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挽友人二首
(만우인이수)
《벗을 추모하며》2수
孝子桓桓氣食牛(효자환환 기식우)
蒲庭詩禮更何求(포정시례 경하구)
分付田園無一事(분부전원 무일사)
吾林淸福盡公酬(오림청복 진공수)
위풍당당했던 효자는 소를 삼킬만한 기상이요
시와 예가 있었던 부들정원은 하물며 무엇을 더 바랬으랴?
베풂에 맡긴 전원은 아무런 일이 없었으니
유림의 청한한 복은 숨김없이 갚음에 전력했네.
*고인께서는 생전에 효자였고 큰 기상을 타고난 사람으로 욕심 없이 전원생활을 하면서 시를 사랑하고 학문을 좋아하였으며 연마한 지식을 후학들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을 낙으로 삼고 한가하고 청빈하게 살았음을 묘사하였음.
公有濂閩性理書(공유염민 성리서)
先來許我誦看徐(선래허아 송간서)
聊知白石山房後(요지백석 산방후)
幾度仁人公擇如(기도인인 공택여)
공(公)께서 남긴 염계와 민중의 성리학 문장은
미래를 선도함에 승낙하여 모두가 암송하고 헤아려
부족하나마 뒤늦게 백석산방을 알 수 있다면
몇 번째의 현자로 그대를 마땅히 선택할 것인가?
*원문1연에서 염민(濂閩)은 호남성 염계에 살던 ‘주돈이’와 복건성 민중에 살던 ‘주희’를 지칭함.
*3연에서 백석산방(白石山房)이란 직역하면 ‘깨끗하고 하얀 청석으로 된 산중의 방’이란 뜻으로 고결한 성품을 지닌 채 자유롭게 생활하는 선비의 산중의 거처를 말함.
【54】次高孝子追慕韻
(차고효자추모운)
高孝子江東郡人也後孫來請詩文甚力其誠亦勤申也其事蹟高氏居憂之日日常省墓天雨大江阻路孝子大聲痛哭於江上水爲之斷流人謂孝感所致云
고효자강동군인야후손래청시문심력기성역근신야기사적고씨거우지일일상성묘천우대강조로효자대성통곡어강상수위지단류인위효감소치운
고(高) 효자는 강동군(강동 고을)사람이다. 그 후손이 시문(詩文)을 청하기에 심력을 기울이며 그것에 정성과 애를 썼다. 그 사적(그 일의 자취)은 고 씨의 상제일(삼년상 기간)이라 일상적인 성묘인데 하늘에 비가 내려 큰 강에 길이 막히자 효자가 강의 상류에서 대성통곡하니 물의 흐름이 중단되었다는 것인데 사람들은 이르기를 “하늘과 사람이 모두 감동하는 ‘효감’에 도달한 것이라고” 이러쿵저러쿵 말했다.
*옛날에는 3년상 기간에는 상주가 15일마다 산소를 방문하여 성묘를 하였음.
天斷波江感應眞(천단파강 감응진)
至今稱述關西人(지금칭술 관서인)
奱棘三年哀苦切(연극삼년 애고절)
旌門兩世闡幽新(정문양세 천유신)
聲敎芝翁風下地(성교지옹 풍하지)
彝倫箕聖化餘春(이륜기성 화여춘)
遙知孝子終身系(요지효자 종신계)
不是爲名動得隣(불시위명 동득린)
《고 효자를 추모하며 차운하다》
물결치는 강을 하늘이 중단시키니 진실로 감응함이요
지금 자세히 일컫는 이는 관서사람인데
가시로 만든 삼년이 슬픔과 괴로움에 절절하니
대문에 걸린 깃발은 두세대의 고금을 훤히 밝히도다.
명성을 가르쳐준 영험하신 어른은 겨울날의 본보기요
떳떳한 인륜을 펼친 별 같은 인물은 남은 봄날을 교화하는구나.
옛것을 드러낸 효자문은 오래토록 이어질 것이며
당연한 것을 평판으로 삼았으니 주변이 감동하네.
*전문(前文)은 시를 짓게 된 배경이 되는 글로서, 독자들이 시를 쉽게 이해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음.
