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인치 혼 실종사건

[주상]

[Main Speaker] Avantgarde Acoustic / Duo G2

하이파이클럽  2014년 9월

27인치 혼 실종사건

글: 김관명

사람 편견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예를 들어 진공관 앰프는 반응이 느린 대신 온기가 있을 것이다, 무겁고 방열판이 많은 파워앰프는 출력이 높고 구동력이 좋을 것이다, 스피커 배플이 좁으면 음의 회절이 적을 것이다, 밀폐형 스피커는 앰프 밥을 꽤 많이 먹어야 할 것이다, 금속재질의 콘에서는 차가운 음색과 빠른 제어력을 기대할 수 있다 등등 말이죠. 혼 스피커도 예외는 아닙니다. 거대한 혼은 감도는 높고 펀치감은 셀 것지만 분명 혼 재질에 따라 착색이 있고 섬세함도 떨어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사실 지난해 들어본 한 혼 스피커는 혼 재질이 나무였는데 역시나 편견이 맞았습니다. 남들은 소리 좋다고 그러는데, 제 귀에는 이 스피커가 또다른 목관악기처럼 울리는 것 같아 듣기에 몹시 불편했습니다. 

적나라하고 스타일리시한 혼의 모양으로 유명한 독일 아방가르드 듀오 G2를 들어봤습니다. 가격대도 그렇지만, 무려 27인치에 달하는 아름답고 거대한 혼의 자태에서 평정심을 잃고 맙니다. 

청음환경은 이랬습니다. 

①소스기 = 맥북프로(오디르바나 플러스+아이튠즈)

②DAC = 브리카스티 M1 DAC

③USB&DC 전원장치 = BOP L12

④DAC 받침대 = 시너지스틱 Tranquility Base

⑤프리앰프 = 메타뮤직사운드 플래티넘 T1, 아방가르드 XA Preamplifier

⑥파워앰프 = 아방가르드 XA Power amplifier

⑦스피커 = 아방가르드 DUO G2

프리앰프는 증폭관으로 5687을 쓰는 메타뮤직사운드의 플래티넘 T1(밸런스, 언밸런스 버전 2종)과 아방가르드 XA 프리앰프, 파워앰프는 7W까지 클래스A 방식으로 구동되는 출력 150W짜리 아방가르드 XA 파워앰프를 물렸습니다.  

외관과 스펙

듀오는 아방가르드 스피커 라인업 중 밑에서 서열 3위입니다. 밑에서부터 우노, 우노 피노, 듀오, 듀오 오메가, 듀오 그로소, 듀오 메조, 듀오 프리모, 트리오, 트리오 클라시코 순입니다. G2 버전은 2009년 뮌헨 오디오쇼에서 첫 선을 보인 업그레이드 모델입니다. 아방가르드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더 성숙해지고 사실적인 무대감을 선사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분리돼 있던 트위터부가 서브우퍼 인클로저에 통합되고,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레벨링 스파이크가 지지대에 달린 것이 외관상에서 두드러지는 G2의 차이입니다. 

듀오 G2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혼입니다. 2개가 달렸는데, 위에 것은 미드레인지 유닛으로 직경 27인치 스페리컬 혼이고, 아래 별도로 마련된 서브우퍼 통 앞에 나온 것은 트위터 유닛으로 직경 7인치 혼입니다. 혼 재질은 ABS합성수지. 11가지 색상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동생격인 우노 시리즈가 20인치 혼(+5인치 드라이버) 미드레인지 주파수응답 하한이 290Hz인데 비해, 듀오 G2는 170Hz까지 더 떨어뜨렸습니다. 이 27인치 혼 내부에는 ‘M2’라고 이름붙여진 돔 타입 드라이버가 달렸는데 JBL이 즐겨 사용하는 컴프레서 드라이버가 아니라 7인치짜리 다이렉트 라디에이터 타입인 것이 특이합니다. 컴프레서 드라이버가 자칫 거친 음을 낼 수 있어 이렇게 바꾼 게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7인치 고역부 혼 안쪽에는 1인치짜리 ‘H2’ 트위터가 달렸습니다. 고역대 주파수응답 상한은 우노와 마찬가지로 20kHz입니다.  

 

저역대를 담당하는 서브우퍼가 액티브로 구동되는 것은 아방가르드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즉, 인클로저 안에 숨겨진 10인치짜리 드라이버 2발을 각각 250W짜리 내장앰프로 울리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파워앰프(인티앰프)에서 나온 스피커 케이블은 위쪽 미드레인지 유닛의 인풋단자에 연결하고, 이와 트위터/서브우퍼 인풋단자는 점퍼케이블로 연결하게 됩니다. 이 서브우퍼 유닛의 주파수응답 범위는 우노와 똑같은 18~350Hz. 이렇게 해서 이 듀오 G2의 전체 감도는 역시나 거대 혼형 스타일답게 104dB까지 올라갔고, 권장 앰프출력도(어차피 미드레인지와 트위터만 커버하면 되니까) 10W 이상이면 된다고 자신만만해 합니다. 높이는 160cm, 무게는 79kg입니다. 

