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메트로 사무실로 가니 부두 안에서 들어가서 기다리고 한다. 버스를 타는 게 아니고? 어떤 시스템인가 궁금했는데, 부두 안에서 버스에 타면 그 버스가 페리를 타고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넌다. 첫경험)
1월 22일
마지막 여행지인 이스탄불로 간다. 차낙칼레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는 일단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넌 다음에 유럽 쪽 해안을 따라 동쪽으로 달린다.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이스탄불 오토가르에 도착. 오토가르가 넓어서 잠시 헤멨지만 2층으로 올라가니 멀리 메트로 역 안내판이 보인다. 문제없군, 메트로를 타고 악사라이에서 내려서 트램으로 갈아타면 되잖아? 그런데 막상 악사라이에서 내려 보니 악사라이 트램 역은 꽤 먼 곳에 있더라.
마지막이니 조금 비싼(3-400리라?) 숙소를 찾아보겠다며 블루모스크 뒤편을 돌다가 호객꾼에게 잡혀서 들어간 곳이 브로큰컬럼(Broken Column) 이란 호텔이다. 재미있는 이름이라 생각하며 둘러보니 건물 앞면에 부러진 기둥 두 개가 붙어 있다. 방은 넓고 직원들도 친절했는데 나중에 천장에서 석회 가루가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방을 두 번이나 옮김, 숙박비는 35유로를 달라기에 3일에 100유로로 흥정했으니 하루 200리라 정도. 많이 좋은 방도 많이 비싼 방도 아니지만 어쨌든 이번 여행에서 제일 비싸게 주고 묵은 방이 되었다.
(숙소가 근처에 있다 보니 오갈 때마다 보이는 아야소피아. 왠지 건너편 블루모스크보다 이쪽이 맘에 든다.)
(관광지마다 군밤 장수가 많이 보여서 두어 번 사 먹었는데 맛이 괜찮았다. 옥수수는 우리집 옥수수가 최고라는 자부심에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짠내투어 출연자들은 옥수수가 맛있다고 난리. 먹어 볼 걸 그랬나?)
트램을 타고 카바타스에서 내려, 지하철인지 엘리베이터인지 정체가 모호한 튀넬(영어로 터널)이라는 걸 타고 탁심 광장으로 올라갔다. 570여 미터 높이를 로프에 매달려 거의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올라가는 강삭철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방식의 철도가 철암에 있었다지? 베이올루역(역은 아래 위 하나씩밖에 없음)에서 내려 조금 걸어 올라가니 탁심 광장이 나온다. 보통 술탄아흐멧 광장 부근을 구시가라 하고 탁심 근처를 신시가라 하는데 탁심에서 갈라타 탑으로 이어지는 이스티클랄 거리에는 정말 사람이 많았다.
길 구경, 사람 구경에 버스킹도 구경하고, 저녁도 사 먹고 (오탄특 아나돌루라는 괜찮은 식당)
약간의 쇼핑도 하면서
사람들을 따라 걸어 내려오니 유명한 갈라타 탑이 나온다. 전망이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올라가 보지는 않고 주변에서 구경만 했다. 골목길을 따라 카라쾨이까지 걸어 내려와서 트램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1월 23일
오늘은 미뤄두었던 (아껴두었던) 아야소피아 내부를 구경하는 날.
입장권을 사려다 보니 아야소피아와 톱카프 궁전, 고고학 박물관 세 곳을 들어갈 수 있는 통합 입장권이 135리라라고 써 있다. (여기에는 톱카프 하렘은 포함되지 않는다.) 어차피 다 갈 곳인데 따로 사면 150리라, 얼른 두장을 구입하고 드디어 아야소피아('성소피아 성당'이란 이름으로 미술 시간에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바로 그 곳) 안으로 들어갔다.
(손가락을 넣고 한 바퀴 돌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나?)
명불허전, 사진으로 표현할 재주는 없지만 전문적 식견이 없는 사람에게도 아름다움과 경외심이 느껴지는 대단한 작품이다. 기독교 사원에서 이슬람교 사원으로 바뀌면서 내부 벽화 등이 훼손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보존되어 있는 것도 천만다행.