(고 효자의 후손으로부터 시문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람은 작가이신 해난선생이며, 위 시는 운을 이어받아 순서대로 읊는 ‘차운시’ 이므로, 부탁을 받고 지은 해당시가 아니고 그 것과 관련된 내용을 선비들이 모여 시를 읊는 장소에서 별도로 읊은 시임)
*2연에서 지금 자세히 일컫는(여러 선비들에게) 사람은 해난선생이시며, 후단에서 ‘관서사람’이란 高 효자(江東人)와 혈연과 지연 등 전혀 관계가 없는 ‘서쪽과 관련되는 사람’(경주에서 영천은 상대적으로 서쪽에 해당)이란 뜻으로 역시 해난선생 자신을 지칭하는데 이는 다른 선비들에게 고 효자 이야기에 대한 사안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묘사임.
*3연에서 ‘가시로 만든 삼년’이란 부모가 돌아가신 후 3년간의 상주가 실천해야하는 어려움을 뜻하며, 후단에서 ‘슬픔과 괴로움이 절절함’은 상제일에 큰비가 내려 산소에 갈 수 없어 슬퍼하며 통곡한 고 효자의 행동을 지칭함.
*4연에서 ‘대문에 걸린 깃발’은 高 효자의 효행을 후손(아들)이 해난성생께 시문(詩文)을 의뢰함으로써 세상에 소문나게 되어 가문을 빛나게 하였으니 아버지세대(古)와 아들세대(今) 즉 옛날과 지금을 빛나게 하였다는 뜻임.
(원문에서 幽는 그윽하다, 어둡다. 라는 뜻으로 古를 뜻하고, 新은 새롭다. 라는 뜻으로 今을 뜻함)
*5연에서 ‘명성을 가르쳐준 영험한 어른’은 고 효자를 지칭하며, 이러한 고 효자의 효행이 예법이 삭막해진 당시의 세상(겨울날에 비유)에 본보기(모범)가 되었다는 의미임.
(원문에서 芝는 ‘영지버섯’을 말하는데 따라서 지옹(芝翁)을 ‘영험하신 어른’으로 번역하였으며, 후단에서 풍하(風下)는 낮은 바람이 부는 것을 말하며 삭막한 세상인 ‘겨울’을 지칭하며, 반대로 풍고(風高)는 여름을 가리킴)
*6연에서 ‘떳떳한 인륜을 펼친(세상에 드러낸) 별 같은 인물’이란 고 효자의 떳떳한 효행을 세상에 드러낸 高 효자의 아들을 ‘별 같은 인물(참신함이 뛰어난 사람)’로 묘사했으며 그 같은 아들의 행동이 봄날에 선비들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뜻인데 ‘남은 봄날(봄날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라는 문구로 보아 이 시를 지은 계절이 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음.
*7연의 뜻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아름다운 생전의 행적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큰 효행이며 동시에 그것은 오래토록 후대에 전해질 것이라고 하였음.
*8연에서 ‘당연한 것’이란 고 효자와 그 아들의 효행이 당연하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평판으로 선정되는 것은 마땅한 일이기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이번 일에 대하여 감동하고 있다는 내용임.
(원문에서 不是는 불시이사(不是異事)의 준말로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란 뜻으로, 마땅하고 당연한 처사를 뜻함)
【55】挽孫愚泉士賢冀永
(만손우천사현기영)
兄有易林學(형유 역림학)
獨能邪世存(독능 사세존)
綸翁垂講說(륜옹 수강설)
仁義動千春(인의 동천춘)
《우천, 사현 손 기영을 추모하다》
형은 주역분야 학문과 친했는데
어찌 사악한 세상에 존재할 수 있었던가?
창성한 군주처럼 강설을 베풀었으니
인의가 천년에 걸쳐 동(動)하리.
*우천은 호이고, 자는 사현이며 이름은 손기영인데 정확한 인물정보는 알 수 없음.
*1연과 관련하여 옛날에는 자기보다 연하이더라도 학문과 인품이 뛰어나거나 고인인 경우 형(兄)으로 호칭하였음.
*3연에서 강설(講說)은 강의하여 설명함.
*4연에서 ‘동(動)하다’라는 것은 감정이나 기운이 생기거나 움직이는(활동하는) 것을 말함.
