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조지아서 첫 등장… 국내선 지난해 1월 상륙… 고소득층 여성이 주고객 펫도우미 · 역할대행 등 생활 서비스가 대부분…
윤근수 기자
돈만 내면 뭐든지 살 수 있는 시대다. 각종 물품부터 다양한 서비스까지 못 구할 게 없다. 심지어 '남편'까지도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최근 성업 중인 '시급(時給)남편'이 바로 그것이다.
시급남편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2010년 11월, 옛 소련 시절 그루지아였던 조지아에서다. 당시 '1시간남편(Husband or an Hour Limited)'이라는 회사는 한 시간에 17달러(약 2만원)의 비용으로 독신여성을 위한 '시급남편'을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시급남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급남편이 한국에 상륙한 건 지난해 1월, '1시간남편'에 대한 얘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다. 당시 심부름 업체이던 A사가 시급남편으로 방향을 튼 것을 시작으로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도우미 대상으로 관련교육
시급남편 업체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벌이고 있는 걸까. 이 같은 궁금증을 안고 국내에서 영업을 업이고 있는 한 시급남편 업체에 전화를 걸어봤다.
취재임을 밝히자 해당 업체 직원 김민호(가명)씨는 선뜻 응해줬다. 거부당하리란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김씨는 "그 동안 시급남편 서비스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아 문의가 적었는데 홍보에 도움이 되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씨가 이처럼 자신 있게 취재에 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성매매 등 '은밀한 역할'을 대행해주는 불건전 서비스는 일절 금지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생활 서비스를 지향한다"며 "불법적, 비건전 대행은 일절 금하고 있으며 도우미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만에 하나 성매매 등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날 경우 도우미 자격을 박탈한다"고 덧붙였다.
김씨에 따르면 업체에선 가사도우미, 역할대행 및 데이트 메이트 서비스, 민원 대행 서비스 등 모두 8가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씨는 "서비스의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회사 홈페이지를 참조해라"고 조언했다.
이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선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집안 대청소나 수도꼭지 형광등 교체, 컴퓨터 전자제품 설치 등 여자의 손으로 하기 벅찬 일을 대신해 주는 서비스다. 역할대행 서비스는 결혼식, 동창회 등 기타 각종 모임 또는 상황에 따라 친구, 연인, 배우자 역할을 대신 해준다.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이성과 시간 데이트 또는 일일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데이트 메이트나 특정지역까지 데려다 주는 일일 개인기사도 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원서접수 및 각종 대리로 처리가 가능한 민원업무를 대신해주는 민원대행 서비스나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외출 및 귀가를 돕는 생활도우미 서비스 등도 있다.
이 외에도 업체는 애완견을 대신 돌보거나 산책시켜주는 '펫 도우미', 로또복권 대신 사주기, 물건 찾아주기, 아이 유치원 입학식 따라가 주기, 배달, 줄서기, 벌초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서도 고객이 주로 찾는 서비스는 역할대행이라고 한다. 김씨는 "주로 친구나 부모에게 소개하는 자리에 동석하기 위한 남자친구 대행이나 결손 아동의 아빠 대행 서비스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집안구조를 변경하거나 대청소를 해주는 등 가사도우미에 대한 문의도 일부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객 신원 철저히 보안
김씨에 따르면 비용은 통상 시간당 2만~3만원선. 그러나 서비스의 성격이나 난이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정확한 액수는 상담과 합의를 거쳐 결정되며 산정된 가격을 도우미가 받아들이면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어떤 여성들이 시급남편 업체를 주로 이용할까. 김씨는 "주로 고소득층의 미혼, 이혼여성이 주고객층"이라면서도 "고객 정보 보호 차원에서 더 이상 자세한 얘긴 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민호씨에 따르면 시급남편 이용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에 고객들에 대한 정보는 '철저한 비밀'에 부쳐진다. 서비스 이용 회원들의 개인정보와 상담 내용, 서비스 이용 내역 등에 대한 보안은 확실히 보장된다.
남성 도우미들의 신원도 마찬가지다. 이곳 도우미들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인성교육과정을 거쳐 등록되는데 도우미들끼리도 서로를 모를 만큼 비밀이 보장된다고 한다.
고객들 역시 도우미들의 얼굴이나 프로필에 대해서 알 수 없다. 다만 이 업체는 예약금을 입금한 고객에 한해서만 업체 홈페이지에서 남성 도우미들의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문득 은밀한 애정 서비스나 성매매를 목적으로 상담을 해오는 여성이 있지는 않을까 의문이 들었다. 김씨에 따르면 회사는 지향하는 서비스 외에 은밀한 요구를 들어달라는 여성들의 전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개인간 거래 통제 불가능
김씨는 "사랑에 굶주린 독신여성들이 성매매 등 은밀한 서비스와 관련해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시급남편이라는 말 자체가 은밀한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급남편 업체가 지금 당장은 '건전'을 표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불건전 성매매로 흐를 수 있는 우려가 있다. 특히 업체가 성매매를 강하게 금지한다 해도 개개인간에 이뤄지는 거래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걱정은 더욱 커진다.
이 같은 우려의 시각에 대해 김씨는 "우리 회사 이용객들 대부분은 건전한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며 "하늘이 두 쪽 나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영업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씨는 또 "시급남편을 바라보는 일그러진 시선이 문제"라며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