이어 톱카프 궁전을 구경하고 내친 김에 궁중 여인들의 거처였던 하렘까지(별도 입장권 35리라) 둘러 보았다. 궁전은 넓고 볼 것은 많은데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곳이 많아서 남은 것이 없네.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고, 숙소 근처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적극적인 호객에 끌려 들어간 알부라 카티스마라는 '관광지 식당', 분위기는 화려하지만 과연 맛이 있을까? 의심하며, 사진빨과 특별한 이름에 끌려서 '톱카프 팰리스'라는 음식을 시켰는데, 기대 이상! 정말 맛있다. 어쩌면 이번 여행 중 최고의 음식이었을 듯. 다음날 저녁에 다시 찾아가서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는데 다 맛있었음.
1월 24일
오늘 갈 곳은 고고학 박물관과 돌마바흐체 궁전.
고고학 박물관에는 현재의 터키 영토 뿐아니라 과거 터키의 영토였던 발칸반도나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온 고고학적 보물들이 많이 있다는데 (예를들어 알렉산더 대왕의 석관) 박물관 본관의 상당 부분이 보수 공사 중이었다.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은 장기적인 공사 분위기다. 입구에 있는 고대 오리엔트관이 볼 만했고, 도자기와 유리 유물들을 모아 놓은 작은 별관 하나와 석관으로 가득한 본관의 끄트머리 부분이 개방되어 있었다.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으로 박물관을 나오려다가 문득 안내판을 들여다 보고 들어가 보지 못한 다른 전시실이 있다는 걸 알았다. 출구로 나가서 톱카프 궁전 방향으로 언덕을 올라가다가 왼쪽에 별도의 입구가 있었고 그 안에는 이스탄불 근처 유물과 시리아 지역 유물 등이 3층에 걸쳐 전시되어 있었다. 볼 게 제법 많은 걸? 제법 방문객이 보이던 고대 오리엔트관과는 달리 관람객이 거의 안 보이는 걸로 보아 몰라서 지나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러면 안 되는데! 박물관 측의 좀 더 적극적인 안내가 필요하지 않을까?
(메두사의 머리)
오스만터키의 마지막 왕궁이었던 돌마바흐체는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해서 지어진 화려한 석조 건축물이다. 샹들리에나 실내장식이 정말 화려함의 극치다. 이렇게까지 사치를 부리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런데 사진은 왜 못 찍게 하는 거야?
오후 3시 이후에는 하렘까지 들어갈 수 있는 90리라짜리 통합 입장권을 팔지 않는다. 궁전만 돌아보는 입장권은 60리라. 한국어로도 서비스 되는 오디오 가이드가 무료다.
(궁전 안에 있는 시계탑)
(바다로 연결되는 궁전 문이라네요)
1월 25일
50일 간의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날이다.
(또 만났네요)
시르케지 기차역을 거쳐 이집션 바자르(스파이시 바자르라고도 하는데, 정식 이름은 '므스르 차르스 = 옥수수 시장'이더라) 근처로 걸어가다가 아이폰 수리점을 발견했다. 400리라를 주고 액정 수리. 이어서 시장 내부와 근처에서 셔츠와 호두, 로쿰 등을 쇼핑하고서 파차와 퀴네페가 맛있다는 근처 맛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레제티샤르크 안텝 소프라스라는 작은 음식점인데 듣던대로 맛있는 음식을 싸게 팔고 있었다. 케밥과 파차에 퀴네페까지 맛있게 먹고 55리라.
쇼핑 가방을 든 채로 찾아간 마지막 관광지는 쉴레이마니예 자미, 터키의 전설적인 건축가 미마르 시난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최고의 작품은 불가리아 국경 쪽에 있는 에디르네라는 도시에 있다고 한다. 셀리미에 자미 )
호텔로 돌아와 배낭을 짊어지고 한국으로 아니 공항으로 출발. (아타튀르크 공항은 결국 2019년 5월, 이 글을 쓰는 중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10 시간의 비행 끝에 26일 오후에 인천 도착.
친절한 터키 사람들과 싸고 맛있는 먹을 거리 덕분에 더욱 행복했던 50일 간의 여행을 정리하다 보니,
다시
터키가
그립다.