【56】挽許蒼廬仲元稇
(만허창려중원곤)
霽月琴湖院(제월 금호원)
光風俛宇庭(광풍 면우정)
同聲何處得(동성 하처득)
江上數峯靑(강상 수봉청)
《창려 중원 허곤을 추모하다》
거문고를 닮은 호수가 마을에 개인 달 비치고
부지런한 집 마당에 온화한 바람이 지나가니
합창하는 (자연의) 풍류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으랴!
강 언덕 위 여러 산봉우리도 푸른빛을 띠고 있네.
*고인의 호는 창려, 자는 중원 이름은 허곤이며 정확한 인물정보는 알 수 없음.
*1연의 묘사내용을 미루어보아 고인께서 생전에 살던 집이 거문고 모양을 닮은 호수가 마을 즉, 영천 금호임을 알 수 있음.
*2연의 전단에서 ‘부지런한 집’이란 초상이 나서 제반준비와 방문객으로 인하여 바쁘다는 의미이며, 후단에서 ‘온화한 바람이 지나가니’ 라는 표현으로 보아 그 당시 계절이 봄임을 알 수 있고 또한 생전에 고인의 성품이 온화한 덕행을 지녔음을 암시하고 있음.
*3연은, 원문1연의 제월(霽月)과 원문2연의 광풍(光風)을 조합하면, 광풍제월(光風霽月)이 되는데, 이는 비가 갠 뒤의 맑게 부는 바람과 밝은 달을 의미하며 또한 마음이 넓고 쾌활하여 아무 거리낌이 없는 인품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당시 이곳의 경치가 광풍과 제월 2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었기에 ‘합창하는 (자연의) 풍류(원문3연에서 同聲)’라고 묘사하였으며 이처럼 빼어난 풍광은 아무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없다는 뜻임.
*4연의 의미는 광풍제월의 경치에 추가하여 푸른 산의 경치 또한 일품이라는 뜻임.
*전체적으로는 고인의 생전의 성품과 덕행을 자연에 비유하여 간접적, 우회적, 상징적, 수사적(修辭的)으로 작가께서 묘사하셨으며 또한 인간의 성품은 주변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가르쳐주고 있음.
【57】贈別徐載燾
(증별서재도)
墜緖茫茫不知年(추서망망 불지년)
極辛要到忮活邊(극신요도 기활변)
百原生先深坐月(백원생선 심좌월)
黑帳佳少永傳烟(흑장가소 영전연)
凍江游習還無地(동강유습 환무지)
雪嶽凌兢尙有天(설악능긍 상유천)
最是相將加勉處(최시상장 가면처)
願言塗轍式前賢(원언도철 식전현)
《시를 써주며 서 재도와 이별하다》
낙하하는 물은 시초가 망망하니 형국을 예측할 수 없고
극진히 매운 요긴함에 거침없이 흐르는 물가가 원망스러운데
모든 근원은 생멸하는지라 머무르던 달은 모습을 감추고
흑막에 가려진 아름답던 젊음도 펼쳐진 안개 되어 멀어지는구나.
동강이 풍류를 즐기는 습벽은 돌아갈 곳을 알 수 없기에
설악은 전율을 느끼며 높은 하늘과 친하도다.
최선의 방책은 서로가 장차 보태는 정성을 분담하는 것이나
도로에 남긴 흔적이 하고 싶은 말은 수레손잡이 앞을 공경함이네.
*성씨는 서(徐)씨이며 호는 재도인데 인물정보는 알 수 없음.
*증별: 시를 써서 상대방에게 기증하며 이별함을 말함.
*1연에서 ‘낙하하는 물’ 즉 망망한 높은 폭포의 위의 사정은 그 아래에 있는 사람은 모른다는 뜻으로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음을 의미함.
*2연에서 ‘극진히 매운 요긴함’이란 이별을 앞두고 아쉬움과 절절한 마음에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는데, 후단에서 거침없이 빨리 흘러가는 물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어 원망스럽다는 뜻임.
*5연과 6연에서 ‘떠나가는 사람(해난선생)’을 동강에 비유하고 ‘보내는 사람(서 재도)’을 설악산에 비유하였음.
