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할 수밖에 없는 여성 대통령
계사년 일 년은 우리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그리고 유일하게 여성 대통령을 모시고 지내게 된 흥분되고 긴장된 해였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지정학적으로 외침이 심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한반도의 대통령이 된 것이다.
대선 마직막회 12월에 들어 3번에 걸쳐 초청 대선 후보자 TV 토론회가 있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박 후보는 토론에서 밀리는 게 아닌가 하고 시청자를 긴장하게 했다. 통진당의 이정희 후보가 “나는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라고 말하며 박 후보의 약점을 씹어댔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표결과는 108만여 표 (51.6% 대 48%) 차로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통진당의 이 후보가 보수 세력을 결집한 효녀 역할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 초 2월 박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면서 필자는 세계의 피겨여왕 김연아가 아이스링크에 오른 때처럼 조마조마하였다. 과연 이번에도 트리플 점프를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고 우승할 수 있을까 하고 손에 땀을 쥐던 때처럼. 그러나 우리의 여성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 미국 방문에서 미‧상하원 합동 연설 때 유창한 영어로 여러 번 기립박수까지 받았을 뿐 아니라 연이은 한중 정상회담, 인도네시아 APEC 정상회의 등에서 모두 통역 없이 연설하며 부끄럽지 않게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고 돌아왔다. 그러나 여성을 뽑은 게 실수가 아니고 자랑스러운 일이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문화일보는 박근혜 정책 중 외교 정책을 가장 잘한 것으로 보도하였다(27.9%). 그러나 그분이 가장 못 한 것으로는 인사정책(1.1%)을 들었다. 이는 성추행 사건으로 국제적 망신을 불러온 윤 대변인을 필두로 ‘나 홀로 수첩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의 실책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노령자 가족연금 공약 수정,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 이산가족 상봉 무산 등이다. 급기야는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은 불법 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미사’까지 드리게 되었다.
이 여론에 밀려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으나, 현재도 50~60%로 임기 일 년째 3, 4분기 전임 대통령(노무현 22~29, 이명박 24~32)에 비하면 월등하게 높은 편이다. 필자는 이런 지지율과는 상관없이 일단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대선에 패배한 자라도 그를 축하하고 그에게 힘을 모아주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의 국가 구성원이 취할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한 나라의 상징인 대통령을 비하해서 사퇴를 요구하거나 대표성에 손상을 입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도를 자기 나라라고 주장하는 일본과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는 중국과 ‘청와대 불바다’ 설로 위협하는 북한에 맞서야 할 이 나라 대통령을 우리 국민이 타도하여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통령으로 매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모처럼 세운 여성 대통령이 이렇게 상처뿐인 영광을 안고 몰락해서야 되겠는가? 물론 그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많다. ‘자기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너무 오만방자하다. 자기의 판단이 맞으니 원칙과 정직에 충실하겠다고 대화와 소통 없는 ‘불통’을 고집한다. 전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에 젖은 사람들을 등에 업고 옛 유신의 흉내를 내려 한다,’면 그러기에 더욱 기도해야 한다. 아이스링크에 국제 선수를 올려놓는 심정으로 순간순간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며 기도해야 한다.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6‧25의 폐허와 IMF를 극복하고 일어선 이 나라의 장래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201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