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서울대학병원 본관에 있는 테니스 코트에 서면 병원이 한 눈에 다 보인다. 11월 16일. 심하게 아프거나 조문을 하러 오던 그 병원에 비트로 팀원들이 모였다. 대한민국 수재들이 다닌다는 서울대의대 본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에게 테니스로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서다.
서울대학병원 테니스 코트는 역사가 깊다. 우리나라 최초로 지붕이 있는 코트였고 국가대표 선수들이 비가 오면 연습하던 유서 깊은 테니스장이다. 최근 주변의 상황을 보면 이미 주차장으로 바뀌었거나 빌딩이 한 채 들어설 법도 한데 금싸라기 같은 땅에 클레이 3면이 아직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짐작하건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님들이 얼마나 테니스를 사랑하는지 가늠이 되고도 남는다.
서울대의대 동아리 이름은 pnc. 파워엔 컨트롤로 본과생만 90명. 예과생 90명. 매주 수요일에 모이되 예과는 서울대관악캠퍼스에서 모인다. 이 동아리는 매 년 전국의과대학테니스 대회를 1박 2일 주최하는데 서울대코트 17면에서 예선을 거쳐 8강부터는 꼭 서울대 병원 코트에서 한다.
비트로 팀원들이 10년 전부터 재능기부를 해 왔지만 바쁜 의대생들과 일정을 맞추기는 힘들었다. 10년 만에 처음으로 의과대학생들을 만나게 주선해 주신 분은 바로 정진호 피부과 교수님이시다. 정진호 교수는 오랫동안 동아리 지도교수로 활동했다. 1년에 2회 여름 훈련과 동계합숙 기간 동안 매 년 방문하여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2년 여 코로나로 공백기가 끝나자마자 동아리지도교수배를 주최해 학생들에게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재능기부 현장을 지켜보던 정진호 교수는 “우리가 재학 중일 때는 한 학년에 10명 미만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 테니스가 의대생들 사이에 핫한 취미로 급부상했음을 알게 되었다”며 “평생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요한데 테니스만큼 좋은 운동은 없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라도 테니스는 필수적이다”고 전했다. 또 “각자 사회활동으로 바쁜 비트로 팀원들이 금쪽같은 시간을 내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레슨을 해 주니 참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본과 4학년 서혜령은 자주 본 학생이다. 전국의대 테니스 대회뿐만이 아니라 대학별 단체전때 서울대 여자 대표 선수로 취재때 마다 만났기 때문이다. 서혜령은 “공부 하는 시간 이외의 모든 시간을 테니스에 갈아 넣었다”며 “예전에 선배들로 부터 배웠던 것을 오늘 비트로 팀원들의 설명을 듣고 상기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전했다.
본과3학년 유병민은 처음 선배들로부터 배우다 제대로 해 보고 싶어 개인레슨을 받아 상당한 실력을 갖추었다. 유병민은 “공부에 지칠 때면 친구들과 함께하는 테니스로 힘을 얻어 삶의 원동력이 되었다”며 “오늘 좋은 코멘트 덕분에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연습하여 내 것으로 만들 생각이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재능기부가 성사되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수고한 박시훈 동아리 총무는 “비트로 팀원들의 지도를 받으니 더 발전하려는 의지도 생기고 자극을 받게 되었다”며 “팔로만 쳤던 포핸드를 몸을 이용하는 법을 배웠는데 생각 외로 파워도 있고 효율적인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또 “집을 지킨다는 의미는 볼이 짧을 경우 들어가 리턴 후 발리를 하지 않을 경우는 반드시 뒤로 나와 다음 볼에 대한 수비 자세를 갖추는 것것으로 처음으로 알게 된 대목이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별빛만큼이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가르쳐 주는 대로 흡수했다. 의대생이라고 살인적인 공부양에 찌든 표정을 상상했다면 그것은 완전 틀린 예단이다. 일반 대학생들처럼 밝고 맑은 웃음을 지닌 순수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미래에 대한민국의 건강지킴이가 될 의대생들의 재능기부 또한 의미 쨍쨍하게 마칠 수 있었다.
글 사진 송선순.
서울대 의과대학 동아리 재능기부 현장 동영상
https://youtu.be/psDlwIyOY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