*8연에서 ‘도로에 남긴 흔적’ 이란 떠나가는 사람이 수레를 타고 와서 다시 수레를 타고 떠나가기에 도로에 자국을
남기게 된다는 의미에서 여기서는 ‘해난선생 자신을 지칭’하며, 후단에서 ‘수레의 손잡이 앞을 공경한다.’ 라는 것은 이별을 함에 있어 향후 시국을 예측할 수 없고, 더욱이 연령이 많아지면 거동도 어려워지기 마련인데 그나마 서로를
생각하는 정성의 정도에 따라 만남의 여부가 좌우될 것이나, 이별을 하는 자리에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작가께서 탑승하신 수레의 손잡이 앞에서 마중하고 있는 서 재도 선생 그대를 공경한다는 뜻임.
【58】贈別金憲魯
(증별김헌로)
環雍不作降园燈(환옹부작 강완등)
笑殺山林俯首承(소살산림 부수승)
萬竅風生寒折戟(만규풍생 한절극)
千巖地僻苦樞繩(천암지벽 고추승)
澗書想得存心着(간서상득 존심간)
咬菜知應做脚能(교채지응 주각능)
何者疑難何者答(하자의난 하자답)
七篇彀裡有層層(칠편구리 유층층)
《시를 기증하며 김 헌로와 작별하다》
꾸밈없이 둥글게 화합하니 뜰을 밝힌 등불이요
산림에서 껄껄 웃어넘기며 머리 숙여 받아들였건만
온갖 관건은 바람이 만드니 부러진 창은 차가운데
천길 바위는 처지가 궁벽한지라 애써 근본을 이어왔구나.
산중에는 문장이 사색을 즐기며 자존심을 지켰고
새와 푸성귀가 교제하니 형성된 관계에 익숙하구나.
누가 질문을 하였으며 무엇을 답변했던가?
일곱 시문에 마음이 끌리니 넉넉함이 층층이네.
*7연의 뜻은 김 헌로 선생 앞에서 학문을 논하는 것은 공자 앞에 문자 쓰는 격이라는 뜻임.
*원문8연에서 유(有)는 ‘넉넉하다’(지식이 풍부함) 으로 번역하였음.
【59】挽族姓建初淵來
(만족성건초연래)
我慟建初學(아통 건초학)
人慟建初才(인통 건초재)
建初才如學(건초 재여학)
我慟建初才(아통 건초재)
《족친이신 건초 연래를 추모하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초학기를 짓는 것 때문이고
사람들이 섭섭해 하는 것은 초년에 재능을 갖추는 것인데
건초의 재주가 학문에 관한 표준(사전)과 같았으니
내가 애통해 하는 것은 건초의 재능이라네.
*친족인 건초(號) 정 연래 선생을 추모한 시로서, 원문1연에서 초학(初學)을 “초학기(初學記)”로 번역하였는데 초학기란 시문 짓는데 필요한 근거가 되는 용어 및 구절 또는 작품을 부류별로 엮어놓은 책인바 한마디로 시를 짓는데 필요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음.
*원문 4연의 여학(如學)에서 학(學)은 ‘학리(學理), 학규(學規), 학칙(學則)’ 등의 의미로 번역하였으며, 연의 전체내용으로 보아 고인께서 재능은 뛰어났으나 단명하였음을 알 수 있음.
(한시, 현대시를 불문하고 식상함에서 탈피하고자 동일한 시제(詩題)에서는 예외적으로 ‘의미를 강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같은 낱말사용은 가급적 억제하는 것이 기본이기에 번역을 함에도 이를 준용함이 관례임)
【60】花城詩契韻 二首
(화성시계운 이수)
《화성(하양)에서 시를 짓는 계모임에서 운하다 2수》
來賞河陽一縣春(래상하양 일현춘)
峩祥稧事却淸眞(아상계사 각청진)
飯顆相逢名下士(반과상봉 명하사)
雲安同醉客中人(운안동취 객중인)
布谷鳥啼村雨暗(포곡조제 촌우암)
石桐花落野茅新(석동화락 야모신)
白沙翠竹江城暮(백사취죽 강성모)
相送柴門倒角巾(상송시문 도각건)
즐겨 구경코자 하양에 찾아오니 한결같은 고을은 봄이요
재계하는 대사는 숭엄하고 상서로워 도리어 조용하고 진솔한데
밥알이 서로 영합하였으니 명망이 높은 선비들인지라
구름 같은 편안함에 모두가 빠져드니 여행 중인 사람이로다.
