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속을 빨던 날
이승영
이효석 생가로 문학 기행을 갔다 오면서 베개 속으로 좋다하여 산 메밀껍질. 너무 오래 쓰고 있는 듯해 버릴까하다 빨기로 했다. 베개 호창이 오래 되어 터질 염려가 있어 망에 넣고 빨려고 망을 찾으니 어디다 두었는지 망이 보이지 않는다. 베개 호창 안에 메밀껍질을 넣고 그대로 빤다하여 베개 속이 설마 터질까 싶어 빨래와 함께 세탁기에 넣었다.
세탁기가 다 돌아 간듯하여 빨래를 널려고 세탁기를 여는 순간 나는 놀라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염려한 대로 베개 호창이 터져 메밀껍질이 온 빨래에 너저분하게 붙어 엉망이었다.
어쩌면 좋은가. 그 많은 빨래 버릴 수도 없고….
출근시간은 가까워지는데 손 쓸 틈이 없었다. 우선 큰 다라에 꺼내놓고 출근을 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그 빨래들을 보고 있으려니 암담했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망을 찾아 넣고 빨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을….
메밀껍질이 붙어 엉망이 된 빨래들을 버릴까도 생각했지만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그리하여 일을 마치고 퇴근하자말자 빨래를 하나씩 하나씩 털고 누런 넓은 테이프로 옷에 붙은 남은 메밀껍질들을 꾹꾹 눌러 제거해 갔다. 이틀을 꼬박 빨래에 묻은 메밀껍질을 떼어내고 다시 빨래를 하려니 세탁기 속이 또한 메밀껍질로 바닥에 소복 쌓여 엉망이다.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그것을 제거할 것을 생각하니 참담했다. 우두커니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메밀껍질을 모두 걷어내고 넓은 테이프로 나머지 메밀껍질을 깨끗이 제거하고 나니 한숨이 다 나올 정도였다. 빨래를 할 수 있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입은 옷이며 수건들 참으로 정이 들었기에 버릴 수 없었다. 그리하여 세탁기 안의 메밀껍질들을 모두 제거한 후 엉망이 된 빨래들을 다시 세탁기에 넣고 빨래를 하니 예전처럼 깨끗해 졌다.
그들은 자신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다시 제자리에 안착하여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 나를 보고 빙긋이 웃으며 반가워하는 눈치다. 정이 들어 함께 친숙하게 지낸 지난날을 생각하며 우리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듯 고맙다고 인사하고 있는 듯하다.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다가와 안기어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피우며 행복해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좋은 옷은 아니나 즐겨 입는 옷을 다시 입게 되어 좋았고 쓰던 수건들 다시 쓸 수 있어 좋았다.
이틀 동안 빨래에 엉망으로 붙은 메밀껍질을 제거하기까지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들이 내 품에 안기어 예전처럼 입고 쓰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우리 삶도 그렇다. 우리가 살면서 실수로 문제를 만들어 갈 때가 있다. 그 문제들을 자신도 모르게 저질러 놓고 걱정만 하고 있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모색한다면 아무리 해결하기 힘든 것도 해결책이 있으리라 본다. 인간이 만든 문제 속에는 반드시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해결 방법이 있으리라 본다.
베개 속이 터져 빨래가 메밀껍질로 엉망이 되어 제거하고 있으려니 2년 전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건이 생각이 났다. 기름 떼로 얼룩진 바닷가. 태안반도 사람들의 생계를 앗아갔다. 태안반도 사람들은 기름유출 사건으로 자신들의 생계가 어려워지자 눈시울을 적셔야 했다.
우리민족은 유사시에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하나로 뭉치는 단합 정신이 있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사건으로 태안반도 주민들이 울먹일 때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랑의 손길이 태안반도 기름 떼 제거 작업에 줄을 이었다. 수많은 봉사단체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름 떼 제거 작업에 너 나 없이 자기 일처럼 나섰다. 기름으로 얼룩진 돌을 깨끗이 닦아내고 돌을 끓는 물에 넣어 기름 떼를 제거하는 작업은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로인해 바다는 서서히 제자리로 잡아갔다.
신사임당백일장 출신들의 모임인 시문회원인 나도 대한주부클럽 소속으로 2008년 2월 12일 개목항(의왕리)으로 기름 떼 제거 작업에 동참했다. 우리나라 사람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봉사단체들조차 우리나라 사람과 더불어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 봉사 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중식을 제공하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좋았다. 몸을 아끼지 않고 추위를 견뎌가며 기름제거 작업에 동참한 숫한 사람들의 모습은 사랑의 마음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었다.
우리가 좀 더 신경을 쓰고 임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베개 속이 터져 메밀껍질이 온 빨래에 엉겨 붙은 일도 내가 좀 더 신경을 쓰고 세탁을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옷에 엉망으로 붙은 메밀껍질을 보기만하고 고민했다면 빨래를 다 버렸을 것이다. 메밀껍질이 쌓인 그대로 세탁기도 방치 해 두었다면 세탁기를 제대로 사용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정리하고 빨래를 다한 것을 건조기에 널고 나니 내 마음은 평온해 졌다. 내 할 일을 다 했다는 의무감에 흐뭇하기조차 했다.
첫댓글 좋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어려운 일을 많이 당하며 삽니다.
문제가 생기고 어려운 일을 당할 때 걱정하고 고민만 한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우리가 놓지고 살 때가 많습니다.
이승영님의 글을 보면서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주님의 은총과 축복 속에 건강하길 기원하며 늘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며 살아 갈 것입니다. 댓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ㅣ
우연히 들렸다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우리민족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다 잘 될 것입니다.
보릿고개로 연명하던 그 옛날을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행복한 우리나라 대~한민국 입니다.나 자신은 좀 어렵더라도 국가와 민족을 사랑 합시다.그것이 일등국민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이오나 요즈음은 예전 만큼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 적은 것 같습니다. 돈을 좆아 살아가는 세상 양심을 파는 것도 꺼림낌 없는 세상이오나 그래도 나라를 사랑하며 양심을 지키며 성실하게 사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 나라는 잘 지탱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려움에 처 할 때 사랑으로 하나되어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하는 민족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