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는 재미와 스릴 겸비한 인생의 동반자”
정재용? 한국의사테니스연맹 회장
테니스는 비아그라 같다. 의학적으로도 테니스는 유산소 운동이기 때문에 당연히 심혈관계 질환 예방에 좋다. 발기부전의 주원인은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것, 즉 동맥경화증이다. 테니스 하는 사람들 중 발기부전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한다. 연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를 지낸 최형기 박사는 “테니스 하는 분들은 정력이 강하다”고 말하곤 했다. 공감 가는 얘기다.
상계백병원의 정재용(57) 교수도 비뇨기과 전문의인 테니스 마니아다. 그는 적당한 거름과 햇볕, 수분을 공급해 테니스를 뿌리내리게 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로 9년째 전국의사테니스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연맹은 봄, 가을로 전국 의사들이 참가하는 테니스대회를 연다. 바쁜 일과에 웬만한 열정 아니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정 교수는 테니스장에만 서면 늘 즐겁다고 한다. 최근 서울시의사회가 15년 만에 한국의사테니스대회에서 우승 2연패를 거머쥐었다. 이 또한 정교수의 열정과 무관치 않다. 미치지 않으면 이룰 일이 없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다.
정 교수는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여과시간의 대부분을 테니스장에서 보냈다. 다른 친구들이 데이트에 바쁜 동안 그는 테니스에 푹 빠져 지냈다. 테니스 입문 4개월 만에 서울대총장배테니스대회 C조 결승까지 올라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인간 백보드’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끈질기게 버텼다. 이후 30년이 넘는 동안 테니스는 인생의 동반자였다. 늘 흥얼거리며 듣는 팝송과 같았다. 지금도 여전히 일주일에 서너 번은 반드시 테니스를 한다.
정교수는 유머감각이 풍부하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웃음보따리를 준비해 놓고 있다. 대박을 터뜨릴만한 유머를 많이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한다. 일노일노(一怒一老) 일소일소(一笑一少). 즐거운 유머는 건강에 보약임을 강조하는 정 교수의 테니스 인생에 대해 들어본다.
-테니스가 왜 그렇게 좋은가?
=테니스는 배우기는 힘들어도 일단 게임을 할 정도만 되면 재미와 스릴이 있는 운동이다. 공이 라켓 거트에 닿는 순간의 손맛은 낚시꾼들이 말하는 손맛과 비슷한 것 아닐까. 낚시꾼들은 한 시간에 고작 열 번 정도 느끼는 손맛을 우리는 1~2초 마다 느낄 수 있으니 그 짜릿함으로 말하면 비교할 수 없다. 잘 아시다시피 치는 맛, 목욕 후 한 잔을 각각 타락, 욕락, 음락 즉 ‘테니스의 3락’이라고 한다. 이 즐거움은 테니스 하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테니스로 알게 된 사람들이 내 인생을 더욱 다양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팁까지 있다.
-의사에게 테니스는 권할만한 운동인가?
=테니스는 의사들에게 최적의 운동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땀을 흘릴 수 있고,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는 장점이다. 다만 한가지 고려사항은 어느 정도 운동신경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테니스가 재미 있지만 쉽지 않은 게임이라 운동감각 없는 사람이 잘못 선택하면 오히려 몇 십 년을 코트에서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다.
-테니스 잘하기 위해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기본기를 충실히 익혀야 하지만 테니스는 멘탈 게임다. 승부보다 게임을 즐기는 ‘Just enjoy tennis’ 마인드가 필요하다. 또한 고수들이 많은 테니스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 단기간에 기량을 올리는 지름길이다. 이때 모임에서 자주 밥을 사든지, 코트에서 열심히 라인을 긋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테니스에 몰입하는 동안 가족관계는?
=테니스를 통해 얻은 귀한 선물 중 하나가 아들과의 관계다. 아들과 친구처럼 소통이 잘 되는 부자지간이 되었다. 중학교 때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던 아들은 테니스 덕분에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냈다. 실력이 늘어 작년에는 전국동호인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자랑스럽다. 아쉬운 것은 테니스를 하던 아내가 무릎 부상으로 더 이상 테니스를 못 하게 된 것. 그 이후 아내는 주말과부 한탄이 늘어 몇 차례 위기도 있었다.
-테니스 동호인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테니스는 중독성이 있어서 이를 경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항상 가정과 직장이 우선이고 그 다음에 테니스로 순위를 정해야 한다. 주변에 테니스에 올인 해서 다니던 직장이나 사업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봤다. 또 한 가지, 테니스도 골프처럼 시간을 지켜주었으면 한다. 골프 약속은 목숨 걸고 지키지만 테니스는 그렇지 못하다. 또 테니스에서 라인시비와 풋볼트는 고쳐야 될 숙제이다.
-앞으로의 꿈은?
=테니스로 해보고 싶은 것은 대부분 다 이뤘다. 전국동호인대회 우승은 관심 없다. 나이 들수록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운동하고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이 꿈이다. 언젠가 가족들과 윔블던 경기를 관전하고 싶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지금 손자가 둘인데, 손자들과 같이 테니스 게임을 하고 싶다.
정 교수는 “한 번 지나가는 인생 길,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길에서 남 눈치 보지 말고 남에게 해 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은 일을 과감하게 하고 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빈 손으로 와 빈 손으로 돌아가니, 가능한 한 남을 위해 봉사하고 배려하는 것이 죽을 때 마음이 편하지 않겠는냐는 얘기가 긴 여운을 남긴다.
글 사진 송선순기자
영국의 윔블던이 열리는 메인코트, 비둘기가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