새 우는 소리가 골짜기에 퍼지고 마을은 비가 내려 흐린데
바위와 오동나무에 꽃비가 하강하니 들에는 풀빛이 새롭구나.
강가에 위치한 성문 밖 백사장에는 청죽이 짙어가고
서로를 배웅하는 사립문에는 각건(두건)이 기울어지네.
*1연에서 ‘한결같음’은 평화스럽다는 뜻임.
*2연에서 재계한다함은 목욕재계한다는 뜻으로 시를 짓는 계모임에 몸을 삼가며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며, 2연의 전체내용은 엄숙한 대사(계모임을 지칭)이나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하고 진솔하였다는 의미임.
*3연에서 작가께서는 명망 높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선비를 밥알에 비유하였으며, 이는 밥알이 모여(선비들 모임) 먹을 수 있는 음식(식사)이 되니 선비의 단결을 중시하는 작가의 내적가치를 엿볼 수 있는 구절임.
*원문6연에서 화락(花落)은 꽃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고, 선후의 문장관계를 살펴볼 때 ‘꽃비가 하강(내린다)한다’ 라는 뜻으로 번역하였음.
*8연의 의미는 모임장소가 지대가 높은 누각이라 작가께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성안의 일반가정집 사립문에서 주인이 손님을 배웅하는 모습이 보이며 서로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에 두건이 기울어진다는 뜻임.
坐久衣凉氣下山(좌구의량 기하산)
主人書閣此西間(주인서각 차서간)
千嶂南開成野色(천장남개 성야색)
一江中繞護雲顔(일강중요 호운안)
更爲後會知何處(경위후회 지하처)
忽漫相酬不等閑(홀만상수 불등한)
相思亦有南歸鴈(상사역유 남귀안)
錦守時時好往還(금수시시 호왕환)
오래토록 앉아있어 옷깃 기운이 서늘하여 산을 내려오니
주인께서 글공부 하는 서재는 이곳 서쪽 칸에 있었는데
일천 산봉우리가 활짝 트인 남쪽은 들판풍경이 한창이고
한줄기 강물이 돌아드는 가운데는 구름이 피어올라 호위를 하는구나.
반복된 거동으로 후에 만나니 어찌 머무는 곳을 알리요 마는
홀연히 흩어지며 서로를 배웅하는 것은 등한시함이 아니로다.
서로가 사모하는 마음 또한 넉넉하니 기러기는 남쪽으로 돌아가고
시시각각 아름다움을 다스리는 것은 오고감을 사랑하는 것이네.
*2연은 작가께서 선비들과 함께 하산하여 초대받아 방문한 집주인의 서재(공부방)는 그 집의 서쪽건물에 위치하고 있으며, 3연에서 그 방에서 남쪽방문을 열면 멀리 수많은 산봉우리가 보이고 푸른 들판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는 뜻이며, 4연에서 ‘구름이 피어올라 호위를 한다.’라는 것은 구름이 운집(모여)해 있음을 묘사한 것임.
*6연의 뜻은 구름이 모이고 흩어짐을 반복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며, 흩어진다 하여 서로를 등한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며 이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선비의 인관관계를 구름에 접목시켜 비유한 것임.
*7연에서 기러기(선비를 상징)는 작가이신 해난선생 자신을 가리키며, 하양에서 영천은 지리적으로 남쪽에 위치하기에 남쪽으로 돌아간다고 묘사하였음.
*8연은 그때그때마다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다스림) 것은 ‘만나고 헤어지는 그 자체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였음.
【61】投宿舞鶴村主人要詩爲和
(투숙무학촌주인요시위화)
雲物南州策杖遊(운물남주 책장류)
麥天猶帶野人秋(맥천유대 야인추)
訪暮吾非乘雪客(방모오비 승설객)
焚魚君是碧山儔(분어군시 벽산주)
松絃繞水濤聲壯(송현요수 도성장)
草閣侵巖石氣流(초각침암 석기류)
江准自此奇觀地(강준자차 기관지)
何似仙風共濟舟(하사선풍 공제주)
《무학촌에 투숙하면서 집주인께서 시를 요구하기에 화답하다》
남쪽고을은 구름이 대나무 지팡이와 어울리고
그림 같은 구역은 온 천지가 보리이니 바야흐로 농부의 시대인데
저물녘에 찾아드니 백설 같은 고결함을 도모한 나그네는 이미 내가 아니어라
어대를 불사르고 청산과 짝이 되었으니 군자의 올곧음이로구나.