청음

다 아시겠지만, 혼 스피커는 원래 낮은 출력의 앰프에 물려서라도 넓고 소란스러운 극장에서 충분한 음량을 내야 했습니다. 저출력 앰프 시대가 빚어낸 타협의 산물이자 고육지책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탄생배경은 배고팠던 시절의 이야기이고 아방가르드 쯤 되면 최첨단 돔 혹은 리본 트위터 + 콘 우퍼, 아니면 베이스리플렉스형이나 밀폐형 인클로저는 빚어낼 수 없는 영역에 도전한다는 의욕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혼이라는 세계의 끝까지 어디 한번 가보겠다는 그런 고집 말입니다. 

대역밸런스

설레는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봅니다. 무엇보다 27인치 미드레인지 혼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올지 무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보컬곡부터 골랐습니다. 제니퍼 원스의 ‘The Hunter’(1992 Private Music) 앨범입니다. ‘Somewhere Somebody’에서는 남녀 보컬 차이가 확연하고, ‘Rock You Gently’에서는 제니퍼 원스의 목소리에서 물기가 좔좔 흐릅니다. 음의 가닥수도 무지 많습니다. ‘Way Down’까지 들어보니 우려했던 빅마우스 현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프리앰프의 성능이 워낙 좋은 덕도 봤겠지만 보컬 음색의 재현은 그야말로 상급입니다. 

캐롤 키드의 ‘All My Tomorrows’(1985 Linn 24비트 192kHz)의 ‘When I Dream’에서는 혼이 아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만큼 캐롤 키드의 목소리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감칠맛 나게 들렸습니다. 청음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보컬의 갑’.  

저역대와의 밸런스는 남성중창단 녹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로스 산토 도밍고 베네딕트 수도원 합창단이 불러 1973년 녹음된 ‘그레고리안 성가’(1993 EMI) 앨범입니다. 이들이 들려주는 두터우면서도 따사로운 중저역이 청음실을 꽉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이럴 때 ‘실키’(silky)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겠죠. 성당의 반사음까지 들리는 듯해 현장감은 그야말로 환상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도 몇 곡 들었습니다. 먼저 샤를 뮌슈가 지휘하고 보스톤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생상스의 오르간 교향곡(1959 RCA)입니다. 비현실적인 혼의 자태 때문인지 마치 엄숙한 교회 현장에서 듣는 그런 분위기입니다. 또한 청음시 제 귀 높이가 듀오 G2의 미드레인지 혼보다 낮은 위치였는데도 오케스트라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입니다. 오르간으로 대표되는 저역이 워낙 밑에 착 깔린 덕이겠죠. 왜 아방가르드가 서브우퍼를 액티브로 구동하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아방가르드가 핀포인트로 즐기는 스피커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페터 막 지휘,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의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교향곡(1960 Decca)에서는 스피커의 다이나믹스가 이 정도는 돼야 하는구나, 무릎을 쳤습니다. 작고 미세한 소리에서는 적막감 때문에 오히려 배가 부른 느낌이고, 트럼펫이 박력있게 주제선율을 연주하는 대목에서는 통쾌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앰프로 구동되는 서브우퍼의 기본체력이 뛰어나 허둥지둥대는 느낌이 없습니다. 투티 부분에서도 전혀 소란스럽지가 않습니다. 이슈트반 케르테츠 지휘, 빈필 연주의 ‘신세계 교향곡’(1961 Decca)에서는 온 몸을 향해 쏟아져나오는 섬세하고 장쾌한 다이나믹스에 모골이 송연해졌습니다. 

사운드스테이징/투명도

2개의 스피커가 이뤄내는 매직, 사운드스테이징을 언급안할 수가 없습니다. 멘델스존의 스코틀랜드 교향곡을 틀자, 넓직한 무대가 확 펼쳐집니다. 마주보는 청음실 벽면 뒷편으로 무대가 뚫고 나갑니다. 여지 없습니다. 녹음장소가 바로 그 유명한 런던 킹스웨이홀입니다. 그 곳에 내가 있습니다. 이 맛에 오디오를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콘서트홀 객석으로 치면, 중간보다 약간 앞에 앉아서 무대를 보는 느낌입니다. 

