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을 지나며/ 이말라
바람도 만나지 못한
사랑이 있습니다
늘 그립던 스무 살 회오리도
떡잎이 되고
썩어서 영원히 사는
낙엽의 적멸음
가슴에 켜 놓은
빨간 등을 끄겠습니다
내가 네게
네가 나에게
오갈 수 없는 아픈 자각
밟기도 서러운 햇살에
어깨를 말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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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 무렵/ 전연희
떠받친 푸른 하늘 이제 내려 놓으렵니다
햇볕에 그을린 나무 지친 팔뚝 힘을 풀고
잘 익은 열매 몇 알만 계절 위에 남깁니다
들풀 절로 여위는 바람 끝에 나도 서서
바구니에 채울 열매 떨어낼 잎 가늠하며
선명한 회초리 자국 귓볼 위에 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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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강/ 정희경
벌릴 대로 벌려버린 입술을 오므리면
갈무리한 배추밭 바람길이 푸르다
하늘도 들어와 앉아
살 오르는 가을 안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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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절雨水節/ 박옥위
스님 뵈러 가는 길 조팝나무 가지 끝에
새 울음이 매달렸다 종알종알 좁쌀 눈
봄 입김 따스하다고 분홍웃음 물고 있다
퐁 하고 떨어지는 고드름 끝 물방울이
떨어지다 맺힌 아픔을 딸꾹하고 멈추는데
풀잎에 총총 앉은 이슬, 눈빛 초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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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부산시조 작품상 수상작
낙동강/ 박홍재
고당봉 정수리를 멀찌감치 바라보며
김해들 넓은 터를 무람무람 쟁이면서
꼬리를 살랑거리며 바다 끝을 잡고 있다
골마다 피는 안개 다독여서 품은 소식
품었다 감으면서 힐끗힐끗 돌아보다
산줄기 너울 능선에 풀어 놓은 너스레
꽃대를 올려놓고 뭇 생명 불러 모아
허기진 젖은 가슴 등을 쓸어 다독이며
어깨를 들썩이면서 신명 풀며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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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박권숙
가장 긴 밤을 지샌
붉은 해를 담은 팥죽
동천을 열고 오르는
첫 노을이 끓습니다
한 그릇
부활한 해가
집안 곳곳 켜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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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항/ 이정재
멸치삼자 어서야
멸치삼자 어서야
노랫가락 장단에
갈매기도 신난다
어부들 까만 얼굴에
햇살도 뛰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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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과수원/ 부산 사직초등학교 편
혼자 공부/ 3학년 조윤희
모르는 문제들은 답지가 풀어줘요
언제나 도와주니 좋은 친구 고마운 친구
어머니 똑똑하셔도 나도 많이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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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함께 가는 길
아름다운 우리시조 부산시조 제46호/ 부산시조시인협회/ 2019(하반기호)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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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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