소나무 거문고와 피리 부는 물은 높고 낮은 풍류로 빼어나고
초가집을 침범한 바위는 청석 깔린 시내에 힘이 되어 흘러가도다.
강의 본보기가 이로부터 비롯되니 보여 지는 바닥은 기이한데
함께 배를 타고 건너가니 어찌 신선의 풍채를 닮지 않으리오.
*1연에서 남쪽고을은 무학촌을 가리키며, 구름이 대나무 지팡이와 어울린다함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음을 뜻함.
*3연에서 ‘백설 같은 고결함을 도모한 객은(작가를 지칭) 내가 아니다’함은 무학촌의 뛰어난 경치로 인해 신선이 된 느낌인지라 속세에서 온 자신과는 심리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의미로 이곳의 절경을 강조한 것임.
*4연은 작가께서 마치 관직을 사퇴하고 자연과 함께한 군자의 곧은 마음이 아마 이와 같을 것이라고 묘사하신 것임.
*5연은 노송에 바람 부는 소리를 거문고 소리에 비유하였으며, 물이 졸졸 흐르는 것을 피리소리에 비유함.
*6연은 초가집에 접하여 천연적인 바위가 있고, 그 바위의 힘으로 시냇물이 흘러간다는 의미로 묘사하였음.
*7연은 강물이 맑아서 배위에서도 강의 밑바닥이 훤히 보이며, 바닥이 기이한 암석으로 되어있다는 의미임.
*8연 전단의 내용으로 보아 무학촌을 방문한 선비가 여러 사람이며, 후단의 의미는 신선의 풍채를 닮았다는 뜻임.
【62】和龜山章一示韻
(화귀산장일시운)
風打新潮動蜃樓(풍타신조 동신루)
幾人高嶽幾人洲(기인고악 기인주)
詞章活竗傾前古(사장활묘 경전고)
氣岸雄淸越等流(기안웅청 월등류)
學北陳良能變楚(학북진량 능변초)
聘西季札卽觀周(빙서계찰 즉관주)
班公了了輸功後(반공료료 수공후)
水準林評頌萬區(수준임평 송만구)
《귀산에 화답코자 문장1절을 告하며 읊다》
새로운 조류에 바람이 불어오니 신기루가 보이고
몇 사람은 높은 산에 있고 몇 사람은 물가에 있는데
문장과 시가의 묘한 생존은 지나간 고풍에 기우니
기백 있는 절벽에는 웅장한 맑음이 월등하게 흐르는구나.
몰락한 학문을 진나라는 즐겼고 초나라는 변화에 능하여
서방을 초빙하는 말세의 돌림병이 두루 나타나 절박하면
공적인 분할은 선명해지고 그 후 공치사는 짐인데
숲을 평가하는 수준은 일만의 구획을 낭송할 것이네.
*제목에서 귀산은 사람의 자호가 아니고 거북모양으로 생긴 산을 뜻하며 경주시 현곡면에 소재한 산으로 추정.
*1연에서 새로운 조류라 함은 1900년도를 전후한 개화바람을 의미함.
*2연에서 산에 있는 사람은 수구파, 물가에 있는 사람은 개화파를 각각 암시한 것임.
*3연과 4연에서 선비들은 고풍을 지키는 수구파이며, 그 뜻은 높이 기린다는 의미임.
*7연과 8연은 파벌이 조성되면 국론은 일만 가지로 분열되며 이는 후에 짐(부담)이 되어 돌아온다는 뜻임.
(8연에서 ‘숲’은 무리(衆) 또는 단체를 상징)
【63】和秋浦贈別韻
(화추포증별운)
鄕里時時夢魂飛(향리시시 몽혼비)
寂寞羈牕雨正霏(적막기창 우정비)
相輸肝膽逢難別(상수간담 봉난별)
却忘遷廷留不歸(각망천정 유불귀)
人非麋鹿安長戀(인비미록 안장연)
節是鷰鴻夢去初(절시연홍 몽거초)
故人莫道情疎我(고인막도 정소아)
穉子三時也候扉(치자삼시 야후비)
《추포에게 화답의 시를 써주며 작별하다》
시골에서 때때로 꿈속에 영혼이 나르면
닫힌 창가 적막함은 비가 눈으로 교정되는데
힘든 작별을 하면서 서로가 간과 쓸개를 다 내어주어
돌아가지 않고 머문다면 친숙치 않는 낯선 뜰을 잊을 수 있으려나.
