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둘째주 운영 주간입니다.
지난 화요일 이동장터 차량 정기점을 위해 차량 내부 모든 물건을 빼고 정리 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차안에 청소도 다시하고, 물건들도 다시 재정비를 하였습니다.
9시 15분, 신흥마을
출발하기전 생각합니다.
"나는 좋은 에너지를 줘야하는 사람입니다."
"저를 만나는 어르신들이 저를 보고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힘들고 어려운 감정이 내 안에 담겨있다면,
장사하는 과정에서도 대화속에 안좋은 기운이 담겨져 있을 것입니다.
신흥마을 초입 들어가는 길, 주 고객 어르신 한분이 외출하는 모습을 봅니다.
'오늘 매출은 줄겠구나.' 하지만, 조심히 다녀오시라고 인사드리며, 기다려봅니다.
마을에는 점빵차 방송만 들립니다. 인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바쁜가 싶다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9시 30분 연천마을
새우젓 주문을 해주신 어르신께 새우젓 갖다드리러갑니다.
지난 김장때보다 가격이 13,000원이나 올랐습니다. 비싸진 물건가에 배달하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쩌겠어, 내가 갖다 달라했으니 사야지, 때깔은 좋아보이는구만"
별 말씀안해주시고 물건 사주시는 어르신 감사합니다.
10시 50분, 팔음마을
묘량면에서 가장 끝에 있는 마을입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어르신, 아니 안계실수도 있는 지역주민들.
나가는 길 어르신 댁 한 번 살펴봅니다.
어르신 반갑게 지팡이 짚고 나오시며 웃으십니다.
"우유 2개랑, 요구르트 드릴까요~?"
"응~~ 여까정 왔으니 갈아줘야지"
만날 때마다 말씀해주십니다. 제일 외곽에 있기도해서 묘량면에서 가장 신경써야하면서도 가장 외면 받고 있는 마을이기도 합니다.
그런 어르신 점빵차 올때마다 우유 2개, 요구르트 3줄 사주시니 감사합니다.
원래 이것도 우유 2개, 요구르트 4줄에 만원 딱 맞았는데, 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요구르트가 1줄이 줄어 아쉽습니다.
11시, 산포마을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멀리서 오시는 어르신.
"아니 어찌 소리가 이리 안들린담. 연암리 갈 때 잠깐 들렸던것같은데, 여서 안들리네."
부랴부랴 오셨습니다.
집에서 회관까지 걸어올려면 족히 15분은 걸어야하는거리.
본인 드실 짜파게티 2봉지와 회관에 어르신들하고 함께 드실 율무차 샀는데 계산이 어르신이 생각했던것보다 더 나왔습니다.
다시 집으로도 가야하지만, 다음번에 받는것으로 하고 넘어갑니다.
'외상' 은 그러라고 있는거니 말이지요. 그 덕에 어르신은 회관에 율무차를 바로 대접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13시 30분, 청산마을
청산마을 어르신 댁, 이동보행기에 큰 나무 여러개를 갖고 가셔서 어디가시나 싶었습니다.
"애덜 줄려고 소 한 마리 고았어, 와서 먹고가 언넝 와"
아궁이에 하루 넘게 계속 고으셨다는 어르신, 아궁이에서는 수증기로 물방울이 뚝뚝 떨어집니다.
"내가 생강, 마늘 하고 좋은것덜 많이 넣었으니 어서 먹고가"
"밥하고 김치도 같이 먹게나"
장사하는 사람 붙잡고 밥 한끼 더 챙겨주고 싶으셨나봅니다.
시간이 안되서 밥까진 어려웠지만 ,어르신께서 주신 사골 한 그릇 마십니다.
국물이 아주 진국입니다. 덕분에 오후 장사 힘내서 더 할 수 있겠다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14시 30분, 초포마을
어르신 한분께서 목욕권을 주시며 두부랑 콩나물 바꿀수있냐고 하십니다.
당장 현금이 없으셨나봅니다. 읍에서는 이걸 받고 물건으로 교환하는대도 더럿있었나봅니다.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어르신도 난감해하셨습니다.
생계가 어려워지신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여쭤보니, 받아도 쓸수가 없어 바꾸려고 한다고 하십니다.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지만, 어르신이 계신 댁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의 거리를 생각해보면 이 이용권의 의미가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시골은 어떤 서비스를 준다고해도 기본전제를 생각해야하는 것이 이동권입니다.
이동권이 매우 어려운 시골에서는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준다해도 그림의 떡입니다.
15시 30분 신천리
요즘 신천리 회관에 어르신들이 많이 모이십니다. 다시 문을 열고 회관 이용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식사도 함께하시고 함께 모여 노시니 보기 좋습니다.
어르신들 놀이에 빠질수 없는 고스톱, 박봉순 어르신 많이 따셨나봅니다.
따신 돈으로 우유 1개 값 쥐어주십니다.
"우리집 알지? 집안에 넣어 놓고가~"
어르신께 받고 집안에 두고갑니다.
집안 살피다보니 있던 고양이 사료
어르신께서 늘 가까이했던 '나비'가 최근에 사라져서 근심이 가득하셨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르신 마음에 위안을 주던 녀석인데, 어디로갔을지...
사료 볼 때마다 생각나시는것은 아닌지 괜시리 걱정이 듭니다.
오늘 하루도 이동장터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많은 매출이 있진 않았지만,
오늘도 어르신들 덕분에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늘 반갑게 맞아주시는 어르신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