제는 해넘이를 보러 해안으로 가야 합니다. 법성에서 백수로 이어지는 산길이 또한 볼만한 곳으로 법성에서 굴비를 팔아먹으려고 이곳 산길을 내어 영광하고 이어 놓았다고 하네요(믿거나말거나).
아이들이 "이런길을 갈때는 에어컨을 크고 창문을 열어 놔야지~" 이리 말할정도이니 드라이브할 만한 곳이죠. 승용차 두대가 간신히 비켜갈 정도인데 해안도로와 만나기까지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봄철에 다니면 정말 폼나는 길이 이다.
백수해안도로는 일없이도 여러번 다녔던 길이나 올때마다 새로운 기분이 나는 도로다. 모래미해수욕장을 지나면 왼편으로 대신리가 나오는데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폐교를 리모델링한 옥당박물관이 자리한다.
2년전인가 정식개관하기 전에 관람을 해서 리플릿도 없었고 정리가 안되어 있어 오늘 다시 찾았으나 차에서 내리니 문을 닫고 있었다. 오후5시에 문을 닫는 단다. 본관 왼편에 한옥1채가 융무당인데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전한 왕이 사용하던 건물로 무예시합을 할때 왕이 이곳에서 구경을 했다. 팔작지붕에 잡상이 있는 3칸건물로 기억된다.
마을입구에는 갯바위사이로 뻘이 있고 바닷물이 안쪽까지 들어온다. 이름있는 갯벌에서 사람북적이면서 시달리는 것보다 이곳에서 걸리적거리는거 없이 갯벌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주먹만한 게들이 널려있고 뻘도 상당히 깨끗한 곳이다.
대신리에서 몇굽이 돌면 2층 팔각정자인 팔녀각이 보이고 백수해안도로의 정점인 곳이다. 백수해안도로는 77번국도에 있는 '한국의 아름다운길 100선'에 선정된 곳으로 삼십리 해당화길이다. 해당화와 벚나무가 길양편으로 심어져 있고 우리가 갔을때는 빨간 해당화열매가 맺혀 있었다.
예전엔 이곳에 팔녀각만 딸랑하나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해안으로 산책할 수 있게 만들어 데크를 만들어 놓았고 언덕에서 노을을 볼 수 있도록 전망대와 팔각정자가 곳곳에 있었다.
이번여행에서 찍은 유일한 가족사진
전에 왔을 때는 도로가에 주차하여 잠시 바람을 쐬고 마파도찰영장소에서 놀았는데 이번에 보니 시설을 잘해 놓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컵라면 순대 꼬치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해넘이를 볼때까지 갯바위에서 시간을 보낸다.
팔선각의 전망은 확트인 바다와 멀리 안마군도가 희미하게 보인다. 망망대해가 어울리는 곳이다.
계단은 곳곳에 휴게시설과 해안가로 내려갈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이런데는 연인이 최고다.
가족동반은 몇안되고 죄다 젊은연인들이 곳곳에 붙어 앉아 있다. 이놈들은 덥지도 않은가 보다. 우리아이들은 고동을 따느냐고 정신이 없어 보인다.
갯바위에 앉아 먼바다를 보며 담배한대 피워 문다. 이순간에는 모든것을 다 털어버린다.
노을이 질 무렵에는 곳곳에 묵직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엔 보급형 카메라들이 많이 있고 동호회가 활성화 되어 어디를 가나 카메라가방을 든 사람들을 자주보게 된다. 내카메라는 고장나면 버리는 12만원짜리다. 이것도 전자랜드에서 세일할때 산거다. 막쓰기엔 최고다.
노을전시관으로 이어지는 길과 아이들이 딴 고동
이제는 오르막길이었고 다음부터는 내리막길이다.
해안도로에 노을전시관 개관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 어둡기 전에 길을 재촉한다. 언덕을 내려오자 마자 바로 해안가에 보인다. 온천과 위락시설도 있다고 했는데 전시관만 먼저 개관을 했는지 맞은편 언덕으로는 리조트 모양의 건물은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노을전시관과 주변데크. 해가 떨어지니 카메라꼬진 것이 표시나기 시작한다.
상황설정하는 것이 있긴 한데 언제 이것저것 주무르면서 사진을 찍으랴~~
백수로 가다보면 영화 마파도촬영장이 있고 식사할 수 있는 2층건물의 동백정이 있다. 강호동이 하는 1박2일에서도 촬영했던 곳이다.
예전엔 이곳에서도 한동안 쉬었다 갔었기에 아이들이 여기서 저녁을 먹자고 한다. 지엄마한테 한소리 들은건 당연한 얘기. 아이들은 연신 궁시렁거린다. 아이들은 더 있을려고 하고 어른은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하고....
결혼이후로 야영을 한번도 안해봤다. 이것저것 챙겨서 다니는걸 안하기 때문에 몇일간 돌아다닐려면 비용도 생각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보이는데로 먹어야 하고 즐겨야 한다. 안그러면 늘상 지들끼리 뒷자석에서 궁시렁거린다.
해안도로 끝날즈음에 오른편으로는 하시리 염전이 나온다. 이곳은 지난번에 가서 고생만 했기에 포기를 한다. 영광읍내로 가다보면 왼편에는 백수읍인지 군서면인지 아무튼 사무소가 있는데 사무소 앞에 백합죽으로 유명한 맛집이 하나 있다. 중부지방 조개구이집에서 생합이라고 나오는 것이 백합인데 서해안의 이름난 맛거리중 하나다. 우리가족은 조개구이를 특히 좋아해서 때를 가리지 않고 고깃집 보다 많이 찾는다.
작년에 이곳에서 저녁으로 백합죽을 먹었는데 백합을 너무 많이 넣어주어 느끼했던 기억이 난다.
영광일정은 여기까지 입니다. 저녁엔 광어서더리탕을 먹고 내일은 강진에 가서 어디를 둘러볼지 마눌한테 물어봐야 합니다. 그래야 집안이 편안합니다.
2009년 8월 절라도 일정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