사람은 고라니와 사슴이 아니기에 오래토록 사모함을 좋아하며
제철에 제비와 기러기가 그러하니 지나간 시초는 공허하도다.
친구가 도를 거부한다면 상식이 나를 배척하는데
유치한 군자는 세끼를 먹은 후에야 사립문을 살핀다네.
*1연과 2연의 뜻을 요약하면, 시골은 항상 적막하나 가끔 기분이 엎(up)되는 것은 마치 비가 눈으로 바뀌는 것과
에 비유하여 친구인 추포선생을 만나 즐거웠다는 뜻임.
*3연.4연,5연,6연의 뜻은 인간은 동물(고라니, 사슴)과 달라서 익숙한 환경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데 아무리 절친한 벗의 집이지만 오래토록 한집에서 함께 살아 환경이 익숙해져야 마음이 편한데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 군자(제비와 기러기)는 때가 되면 익숙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임.
7연과 8연은 친구(추포선생)가 道를 거부하면서 인정에 이끌려 저자를 더 머물면서 유숙토록 한다면 상식(사회상규, 조리, 경우)이 저자와 멀어지게 되며, 유치한 군자 또는 어린아이(원문에서穉子)는 삼시 세끼를 다 먹고 있을 만큼있다가 사립문을 나선다는 뜻인데, 이 시를 통하여 해난선생께서는 평소 기쁜 일을 아끼시고 절약하시면서 천천히 즐기시는 높은 인품을 엿볼 수 있음.
【64】次溪西崔亨振鍾夏晬宴韻
(차계서최형진종하수연운)
桑弧今日意還新(상호금일 의환신)
張置如何不許辰(장치여하 불허진)
平格要知天壽處(평격요지 천수처)
康寧須濟自家春(강녕수제 자가춘)
一兒式穀兼多姪(일아식곡 겸다질)
四棣常華莫韡人(사체상화 막위인)
了待風洋安頓後(요대풍양 안돈후)
槿花影裏有三隣(근화영리 유삼린)
《계서 최 형진 종하 환갑잔치에 차운하다》
오늘은 뽕나무 활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고
베풀고자 차려놓는 여하는 시대를 불허하여 왔는데
평탄한 지위의 핵심은 타고난 수명에 속하기에
강녕함을 마침내 성취했으니 집안이 봄날이로구나.
한명의 아들이 의식의 수확으로 여러 딸을 겸했고
사방에 산 앵두가 늘 번창하니 화려한 인품이 농익어가도다.
성대한 풍습은 시중이 끝난 후 편안하게 조아리니
무궁화 꽃 그림자 속에는 세 이웃이 친하네.
*호가 계서이고, 자는 형진이며 이름이 최 종하라는 분의 환갑잔치에 참석하셔서 여러 선비들과 함께 같은 운자를 사용하여 지은 시임(호가 溪西인 것으로 보아 대구방면에 거주한 것으로 추정).
*1연에서 뽕나무 활이란 옛날에는 남자 아이를 낳으면 뽕나무 활을 방문에 걸어놓아 주변에 알렸는데 여기서는 환갑을 맞는 어른이 그것을 걸어 놓은 지 1갑주 년(60년)이 되었기에 의미가 새롭다는 뜻임.
*2연의 뜻은 환갑잔치에 상을 차리는 것은 시대를 불문하고 허용되어 온 풍습이라는 의미임.
*원문 5연에서 식곡(式穀)이란 결혼 등의 ‘의식 또는 제도의 곡식(수확)’이라는 뜻임.
*6연의 의미는 평소에 환갑을 맞는 어른의 주변은 선비들의 출입이 많았으며, 인품에 대한 여론도 좋았다는 뜻임.
*8연에서 무궁화는 한시에서는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인생의 무상함에 비유되는 꽃인데, ‘무궁화 그림자 속에는 세 이웃이 친했다‘라는 뜻은 환갑을 맞는 어른의 내면적 가정생활은 3대가 한집에 살면서 화목했다는 뜻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