에이비슨 앙상블이 연주한 비발디의 ‘사계’(2009 Linn 24비트 192kHz)나 두네딘 콘소트가 연주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2012 Linn 24비트 192kHz)에서는 화사한 음 하나하나가 스튜디오에 옹기종기 모여 선명하고 활기있게 그리고 또렷하게 들립니다. 무대는 아까 스코틀랜드 교향곡 때보다 훨씬 작아졌지만 무대의 입체감은 더 도드라졌습니다. 서브우퍼의 배음 재생능력이 출중해서 그런지, 웅장하면서도 음 가닥들이 정리정돈이 잘 된 그런 느낌입니다. 

음색

사실, 개인적으로 듀오 G2를 들어보며 작정하고 체크하려 했던 것은 이 스피커가 각 악기의 음색을 얼마나 잘 살려주는지 여부였습니다. 혹시, 혼 크기와 재질로 인해 교묘한 착색이 끼어들지는 않을지 우려가 컸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트 블레이키의 1954년 버드랜드 실황 녹음인 ‘Split Kick’을 들으며 이런 우려는 단박에 사라졌습니다. 9분45초짜리 이 트랙에서 트럼펫(클리포드 브라운), 알토 색소폰(루 도날드슨), 피아노(호레이스 실버), 드럼(아트 블레이키), 베이스(컬리 러셀)는 그야말로 ‘음색의 향연’을 펼쳤습니다. 옛 녹음에다 마이크 위치가 잘못된 탓인지 무대는 가운데로 뭉쳐있지만, 각 악기의 질감은 생생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자유분방하게 불어제끼는 트럼펫 사운드는 귀에 착착 감겼고, 색소폰은 보드랍되 어른스러운 악기 특유의 텍스처를 잘 내보였으며, 피아노는 재즈 특유의 업비트 리듬감을 선사하며 신명나는 임프로비제이션을 선사했습니다. 압권은 역시 아트 블레이키의 드럼 솔로입니다. 그가 신나서 두들겨대는 드럼이 실물크기로 나타나는데 아주 환장할 뻔했습니다. 듀오 G2가 간만에 저를 재즈클럽에 데려다줬습니다. 

자주 듣는 박주원의 기타앨범 ‘캡틴’(2013)에서 ‘승리의 티키타카’를 골랐습니다.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그가 이번 앨범을 위해 손가락 힘을 키웠구나 싶을 정도로 강력하게 그어대는 6현 기타줄로부터 음들이 마구마구 튀어나옵니다. 기타줄이 아마 몇 번 끊어졌을 겁니다. 스피드와 파워, 어디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하지만 나긋나긋한 대목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영롱한 기타 사운드를 들려줍니다. 피레스, 뒤메이, 지안왕의 브람스 피아노 3중주 1번(1996 DG)에서도 각 악기 자체를 담대하게 그리고 술술 뿌려주는 듀오 G2의 실력이 상급입니다. 특히 피아노에서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일종의 격조까지 느껴집니다.  에밀리 바커의 ‘Dear River’(2013 Linn 24비트 96kHz)는 MSG가 전혀 없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가 저쪽에서 이쪽으로 ‘그냥’ 들립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그녀가 직접 노래를 불러줍니다. 이미 오디오의 존재는 사라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방가르드 듀오 G2를 리스닝룸에 들여놓으신다면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이 값비싸고 아방가르드한 27인치 혼이 언제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니까요. 

Specification
Frequency range	Satellite - 170 - 20,000 Hz Subwoofer - 18 - 350 Hz
Power Handling	100 Watt
Efficiency (1Watt/1m)	> 104 dB
Crossover Frequencies	170/2,000 Hz
Nominal Impedance	8 Ohm
Recommended Amplifier Power	> 10 Watt
Recommended Room Size	> 20 sqm
Horn Type	Spherical Horn
Horn Material	ABS Inj. Molding
Horn Surface	Polished/Lacquered
Horn Dispersion Angle	180 Degrees
Horn Area	Low-Mid Range n/a   Mid Range 0.353 sqm   High Range 0.025 sqm
Horn Diameter	Low-Mid Range n/a   Mid Range 670 mm   High Range 180 mm
Horn Length	Low-Mid Range n/a   Mid Range 370 mm   High Range 85 mm
HORN DRIVERS Diameter	Low-Mid Range n/a   Mid Range 170 mm   High Range 25 mm
HORN DRIVERS Magnet Material	Low-Mid Range n/a   Mid Range Ferrite   High Range Ferrite
Amplifier Power (RMS)	250 Watt
Power Reserve Capacity	60,000 ?F
Toroidal Transformer	330 VA
Active Crossover	Variable 60 - 350 Hz
Subsonic Filter, 3 Steps	20 / 30 / 40 Hz
Driver Diameter	250 mm
Drivers per Bass Module	2
Magnet Material	Neodymium
Dimensions	Width 670 mm   Depth 600 mm   Height (+/- 15 mm) 1,595 mm
Weight	Satellite (p/piece) 79 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